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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Mar 28. 2024

2017년 영국 유랑기(9)

마크 랜튼의 나라!

여러분은 혹시 에든버러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코미디 페스티벌? 나는 데니 보일 감독의 영화 '트레인스포팅'이 생각난다. 26살의 한심한 청춘들의 일탈을 그린 영화인데 그 시대에는 상당한 관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광고 같다는 평가도 많았고 스타일리시한 영상들이 참 신선했다. 물론 내가 트레인스포팅을 본 건 20살이 지나서였다. 그중에 약간 덜 한심한 마크 랜든의 마을이 바로 에든버러다.

아마 박물관이었나? 그랬을 거다. 얼른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내 자리를 안내받았다. 직원은 네덜란드인이었고 자신은 페예르노트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숙소는 상당히 쾌적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4인실이었는데 남자는 나 혼자 뿐이었다. 뭐 개방적인 건지 남의 시선을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여성동무들은 속옷을 아무렇지 않게 침대 위에 벗어던지고 외출을 했다.

이것이 바로 에든버러의 상징물 월터 스콧 탑이다.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동상이 있는 탑이랑 높이를 두고 경쟁을 한다고 들었다.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 같은 작가라고 하더라. 근데 참 재미있는데 저 작가가 쓴 작품 중에 아이반호라는 작품이 있는데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한 기사이야기다. 스코틀랜드 친구말로는 당시에는 인구가 잉글랜드에 훨씬 많았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책이 더 많이 팔려만 했기에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썼다는 말을 해줬다. 내가 영국을 여행하는 동안 가장 자주 애용한 식당은 맥도널드다. 빅맥의 가격이 한국보다 저렴했다.

이것저것 먹어봤자 빵에다가 고기니까 그냥 빅맥이나 먹자는 심산이었다.

웨어벨리역의 입구 쪽이다. 역시나 짐을 풀고 역으로 달려가 미리 런던으로 복귀하는 표를 끊었다. 물론 저렴하게 말이다. 에든버러에 발을 딛고 선 순간 느끼는 감정들은 장엄함이었다. 건축물들이 주는 그 위화감과 장엄함은 나의 마음을 압도했다. 그리고 넋 놓고 그 건물들을 계속해서 보기만 했다.

당시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치킨구이 식당이었다. 소스에다가 구운 치킨을 먹는 식당이었는데 제법 맛이 있었다. 물론 한창 홀리할 때라 맥주를 마실수도 있었지만 나는 콜라를 먹었다. 아직 한국에는 저 식당이 안 들어온 거로 알고 있다. 아시아인이 나 혼자였나? 그랬다. 그래서 교복을 예쁘게 입은 스코틀랜드 잼민이들이 나를 계속 흘깃하며 쳐다보았다.

이슬람 사원이다. 숙소에서 있었던 일인데 새벽녘에 어떤 아저씨 한분이 일어나더니 신분지를 주섬 주섬 피고 어떤 한 방향을 향해 열심히 앉았다 일어났다. 절을 하면서 열심히 기도를 했다. 무슬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종파는 장로교인데 이미 많이 쇠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에 히잡을 쓴 여성이 이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무슬림을 바라보는 견해는 아무래도 폭력적일 거라는 편견이 많다. 자살폭탄조끼라던가 AK소총을 들고 8mm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벌집을 시원하게 쑤신 사건도 그렇고 말이다. 폭력이 없었으면 한다. 어느 종교든 말이다.

영국에 입성한 지 7일이 다 된 시간에 드디어 참지 못하고 한식당에 들렀다. 아시아인들이 꽤나 모여 있었고 한국요리를 이것저것 시켜 먹었다. 사장님 가족은 당연히 한국분이셨고 식사를 하는 나에게 유학생이냐고 물으셨다. 


"사장님! 저는 외국에 일주일만 있어도 얼른 집에 가고 싶은데 사장님은 이곳에서 어찌 사셨어요?"


라고 묻자,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며 모두가 가야 할 곳은 천국이라고 나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그분은 맨손으로 스코틀랜드로 넘어온 자비량 선교사님이셨고 영국현지인들을 전도해서 예배 공동체를 이끌고 계셨다.

하나님은 역시 일을 계속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손으로 이 땅에 넘어와 갖은 노력 끝에 이 식당을 일구셨다고 했다. 서로 신앙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온 순두부찌개를 나는 바닥이 보일 때까지 울면서 긁어먹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에든버러의 거리다. 왠지 마크 랜턴과 스퍼드가 전력질주를 해서 달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경찰이 호각을 불면서 쫓고 말이다. 'Lust for your life'라는 곡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스코틀랜드는 피터팬이라는 소설의 원작자(J.M Barry)의 나라다. 혹시나 밤이 저물면 여전히 피터가 또래 친구들을 찾아서 저 높은 창문을 드나들진 않을까? 마법에 가루를 뿌리면 하늘을 날아올라 피터와 손을 잡고 네버랜드로 가는 상상을 해본다. 그 어디에 있는 내가 어렸을 적 우울함을 느끼던 그 장소를 떠나 그토록 가고 싶었던 그 네버랜드 말이다. 가슴 뭉클한 상상이 떠오르는 저녁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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