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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Mar 30. 2024

2017년 영국 유랑기(10)

더 그레이트 킹 로버트 부르스.

위에 보이는 사진은 스코틀랜드 왕가의 문장이다. 잉글랜드의 문장이 3마리의 사자라면 스코틀랜드의 문장은 빨간 사자 한 마리였다. 그래서 내 스코틀랜드 친구가 하는 말이 잉글랜드는 게이 사자 3마리가 재미를 보고 있다는 조롱 섞인 말을 하곤 했다.

이곳이 바로 에든버러 성이다. 에든버러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한다는 장소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기초 수급을 받으며 엘리펀트 카페에서 자신만의 대작을 탄생시켰다. 물론 나는 대작이라 믿지 않는다. 전에 친구의 성화로 어쩔 수 없이 해리 포터 영화를 보는데 내가 이걸 왜 보고 앉아 있나? 싶을 정도로 회의감과 지루함이 가득했다. 하여튼 조앤 롤링은 저 에딘 버러성을 보며 호그와트를 구상했고 자신만의 상상에 멋진 마법 학교를 탄생시켜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다.

에든버러 성의 입구이다. 성인 요금이 얼마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꽤 비쌌던 거로 기억이 된다. 나는 해리 포터보다는 리니지가 더 많이 생각났다. 공성전 같은 거 말이다. 표를 사서 입장을 했다. 중세의 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참으로 설렜다.

견고한 성벽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잉글랜드의 군이 쳐들어 오더라도 막강하게 막아 낼 수 있는 성처럼 보였다.

성 안에는 중세의 갑옷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여기서 또한 나의 상상력이 한 번 더 발휘된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왕자다. 왕의 계승 따위는 관심 없고 정치에도 신하들에게도 관심이 없다. 오로지 친구들과 어울려 밤낮으로 술이나 퍼마시고 여자들을 번갈아 가며 만나기 바쁘다. 그러다 아버지의 조세정책에 반기를 든 반란군이 일어나고 그걸 좌시할 수 없었던 나는 동생이 전투를 치르기 전에 반란군 대장을 찾아가 결투를 청한다. 병사들의 피를 흘리는 것 없이 단판으로 끝내자고 말이다. 처절한 전투 끝에 물론 승리는 나의 것! 다시 방탕한 삶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왕이 승하한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왕위를 계승받고 내면의 숨겨 두었던 성군의 기질을 마음껏 발휘한다. 국방을 튼튼히 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하며 평민들을 알뜰히 돌본다. 그러다가 철천지 원수 잉글랜드가 또 도발을 한다. 전쟁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으나 고심 끝에 그들의 야욕을 막기 위해 전쟁의 신이 되어 부하들을 이끌고 전장으로 달려가 잉글랜드 군을 스털링에서 무참하게 격파한다! (꿈도 야무지다.)

개인적을 저 검이 가장 탐이 났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월레스 경의 칼을 보는 것 같았다. 자기 키 만한 칼을 차고 배신자들을 처단하던 월레스 경 말이다. 근데 아마 무거워서 난 들지도 못할 거 같다. 휘청 휘청 거리겠지 뭐... 리니지나 디아블로 마니아들이 보면 눈이 돌아갈 검들이었다.

언뜻 봐서는 네팔 용병들의 쿠크리 같은데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군대가 썼던 칼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저것으로 사람 머리를 치면 호박이 쪼개진다고 하더라...

성 꼭대기에서 본 에든버러 전경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글래스고도 다녀오는 건데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었다. 멀리 바다도 보인다.

찬란하게 빛나는 스코틀랜드의 깃발이다. 난 스코틀랜드를 좋아한다. 자유와 항쟁의 역사가 대한민국과 비슷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민족이다. 전투할 적에는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한 군인들이며 위스키를 사랑하는 재미도 아는 민족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 스코틀랜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간 일이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는 스쿼드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럽에서는 본선에 진출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스코틀랜드 시민들이 8강이나 4강에 진출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긴 하다.

에든버러 성의 조형도이다. 저것 말고도 운명의 돌이라는 유서 깊은 역사적인 비석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건 사진으로 촬영을 못하게 하더라. 잉글랜드로부터 찾아왔다고 했다. 자유와 항쟁의 땅 스코틀랜드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가장 큰 감동을 준 도시였다. 마트에서 음료를 사다가 스코틀랜드 여성들과 말 섞을 기회가 있었다.

나더러 재미있어 보인다나? 현지인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아주 보그라는 잡지에서나 볼만한 미인이었다. 몸매도 아주 바람직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의 소견을 말했다. 런던 보다 이곳이 훨씬 아름답고 예쁘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격하게 동의하며 맞다는 말을 했다. 그날 저녁 나는 그 여성들을 꼬셔서 저녁을 먹거나 맥주라도 한잔 했어야 했다. (난 내일일은 모른다! 날 너희들 가고 싶은 곳에 데려가라!)


-다음 편에 계속-


(댓글을 쓰잖아요? 그러면 작가가 막 기뻐서 환장을 해요! 댓글 한번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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