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파노 Sep 04. 2024

깜돌이의 최후

사형

깜돌이는 믹스견이긴 했지만 매우 멋있는 사냥개였다. 날카롭게 솟은 두 귀와 멋진 검은색 털 그리고 주인 외에는 절대 충성하지 않으며 공격성까지 두루  갖춘 깜돌이는 내가 자주 놀러 가는 매일자원이라는 고물상의 마스코트로 늘 사슬에 메여있었다. 깜돌이가 공격성을 가지게 된 이유는 좀 잔인한데 사장님의 반복된 구타 때문이었다. 내가 사장님에게 왜 아무 이유 없이 깜돌이를 패주냐고 물으면 사장님은


"내가 술 먹고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해 주질 않잖아! 그럼 맞아야지!"


라고 말씀하셨다. 하루 3병 정도의 소주를 거의 매일 섭취하시던 고물상 사장님은 술을 먹고 고물상으로 돌아올 적에 깜돌이가 반갑게 맞이해주지 않으면 무참하게 깜돌이를 패줬다. 고통의 비명을 지를 때까지 말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깜돌이에게 학습된 것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근처에 가거나 쇠막대기를 들면 순식간에 자기 집으로 숨어 들어가 몸을 웅크리곤 했다. 사장님에게는 한없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종종 그곳을 방문하던 나에게는 항상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나도 종종 버릇을 고쳐놓기 위해 쇠막대기를 들곤 했다. 그러면 반사적인 학습을 한 깜돌이는 집으로 얼른 돌아가 몸을 웅크리고 으르렁 거렸다.


그렇게 깜돌이와 나는 친해질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하며 지냈는데 사고는 어느 날 벌어지고 말았다. 자유의 시간을 누리라고 목줄을 풀어준 사장님을 깜돌이가 물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쌓인 울분이 순간 폭발해서 사장님의 오른쪽 팔뚝을 깊은 상처가 나도록 물었다.


'이렇게 맞고 사는 바에 죽을 때 죽더라도 저 놈을 한 번 물고 죽자!'


이게 깜돌이의 결의에 찬 다짐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장님은 무척이나 큰 배신감을 느꼈다. 사장님의 마음속에서 재판이 열렸고 스스로가 변호인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가 검사가 되기도 했으며 스스로가 판사가 되어 재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3일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사장님의 마음속에서 재판이 끝났다. 결과는 깜 돌의 사형이었고 이제는 집행만 남은 상황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깜돌이는 고물상 안을 배회하며 사장님 곁으로 절대 가지 않았다. 근처에 가면 돌이킬 수 없는 화가 자신에게 오는 줄 알고 있었기에 말이다.


사장님은 깜돌이에게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릇에 신선한 흰 우유를 담아서 고물이 쌓인 벽 쪽으로 깜돌이를 유인했다. 그리고는 물건을 적재할 적에 쓰는 팔레트를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처형의 도구는 '손도끼'였다.  사장님은 우유를 들고 다정한 미소를 보이며 깜돌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리 와! 우유 먹자!"


그런 사장님의 다정함에도 깜돌이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으르렁 거렸다. 그 모습이 사장님을 다시 한번, 화나게 했지만 사장님은 꾹꾹 눌러 참으며 깜돌이를 불렀다. 그러자 경계를 늦춘 깜돌이가 느린 걸음으로 우유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슬금슬금 오더니 사장님의 손 위에 있는 우유를 기분 좋게 먹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성급하게 일을 그르치지 않았다. 깜돌이가 충분히 우유에 심취할 때까지 기다렸다. 깜돌이가 긴장의 끊을 확실히 놓았을 때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깜돌이의 몸을 고물 쪽으로 팔레트와 함께 짓 눌렀다. 깜돌이는 사지가 고정되어 버렸고 머리만 겨우 내밀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깜돌이는 사장님을 다시 한번, 공격하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장님은 다른 손에 숨겨 뒀던 손도끼로 깜돌이의 딱딱한 이마를 정조준했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있는 힘껏 정확히 그 녀석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외마디 비명도 없이 깜돌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뻐걱!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사형 집행을 마친 뒤, 사장님은 근처 개고기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깜돌이를 처리해 주길 바라며 전화를 걸었다.


"야! 빨리 와! 다 끝냈어!"


사장님의 그 전화에 개고기 사장님은 단숨에 달려와 깜돌이의 해체작업을 했다. 그리고 깜돌이를 냉장보관 후, 며칠이 다들 뒷산에 올라 솥단지와 참나무 장작을 이용해 깜돌이를 요리로 만들어 먹었다. 물론 국물도 마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장님의 행동을 보며 나는 많은 혼란이 찾아왔다.


'자기가 사랑해서 키운 반려동물을 패서 죽이고 그 고기까지 먹는다....'


그날, 뒷산에서는 사장님의 가까운 친구들이 모여 소주 파티를 열었다. 아주 즐겁고도 유쾌하게 말이다. 깜돌이는 알았을까? 자신의 말로가 그렇게 비참했을는지 말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용기를 내어 사장님에게 물었다.


"사장님! 어떻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잡아먹을 수가 있어요?"


사장님의 대답이 참 절묘했다.


"뭐 어때! 깜돌이가 나에게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해서 자신의 국물을 나에게 준거지..."


그렇게 대답하며 사장님은 천진난만하게 웃으셨다.

작가의 이전글 주제 파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