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저장
기억을 저장하며 삽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를 둘러싼 행복들이 나를 떠나고
검은 재만이 내 마음에 남았을지 모를 그 미래의 시간을 위해...
흐르는 바람이 손끝을 스치고 볼에 스칠 적에 기억을 한번 담습니다.
식사를 하며 어머니 얼굴의 주름을 볼 적에 세월은 흘렀지만 그래도 내 옆에 따뜻하게 살아계신 어머니...
그 기억을 마음에 담습니다.
어릴 적 짝사랑하던 소녀와 자전거를 끌며 길을 걸었던... 괜스레 수줍어 입김만 뿜으며 차가운 공기와 그 공기를 덥히던 따뜻한 그녀의 목소리... 그 기억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한없는 외로움과 고통으로 눈물을 흘릴 적에 나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었던 어린 친구의 손바닥... 날 위로하던 그 고운 손길을 조심스레 기억에 담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 모든 행복이 떠난 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갈 적에 그 기억들을 꺼내 곱씹으면 아마도 어둠일 것 같은 그 시간이 견딜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를 위해 기억을 통한 작은 빛 하나씩을 마음속에 담아봅니다.
다 타고 남은 재와 같은 어둠의 시간에 아껴왔던 그 기억의 불빛을 꺼내 하나씩 밝혀 본다면, 아마도 다시 한번 바람결이 느껴질 적에 어둠 속에서 마음의 빛이 환하게 타오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