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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Nov 26. 2020

고기를 얻어먹을 용기

유대감

족구가 끝나면 아버지들은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하지만  아버지들 가운데 우리 아버지는 없었다. 나는 어렸을  외가에 맡겨졌고 그곳에서 자랐다. 나를 제외한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그곳의 부모들은 서로가 왕래를 하는 가까운 지인들이며  동생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곳의 토박이가 아니었던 우리 아버지는 가끔이나 내가 사는 곳을 방문하였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자체였다. 때때로  아버지들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모여서 공을 차거나 족구를 했다. 멀리서 바라본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퍽이나 친해 보였다. 웃음기 가득한 가운데  아버지들의 아들들이자  친구였던 아이들은 아버지를 발판 삼아  자리를 매우 든든해하던 것을 어린 시절의 나는 느꼈다. 단지 어린 시절의 나만  든든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상당히  상실감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의 나는 알았다.
 
우리 아버지가 저기서 공을 차고 있어! 다른 아버지들과 말이야! 우리 아버지도 멋지게 공을 찬다  말이야!’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그들의 안정감과 유대감을 바라볼  있었다. 단지 나만  유대감을 상실했을 뿐이었다. 아마도 내가  탐냈던 것은  유대감보다도  아버지들의 어울림이 있을  마련될 자리였다. 그곳에서 아버지들은 슬레이트 지붕에다가 고기를 구웠다. 탄불을 피우고  위에 비스듬히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기름이 흘러내리도록 고기를 구웠다. 고기들은 제법 큼직하고 두꺼웠다.  고기들을 달궈진 슬레이트 지붕 위에 올리면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노릇하게 익어갔다. 약속이나    아버지들은 소주를 나누었고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그런 아버지들을 바라보며 안정감을 느꼈다.
 
보라고! 우리 아버지도 사회와 우리 동네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단 말이야!’
 
 친구들은 아버지들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그들만의 유대감을 공고히 했다. 단지 나만  유대감을 형성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쭈뼛거리던 아이들은 고기가 제법 익어갈 무렵 그들이 아버지들에게 그들의 의사를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 나도 고기 먹고 싶어!’
 
그런 말을  아이가 하기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도 너나   없이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단지 나만  의사를 표현할  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들 가운데  아버지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기가 간절했다. 슬레이트 지붕에 구운 고기는 왠지 프라이팬에 구운 고기보다  맛있을  같았다. 고기의 맛이 나는 간절했다. 하지만 나는 먹을  없었다. 그곳에  아버지는 없어서였다. 나의 친구들의  아버지들의 허락이 떨어지면 모두 달려들어 그들의 풍성한 유대감을 느끼며 고기를 먹어댔다. 비참했지만 나는 유대감을 부러워도 했지만  순간만큼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구워지는 고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만약 그들보다  풍성한 유대감을 내가 소유했고 고기를 소유하지 못했다면  유대감을 팔아서라도  슬레이트 지붕 위의 고기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유대감도 고기의 맛을 느끼게 해 줄  누군가도 없었다.
 
 

너도 와서 고기  먹지 그래?”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아버지들 중의 한 명이 술이 발그레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이들은 이미 배가 불러 나무젓가락을 놔버린 상황이었고 나만 말없이  슬레이트 지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간절히 도 고기를 원했지만 오히려 그분의  말 한 마디가 나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결국  , 나는 유대감도 없었고 아버지도 없었고 더욱이 용기마저 없었기에 고기를  점도 먹을  없었다. 유대감이 없고 그들 가운데 아버지가 없어서 속상해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무젓가락을 들고 슬레이트 지붕을 향해 달려들 용기가 없었던  스스로를 매우 원망하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상실되어 살아왔고 커왔다.  상실이 되었던 감정이란 무엇인가? 바로 아버지와의 유대감이다.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알려줘야  의무가 있는 나이에 나의 아버지는 일찍 떠나셨고 나는  상실감을 받아들이며 자라왔다. 근데  재미있다. 그런  안에서 개발되어 버린 마음이 있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런 상실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제법 아팠다. 그래서 나는 나와 동일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로하며 사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프지 말아요! 제가  감정을 대신해 드릴  없지만 나도 그런 적은 있다고 말할  있어요!’
 
이렇게 말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유대감을 모른다. 하지만 유대감이라는 감정이 떠나가 버린 그곳에서 동감하는 마음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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