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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Jul 12. 2022

답장을 하지 않는 너에게...

사람

나는 제인(Jane)을 좋아했다. 하지만 제인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제인에게 접근하며 상황을 살필 수 있는 방법은 카카오톡이었다. 내가 간단한 안부나 인사를 물어도 제인은 답장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하루가 지나 의사를 표하거나 반나절 이상이 지나야 했다. 누가 그랬다. 여자는 핸드폰 없이 못 사는 존재라고 말이다. 마음의 간절함을 절실히 담아 메시지를 보내면 몇 시간이고 상황은 그대로였다. 그녀는 확인을 하지 않거나 확인을 하더라도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평일에 나를 보면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거나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러한 그녀의 태도가 나로 하여금 더욱더 절망하도록 만들었다. 나의 간절한 소원은 그랬다. 나의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확인을 하고 반가운 모습으로 나에게 답장을 보내는 상황이었다.

 

나는 더 깊은 그녀의 개인적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카카오톡이 정복이 돼야 그녀의 세상으로 들어가든지 말든지 할 텐데 그녀의 태도는 목석 내지는 도로에 깔아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아스팔트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의 신호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변 사람들은 그 소식을 전부 알고 있었지만 그녀 혼자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안다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시선을 그녀의 스마트폰에서 도무지 떼질 않았다. 스마트폰을 엄지손가락으로 연신 눌러대며 미소를 짓곤 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크게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연신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을 적에 그녀는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그 옆에는 내가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끓어올랐다. 그 이유는 나를 인격으로 대하지 않는 그녀가 미워서였고 그녀를 여전히 좋아하는 내가 미워서였다. 그렇지만 그 미움의 마음이 진짜 미움의 마음으로 변하기까지는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미움의 마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랑이라 표현하는 마음을 앞질렀을 때 나는 행동하기로 했다. 행동에 앞서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여전히 늦은 답장을 보내거나 다음날이 돼서야 짧은 응답을 하곤 했다.

 

‘그 녀석에게는 답장을 바로바로 하겠지?’

 

이런 생각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나왔다. 내가 인격으로 대우를 받지 못한 다는 생각이 창호지에 떨어진 먹물처럼 번져나갔다. 나의 메시지는 여전히 확인이   , 빨갛게 숫자 1 그리며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와 내가 인격  인격이라면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이전에 말이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던 만큼 나는 제인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을 알고 있었다. 제인이 지나다니는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그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물론 나는 야외의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곳에서 오는 그녀를   있었고 그녀는 나를 발견할  없는 자리에서 의자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그녀가  거리를 지나갈 법한 시간이 되어오자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운이 좋게도 멀리서 이쪽 거리로 오고 있는 제인을 발견했다. 나는 재빠르게 카카오톡의 창을 열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녁식사했어? 오늘 날씨가 참 덥지? 퇴근하는 길이니?’

 

이렇게 메시지를 작성해놓고 그녀가 완연하게 내 시야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내 확연한 시야 안으로 그녀가 들어오자 나는 메시지의 전송 버튼을 얼른 눌렀다. 간발의 시간을 두고 그녀의 스마트폰이 울리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렸다. 그녀는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보더니 재차 확인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마트폰의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메시지의 주인공이 바라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스마트폰을 짜증스럽게 핸드백 안으로 쑤셔 넣었다. 나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마음속에 눌려있던 억울함이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 잔을 내려놓고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마음에 있는 모든 용기를 쥐어 짜내서 제인 앞을 가로막았다.

 

“왜 내 메시지 확인하고 모른 척 해? 평소에도 사정이 있거나 바빠서 답장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네? 너는 나를 인격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지?”

 

해가 지는 저녁, 나와 모습을 마주한 그녀는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을 때는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대화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동안 인격으로 존중받지 못함이 너무 억울하여 그럴 수 없었다.

 

“말해봐! 나는 사람이고 사람이 대화라는 것을 하면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너와 같이 반응하는 건 무슨 경우니?”

 

그녀의 얼굴이 사색이 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도망을 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도망갈 곳은 없었다. 나는 그 기세를 몰아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Jane아! 나는 사람이야!”

 

기어이 그녀의 눈에서는 공포의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내 곁에서 영원히 그녀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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