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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Jul 20. 2022

못생김에 대하여...

백조 탄생

살면서 그다지 따스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렸을 적에는 그 따스함을 느끼지 못한 이유가 다른데 있을 거라 굳게 여기며 가정 밖에서 사랑을 구걸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가 사랑을 1차원적으로 받지 못한 이유는 못 생겨서다.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했단 말이다. 내 턱은 소위 말하는 주걱턱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턱은 주걱턱이었고 턱이 그렇게 생긴 만큼 말 또한 어눌하게 보였다. 어눌해 보이는 만큼 자존감은 낮아졌고 1차원적인 어린이들에게는 나는 하대해도 되는 대상임이 틀림없었다. 그때부터였다. 마음에 막연한 분노를 가지며 살게 된 것 말이다. 부당함이라는 것이 언제나 나를 따라왔으니 말이다. 언제고 밝고 사랑 어린 외모로 급우들에게 따스한 호감을 한 몸에 받던 아이들은 나에게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하대의 영양분을 먹으며 자라온 나는 청년이 되어서도 늘 밖으로부터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고착화되고 낮아버린 자존감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고 타인들도 마음의 눈이 있는 한 나에게서 그런 모습을 단숨에 발견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렇게도 나는 마음에 막연한 부당함과 분노를 품으며 자라고 또 자랐다.

 

중년의 나이에 수렴하고 있는 나는 청년의 때에 큰 결정을 하고 말았다. 턱뼈를 깎아서 집어넣기로 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교정의 시간과 수술의 시간을 지나 나도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버리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수술 이후에도 이렇다 할 마음의 변화는 없었다. 이미 언어 속과 마음속에 배어버린 낮은 자존감의 깊은 향기는 떠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갈구했다.

 

아마도 나를 대변하는 가장 큰 감정은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누구고 잠시나마 나에게 인스턴트 적이며 싸구려 같은 호감을 보이노라면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줄 듯 그 대상을 사랑하고 사랑했다. 그렇게 사랑을 갈망했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고 바라는 따뜻하고 영원한 사랑은 나에게 절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숱한 거절의 마음들이 나에게 비료가 되어 내 마음에서 꽃을 피울 때 즈음, 그 열매는.... 아무런 생명이 없을 것 같은 그것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주고 말았다. 그것은 부정 속에서 맺힌 긍정의 열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외로움의 시간 속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처절한 외로움 속에 고독하게 홀로 서있는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나는 정확한 나를 마주했고 또 관찰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제 서야 마음에 나를 향한 사랑의 열매가 한 알 두 알 맺히기 시작했다. 처음의 열매를 보며 미소 짓던 나는 다음의 열매를 보며 웃었고 늘어만 가는 열매를 보며 그 고독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갈구했던 사랑을 타인에게 조금씩 나누었다.

 

지극한 거절감과 외로움 속에서 나를 발견한 나는 그제 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알아버렸다.


이제 나는 해맑게 웃게됐고  더 이상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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