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조(공유하천용수권) ①공유하천의 연안에서 농, 공업을 경영하는 자는 이에 이용하기 위하여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필요한 인수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인수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공작물을 설치할 수 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상린관계 규정 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공유하천용수권'(公有河川用水權)이란 공유하천의 연안에서 농업이나 공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이에 이용하기 위해서 공유하천으로부터 '물 끌어오기'(인수)를 할 수 있고(제1항), 그러한 '물 끌어오기'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작물을 설치(제2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제231조를 찬찬히 읽어 보면서 의미를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격적으로 이 권리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 수리권(水利權)의 개념에 대해 공부하고 지나갑시다. '수리권'이란 물로부터 이익을 얻는 권리라고 직역할 수 있는 단어인데, 법학에서는 물을 지속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여기서 '소유'가 아니라 '사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수리권은 '용수권'(用水權)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내일 공부할 제232조에서는 '용수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리권에 대해서는 여러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어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공부하는 '민법'에 따른 공유하천용수권, '하천법'에 따른 하천유수점용권(허가수리권),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댐 사용권 등입니다(김정곤·이진희, 2013). 예를 들면 '하천법'에서는 아래와 같은 조문을 통해 하천유수점용권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하천법
제33조(하천의 점용허가 등) ①하천구역 안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토지의 점용
(이하 생략)
그런데 수리권에 대해서는 여러 법률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율의 범위가 중복되거나 권리 간의 우선순위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학계에서 오랜 논란이 되어 오고 있습니다. 특히 민법상의 수리권과 하천법상의 수리권의 관계에 대해서도 학자 간에 이견이 많습니다. 여하튼 수리권 파트는 말도 많고, 법률도 많고 내용도 복잡해서 공부할 때 참 머리를 아프게 하는 부분입니다.
*다소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지만, 민법상의 공유하천용수권도 하천법이 시행된 후부터는 하천법상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단지 하천법상의 점용허가는 단지 민법에 대해 성립한 권리에 대한 확인적 성격만을 지닐 뿐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김동건, 2004), 판례의 태도를 분석하면 대법원은 하천법 시행 이후에도 하천법에 의한 해당 관청의 허가 없이도 공유하천용수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견해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전경운·강태수, 2018:333-337면).
자, 다시 공유하천용수권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 권리의 경우 아주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관습상으로 존재해 오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옛날 농촌 이런 곳에서 공유하천 근처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은 그 하천에서 물을 끌어다가 농사에 쓰곤 했는데, 이런 것이 특히 일제의 조선고등법원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것을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민법을 제정하면서 제231조에 명문화한 것이지요(박동열, 2013).
이런 연혁에 비추어, 공유하천용수권이 지역사회의 관행을 기초로 이해관계자 사이의 분쟁과 협의·조정을 거쳐 확립된 관행수리권이라고 하기도 하며, 이에 대비하여 하천법에 따라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어서 생기는 수리권을 허가수리권이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된 관습이 우리 민법에까지 영향을 미친 모습을 보면, 법학에서도 연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민법상의 공유하천용수권 외에 별도의 관행수리권이 민법 제234조에 따라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견해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습니다(전경운·강태수, 2018:322-323면). 복잡한 내용이니 그냥 그렇다는 정도로만 알아 두셔도 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공유하천용수권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나씩 살펴봅시다. 이하의 요건에 관한 설명은 전경운·강태수(2018)에서 크게 인용하였습니다.
제231조제1항은 농업과 공업을 함께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이 조문은 거의 농업과 관련되어 사용되고, 또 요즘 세상에 물레방아 같은 재래식 소규모 공업 같은 것이 예전처럼 흔하지는 않으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엄청 큰 기계가 막 돌아가는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 조문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건 사실 조문에 명확히 나와 있는 요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위에서 공부하였듯이, 제231조는 지역사회에서의 관행에 기초하여 탄생한 조문이고, 관행수리권으로도 불리는 만큼 '관행이 존재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며, 대체로 학설도 그렇게 보고 있는 듯합니다(물론, 반대 견해도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공유하천'이라고 하고 있지요. 공유하천이 아닌 데서 물을 끌어다 쓴 경우는 인정이 안된다는 겁니다. 예전에 우리의 '하천법'에서는 하천을 국유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으나, 2007년 하천법이 개정되면서 국유제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하천법은 하천이 공공의 이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럼 하천법에 따르면 모든 하천이 공유하천 아닌가요? 민법 제231조에서 굳이 공유하천이란 표현을 쓸 이유가 있나요?"
하천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하천"이라 함은 지표면에 내린 빗물 등이 모여 흐르는 물길로서 공공의 이해에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제7조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국가하천 또는 지방하천으로 지정된 것을 말하며, 하천구역과 하천시설을 포함한다.
(이하생략)
일단 민법 자체가 하천법보다 몇 년 앞서 만들어졌기에 민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에는 하천법의 저런 규정을 고려할 수는 없었고, 또 하천법에서의 '하천' 개념과 민법에서의 '공유하천' 개념은 다른 개념이라고 합니다(전경운·강태수, 2018:331면). 특히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이나 지방하천으로 지정되지 아니한 개천이나 도랑 같은 경우에는 하천법상의 '하천'은 아니지만 민법 제231조에서 말하는 '공유하천'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법률에 따라서 같은 단어(하천)라도 그 범위와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어쨌건 공유하천이 아니라 개인 소유의 땅에 있는 못이나 늪 등에서 물을 끌어다 쓴 경우에는 공유하천용수권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가사 장구한 시간 동안 평온, 공연하게 지소로부터 관개용의 물을 대어 써 왔다 할지라도 이 지소가 사유지에 속하여 있는 이상 그러한 사실만으로서는 곧 위의 지소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용수권(지역권)을 법률상 취득한다고는 볼 수 없고 또 그러한 한국의 관습법도 없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1967. 5. 30., 선고, 66다1382, 판결).
제아무리 공유하천용수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물 사용(용수)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제1항은 명시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타당한 내용입니다. 내게 권리가 있다고 공유하천이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물을 끌어다 쓰면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우리는 수리권에 관련한 법률과 공유하천용수권의 연혁, 성립요건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민법에 의하여 인정된 공유하천용수권에 대해서는 한 가지 논쟁이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게 독립된 물권이냐, 아니냐는 건데요. 우리는 물권법을 처음 시작하면서 '물권 법정주의'에 대해 공부한 바 있습니다.
제185조(물권의 종류)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결국 민법 제231조가 바로 '법률로 물권을 창설하는' 조문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건데요, 제231조에서 '이건 물권이다'라고 명시해 놨으면 뭐 확실했겠지만 그렇지는 않은 상황이지요. 여기에 대해서는 상린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권리로서, 토지소유권의 권능에 포함되는 것에 불과하는 견해와, 그것이 아니라 아예 별도의 독립된 물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김준호, 2017; 이광야, 2007). 어느 의견이 타당한지는 참고문헌 등을 찾아서 읽어 보시고 스스로 생각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오늘은 수리권과 공유하천용수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민족이 수천 년간 벼농사를 지어 왔고, 그만큼 물의 이용을 어떻게 규율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 고민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민법의 조문에 녹아 있지요. 특히 물권편의 상린관계 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많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일은 하류 연안의 용수권 보호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동건, <수리권제도-하천의 수리권을 중심으로>, 한국환경법학회, 환경법연구 제26권제2호, 2004, 59면.
김정곤·이진희, <수리권을 고려한 유역물관리 모형의 구축방향>, 물과미래 Vol. 46 No. 5, 2013. 5., 65면.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607면.
박동열, <물법의 진화와 그 방향-미국 수리권의 진화와 공공신탁이론의 전개과정을 중심으로->, 한국법학원, 저스티스 통권 제139호, 2013. 12., 87-88면.
이광야,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 및 배분을 위한 수리권 조정 연구>, 한국농촌공사, 2007, 16면.
전경운·강태수, <민법상 공유하천용수권에 관한 약간의 고찰>, 한국환경법학회, 환경법연구 제40권제2호, 201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