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9조(선의취득)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오늘은 굉장히 중요한 조문을 공부할 겁니다. 바로 동산의 <선의취득>입니다. 전에 우리는 제246조를 공부하였었는데, 거기서 말하기를 동산에 관해서는 선의취득 제도가 있어 제246조가 사실상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246조(점유로 인한 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전항의 점유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개시된 경우에는 5년을 경과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소유권 존중은 가장 기본적인 법률의 원칙 중 하나입니다. 내 물건에 대한 나의 소유권을 당연히 법률이 지켜줄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유물반환청구권(제213조),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 및 방해예방청구권(제214조) 같은 제도를 공부한 것입니다.
그런데 '소유권 존중'이라는 원칙을 칼같이 무조건 지키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동산의 경우에는 더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철수는 예쁜 볼펜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정당한 소유자입니다. 영희는 철수의 볼펜이 마음에 들어 철수와 매매계약을 맺고 볼펜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영희는 돈이 좀 급해져서 친구인 나착함에게 그 볼펜을 다시 돈 받고 팔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처음 있었던 철수-영희 간의 볼펜 매매계약이 불공정계약이라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모종의 사유가 있어 무효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영희는 처음부터 정당한 볼펜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게 됩니다. 엄격하게 소유권 존중의 원칙을 따지면, 영희에게서 2차로 볼펜을 사들인 친구 나착함 역시 <무권리자>로부터 볼펜을 매입한 것이므로 소유권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문제는 동산의 경우, 부동산과 다르게 등기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나착함이 <영희가 진정한 소유자가 맞는지>를 조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동산의 경우 부동산과 달리 등기·등록과 같은 안정된 공시방법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소재가 불확정적입니다. 따라서 동산 거래에서 양도인이 진정한 권리자인지를 일일이 따지기가 어렵고,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착함이 영희에게 이 볼펜이 어디서 났냐고 따져 묻고, 혹시 훔친 것은 아닌지 장물 검사도 하고, 시스템 조회도 하고, 그리고 영희와 철수 간의 계약서를 달라고 해서 그 계약이 유효한지 확인하고... 이런 게 가능할까요? 현실적으로 거의 어려울 것입니다(애초에 볼펜을 팔면서 계약서까지 쓰는 경우도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볼펜 하나 사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 민법은 동산 거래의 안전과 원활을 꾀하기 위하여 특별히 동산에 관해서는 <점유>라는 공시방법을 신뢰한 자는 (설령 그 공시방법이 진실한 권리관계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권리취득을 인정해 주기로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선의취득 제도입니다(김진우, 2005).
이제 제249조를 읽어 봅시다.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사람이 선의, 무과실로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그 동산을 양도한 사람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동산의 소유권을 문제없이 취득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럼 선의취득의 요건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참고로 양수(讓受)란, 법률행위에 의한 권리(소유권)의 이전을 뜻합니다(어려운 용어로 이를 '이전적 승계취득'이라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매매를 통해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매매만 있는 것은 아니고 증여, 질권설정, 대물변제, 양도담보계약, 경매 등도 이러한 <양수>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합니다(김준호, 2017). 선의취득은 개별적인 거래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특정승계에 한정되고 상속이나 합병과 같은 포괄승계에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합니다(박동진, 2022). 여기서는 주로 매매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지만, 양수의 개념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좋을 듯하여 기재합니다.
일단 물건을 양도하는 사람은 무권리자(無權利者, 정당한 권리가 없는 사람)여야 합니다. 만약 양도인이 권리자였다면? 애초에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정당한 권리자에게 돈을 주고 볼펜을 샀다, 그러면 산 사람이 이제 정당한 권리자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선의취득의 논리가 성립하려면 일단 무권리자인 사람이 양도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권리자인 사람이 물건을 '점유'하고 있다가 양도하여야 합니다. 위에서 선의취득의 의의를 말씀드릴 때 눈치채셨겠지만, 동산의 거래행위에는 <등기>라는 제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그나마 <점유>의 상태를 신뢰한 사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선의취득 제도의 취지인 겁니다. 그런데 점유도 하지 않는 상태인데 선의취득 제도를 적용하면 될까요? 애초에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가 되겠지요.
다만, 여기서 무권리자인 양도인의 '점유'는 간접점유나 타주점유라도 가능합니다. 복습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간접점유란 (물건을 직접 지배하는 직접점유와 달리) 점유매개관계를 전제로 하여 어떤 물건을 빌려 쓰거나 보관하는 등 물건을 직접 점유하는 사람에게 반환청구권을 가진 사람에게도 점유를 인정해 주는 제도라고 하였습니다.
제194조(간접점유) 지상권, 전세권, 질권, 사용대차, 임대차, 임치 기타의 관계로 타인으로 하여금 물건을 점유하게 한 자는 간접으로 점유권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 동산이라고 해서 모두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제249조에서는 <동산>이라고 적어 두었는데 무슨 소리입니까?" 마치 모든 동산이 되는 것처럼 적혀 있기는 한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것들이 제외되는 걸까요?
먼저 동산 중에서도 좀 특별한 동산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선박, 건설기계, 항공기 같은 것들인데요. 이게 동산이 맞기는 맞는데 이런 동산은 별도의 공시방법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운전을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등록을 따로 합니다. 등록세도 냅니다. 즉 이러한 동산의 경우 굉장히 크기가 크고, 또 비용도 값비싼 만큼 위의 사례에서 말한 볼펜 따위(?)와는 다르게 별도의 공시방법이 존재하고, 따라서 선의취득 제도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제외됩니다.
다음으로 문제 되는 것은 금전입니다. 네, money를 말하는 겁니다. 동전이나 화폐는 분명히 동산 맞습니다. 부동산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금전은 일반적인 동산과는 조금 다릅니다. 볼펜과 같은 동산은 <글씨를 쓸 수 있다>라는 명확한 기능과 개성이 있는 반면에, 금전은 오로지 거기에 표시된 가치를 위해서 제작된 것입니다. 즉, 개성이 없는 것이지요. 500원짜리 동전은 500원어치의 가치를 나타내어 유통시키기 위한 통화(通貨)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금전이라고 해도, 예외적으로 개성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XX 연도에 발행된 기념주화 500원짜리 동전이 있다고 해봅시다. 굉장히 귀한 물건이어서 동전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아주 인기 좋은 물건입니다. 그렇다면 이때의 이 동전은 단순히 '통화'가 아니라 물건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거래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학설에서는 위의 기념주화 같은 특성을 가지는 금전의 경우에는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는 것에 이견이 없습니다(김진우, 2005; 149면). 다만 문제는 일반적으로 통화로 사용되는 금전입니다. 이 경우에는 선의취득이 대상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놓고 학설의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우리의 다수설은 금전은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여러 교과서에도 대체로 그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즉 금전은 '선의'가 있는 취득이고 뭐고 일단 점유한 사람이 소유권이 있다고 보고, 다만 사후적으로 그 금전의 원래 소유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특히 서을오 교수는 우리 민법학계의 거목인 김중한·곽윤직 교수가 대체로 일치된 견해로서 금전의 선의취득을 부인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이러한 학설이 우리나라의 통설로 뿌리내리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분석하기도 하였습니다(서을오, 2014).
물론 이러한 통설에는 강한 반대 의견도 많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문헌을 찾아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여기서는 다수설의 견해를 소개하는 정도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세번째로는 지시채권, 무기명채권, 그 밖에 유가증권의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나중에 뒤에서 채권법을 공부할 때 나오겠지만 별도로 이들을 규율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선의취득에 관한 제249조를 적용시킬 이유가 없습니다(장재현, 2010). 역시 제외됩니다.
네번째로는 소위 불융통물(不融通物)이라고 하는 것인데요, 표현이 좀 어렵긴 한데 말 그대로 '융통'(거래)이 안 되는 물건이라고 보면 됩니다. 법학에서는 이를 권리의 객체가 될 수는 있으나 사법상 거래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물건이라고 봅니다(이익선, 2017). 대표적인 예로 마약의 경우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약의 경우 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불융통물 역시 선의취득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마지막으로는 권리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권리는 동산도 아니고 부동산도 아닙니다. 따라서 권리 그 자체를 제249조의 적용을 받게 할 수는 없습니다. 판례 역시 "민법 제249조의 선의취득은 점유인도를 물권변동의 요건으로 하는 동산의 소유권취득에 관한 규정으로서( 동법 제343조에 의하여 동산질권에도 준용) 저당권의 취득에는 적용될 수 없다."라고 하여 저당권의 선의취득을 부정한 바가 있습니다(대법원 1985. 12. 24. 선고 84다카2428 판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거래행위는 유효해야 합니다. 우리가 처음 얘기했던 사례를 다시 생각해 봅시다. 볼펜은 원소유자인 철수영희나착함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철수-영희 사이의 거래행위는 문제가 있어서 무효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영희는 무권리자가 되는 거고요.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영희-나착함 사이의 거래행위가 무효면 이건 선의취득 요건 달성에 실패한 겁니다. 애초에 그런 경우에는 나착함이 영희로부터 볼펜의 소유권을 취득할 가능성 자체가 없으니까요. 선의취득이고 뭐고 안됩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동산의 선의취득은 양도인이 무권리자라고 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흠이 없는 거래행위이어야 성립한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22071, 판결).
어찌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위에서 유효한 거래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동산이 유효하게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넘어갔다는 뜻이고, 점유의 이전(인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점유이전의 방법에 대해서 학설의 논란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전에 동산물권이 변동되기 위한 공시방법으로 '인도(引渡, 점유이전)'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 인도의 방법으로 4가지를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복습 차원에서 간단히 생각해 봅시다.
첫째, 현실의 인도입니다. 간단하게 양도인이 물건을 집어서 양수인에게 넘겨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간이인도입니다. 양수인이 이미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독특한 상황일 때에는 양도인-양수인 간의 합의 만으로도 인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셋째, 점유개정입니다. 이번에는 양도인이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맞는데, 동산물권을 양도하면서 당사자 간에 합의를 하여 '양도인'이 물건을 계속 점유하는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양도인은 직접점유자, 양수인은 간접점유자가 되는데, 왜 그런지는 간접점유를 이미 공부하였으므로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넷째,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입니다. 여기서는 제3자가 등장합니다. 목적이 되는 물건(동산)을 제3자가 점유하고 있는 상태일 때, 양도인은 그 제3자에게 갖고 있는 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넘겨줌으로써 동산을 인도한 것으로 퉁친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양도인이 간접점유자, 제3자가 직접점유자인 상태인데 여기서 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넘겨줌으로써, 양수인을 간접점유자 겸 소유자로 만들어 버리는 형태인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이 어려운 분들은 점유와 인도에 관한 내용을 복습하고 오시면 좋을 듯합니다. 어쨌건 다시 선의취득으로 돌아가 봅시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선의취득의 요건인 <양수인의 동산 점유 취득>을 충족시키는 인도 방법에 대해서 학설의 논란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된다는 논의가 있는 것인데요, 중요한 논의이므로 왜 그런지 살펴봅시다.
먼저 <현실의 인도>는 가장 기본적인 인도 방법이므로 당연히 선의취득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무권리자인 양도인이 동산을 직접 넘겨주었고, 양수인이 평온, 공연, 선의, 무과실로 그 동산을 받아 점유하였다면 제249조에 따른 선의취득을 인정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간이인도> 역시 가능합니다. 비록 현실의 인도는 아니지만, 양수인이 물건을 점유한다는 모양이 뚜렷하지 않습니까? 안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동산의 선의취득에 필요한 점유의 취득은 이미 현실적인 점유를 하고 있는 양수인에게는 간이인도에 의한 점유취득으로 그 요건은 충족된다."라고 하여 당연히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81. 8. 20., 선고, 80다2530, 판결).
<점유개정>은 문제입니다. 우리의 다수설과 판례는 점유개정의 방법으로는 선의취득을 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생각해 봅시다. 여기 나거짓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최주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자전거를 한 대 빌려서(임대차계약)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거짓은 무권리자(자전거의 정당한 소유자가 아님)인데도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자전거를 김호구라는 사람에게 팔아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김호구와 합의하여, 김호구로부터 자전거를 빌려쓰는 것으로 하고 자전거는 나거짓 본인이 직접 점유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는 경우, 나거짓이 최주인으로부터 자전거를 빌려 쓰던 시절이건, 김호구에게 자전거를 팔고 자전거를 빌려 쓰는 것으로 하는 시절이건 간에 나거짓이 자전거를 직접점유하는 상태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즉 외부에서 제3자가 보기에는 뭐 변한 게 없다는 겁니다. 이와 같이 외부에서 거의 인식하기도 힘든 거래행위가 있을 때에는, 양수인(김호구)의 신뢰보다는 원소유자(최주인)의 이익을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원소유자(최주인)도 나거짓에게 자전거를 맡긴 상황, 양수인(김호구)도 나거짓에게 자전거를 맡긴 상황, 즉 둘 다 동등한 상황이니 이때에는 원소유자를 더 보호한다는 거지요(김진우, 2007).
우리의 판례 역시 "동산의 선의취득에 필요한 점유의 취득은 현실적인 인도가 있어야 하고 소위 점유개정에 의한 점유취득만으로서는 그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라고 하여 점유개정에 의한 선의취득을 부인하는 입장에 있습니다(대법원 1964. 5. 5. 선고 63다775 판결).
다만, 학자 중에는 선의취득이 상대방의 점유 신뢰를 보호하는 제도인 이상 점유개정을 굳이 다른 인도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보면서 점유개정으로도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비판하는 견해를 제시하는 분도 있습니다(최윤석, 2014). 어느 견해가 타당한지는 참고문헌 등을 읽어 보고 한번 생각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다수설과 판례는 부정설의 입장에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지나가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대해서는 다수설과 판례가 '지명채권 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춘다면 선의취득의 요건 충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박동진, 2022:114면). 반면, 점유개정과 마찬가지로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 역시 외부에서 점유의 이전을 인식하기 어려운 행위이므로 선의취득의 요건 달성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등 반대 견해도 있습니다(김진우, 2007; 32-34면).
*지명채권 양도의 대항요건은 나중에 제450조에서 공부할 내용입니다만, 여기서는 직접점유를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목적물반환청구권이 양도된다는 것을 통지하거나 승낙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고 대략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추후 채권편에서 살펴볼 것입니다.
판례는 "양도인이 소유자로부터 보관을 위탁받은 동산을 제3자에게 보관시킨 경우에 양도인이 그 제3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하고 지명채권 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었을 때에는 동산의 선의취득에 필요한 점유의 취득 요건을 충족한다."라고 하니(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48906, 판결), 참고 바랍니다.
마지막 요건입니다. 제249조에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평온, 공연, 선의, 무과실의 개념은 이미 여러 번 공부하였으므로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네요. 다만, 여기서 <선의>란 양수인이 물건(동산)을 취득하던 때에 양도인이 무권리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의미*하고, <무과실>이란 양수인이 저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정도를 알아 두시면 되겠습니다.
*단순히 몰랐다는 사실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의미에서 양도인을 진정한 권리자로 믿고 거래를 한 정도까지 되어야 한다고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김용담, 2011; 김진우 저술).
우리가 공부했던 민법 제197조에 의하면 평온, 공연, 선의는 추정됩니다. 따라서 선의취득을 주장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마음이 편합니다. 반면 이를 반대편에서 부인하고자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의취득을 주장하는 사람의) 평온, 공연, 선의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경우 이를 깨뜨려야 하는 입증의 부담이 있습니다.
제197조(점유의 태양) ①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②선의의 점유자라도 본권에 관한 소에 패소한 때에는 그 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악의의 점유자로 본다.
문제는 무과실의 요건입니다. 제197조에는 무과실이 추정된다는 말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란이 있습니다. 양수인이 무과실인 것까지 추정이 된다는 견해도 있고 안된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 논란까지 상세히 기술하는 것은 너무 나가는 것 같고, 판례의 입장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시면 될 듯합니다.
판례는 "그렇다면 피고는 본건 봉밀이 타인의 소유임을 알았거나, 몰랐다면 거기에 과실이 있었음이 뚜렷함에도 원심은 이 과실유무에 대한 피고로 부터의 입증을 가려 판단함이 없이 덮어놓고 본건 봉밀까지인도 받았으면 무과실도 추정되는 양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즉시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한 것은 동산 즉시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그릇 인정한 허물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이점을 논난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라고 하여(대법원 1968. 9. 3. 선고 68다169 판결), 무과실은 추정되는 것이 아니고 양수인이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산소유권의 선의취득에 필요한 요건을 알아보았습니다. 위에서 말한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양수인은 그 즉시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따라서 제일 처음에 말했던 철수-영희-나착함의 사례에서도 나착함이 (요건을 충족하기만 한다면) 볼펜의 소유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이러면 원소유자인 철수가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철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자기 볼펜을 빼앗긴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선의취득 제도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억울한 원소유자는 항상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원소유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여기 딱 보면 제일 나쁜 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기 물건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에게 볼펜을 팔아치운 사람입니다. 양도인(영희)이죠. 나착함은 이런 상황을 몰랐으니까 나쁜 놈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나착함도 피해자인 거지요.
양도인이 양수인과의 거래행위로 얻은 이득은 부당이득이 되고, 원소유자(철수)에게 반환하여야 합니다. 그밖에 철수는 영희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김준호, 2017; 544면). 이처럼 원소유자가 너무 억울하지는 않도록 어느 정도 법적인 장치를 두고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볼펜을 뺏긴 철수가 너무 억울하다 싶을 수 있는데, 그래서 우리 민법은 이런 억울한 철수를 위하여 특별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일 배울 내용입니다. 오늘 공부한 내용을 천천히 읽어 꼭 이해하고 넘어가시길 바라며, 내일은 도품, 유실물의 특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담, 「주석민법 물권1(제4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1, 816면(김진우).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541면.
김진우, "점유이탈물과 선의취득", 「인권과 정의」 제341호, 2005, 146면.
김진우,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한 선의취득?", 「민사법학」 제39-1호, 2007, 28-29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116면.
서을오, "금전의 선의취득: 민법 제250조 단서의 학설사", 「법학논집」 제19권제2호, 2014, 79-82면.
이익선, 「법학개론」, 하이안북스, 2017, 204면.
장재현, 「주석민법」, 정림사, 2010, 238면.
최윤석, "동산선의취득의 문제에 관한 연구-점유개정과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를 중심으로-", 「민사법학」 제68호, 2014, 7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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