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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251조, "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

by 법과의 만남
제251조(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 양수인이 도품 또는 유실물을 경매나 공개시장에서 또는 동종류의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에게서 선의로 매수한 때에는 피해자 또는 유실자는 양수인이 지급한 대가를 변상하고 그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자, 이런 사례를 생각해 봅시다. 영희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잡화점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잡화점은 필기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진열되어 있는 볼펜들이 예쁜 것이 많아 영희의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영희는 이에 가게에 들어가서 볼펜을 하나 골라 샀습니다.


그런데 영희가 가게를 나올 때 철수가 등장합니다. "그 볼펜은 제 것입니다. 돌려주십시오." 영희는 무슨 소리냐면서 화를 냈지만, 철수는 계속 주장합니다. "이 가게의 사장은 나도둑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며칠 전 내 볼펜을 훔쳤습니다. 따라서 그 볼펜은 원래 제 것이니, 돌려주십시오." 영희는 당황스럽고 조금 억울하기도 합니다. 자기는 그냥 지나가다가 가게에서 물건을 산 것뿐인데,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니요.


철수의 말이 맞다고 한다면, 영희는 그 볼펜을 정말 돌려주어야 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251조는 영희를 조금 더 보호하고자 합니다. 볼펜을 돌려주기는 돌려주되, 철수는 영희가 볼펜을 사느라 쓴 돈을 변상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251조가 적용되느냐, 안 되느냐는 물건을 산 사람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나타난 '원소유자'에게 물건을 그냥 돌려주느냐, 아니면 돈을 변상받고 돌려주느냐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원소유자에게 돈을 못 받을 경우일지라도, 물건을 팔았던 사람에게 쫓아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훨씬 과정이 번거롭고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 도품을 팔아치운 사람이라면 일단 연락이 잘 안되겠죠...)




제251조는 특별히 경매, 공개시장, 상인으로부터 (선의로) 매수한 경우의 양수인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경매(競賣)란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매도인)이 물건을 사고자 하는 다수의 사람(매수희망인)에게 매수의 청약을 실시해서 그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청약을 한 사람에게 물건을 매도하는 형태의 거래"(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를 말한다고 하며, 때로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 대해서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서 채무자의 재산을 매각하는 방식의 경매도 포함합니다.


특히 제251조에서 말하는 경매는 통상의 강제경매, 담보권 등의 실행을 위한 경매, 공적 경매, 사적 경매, 구두, 입찰을 따지지 않고 넓게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김용담, 2011). 여기서 통상의 강제경매니 담보권 등의 실행을 위한 경매니 하는 말들이 와 닿지 않으실 텐데, 아직 이것들을 모두 공부할 단계는 아니므로 그냥 경매라는 것이 있구나, 라는 정도로만 알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구입했다고 하면, 그것도 제251조에서 말하는 '경매'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타나 물건을 되돌려 달라고 할 때에도 최소한 물건을 살 때 쓴 돈 정도는 보전할 수 있게 됩니다. 물건을 산 사람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한편 공개시장이란, 말 그대로 '공개'된 시장이라는 것인데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점포 같은 것도 이에 해당합니다. 또한 동종류(같은 종류)의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이라고 하는 건, 점포를 가지지 아니하고 같은 종류의 물건(위의 사례에서는 볼펜. 그러나 오직 볼펜만 죽어라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볼펜 외에 다른 물건을 좀 팔아도 상관은 없음)을 판매하는 상인으로서 주로 행상인을 말하는 것입니다(김용담, 2011; 같은쪽).


결국 위의 사례에서 영희는 점포에서 볼펜을 구입한 것이 되므로 다행히 제251조의 적용을 받을 여지가 있게 됩니다. 만약 영희가 점포에서 볼펜을 사지 않고 지나가던 사람(행상인 아님)에게 그냥 사들였다면 제251조의 적용을 받지 못했겠지요.


지나가던 사람에게 산 사람과 공개시장 등에서 산 사람 사이에 왜 이런 차별을 두느냐? 그것은 아무래도 공개시장, 경매 등에서 물건을 가져온 양수인은 좀 더 보호받을 만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지나가는데 어떤 음침하게 생긴 사람이, "좋은 볼펜 있습니다. 싸게 넘길게요." 이렇게 말하면 좀 수상하지 않습니까? 이건 의심을 안 하는 게 이상합니다. 반면 큰 점포에서 파는 볼펜이라면 설마 도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신뢰하기가 쉽지요. 그래서 신뢰가 더 큰 쪽을 더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중고 물건 거래 사이트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 특히 도품이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서 민법 제250조나 제251조가 적용될 만한 사례가 발생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중고 거래 사이트가 민법 제251조의 [공개시장]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없습니다. 된다는 견해도 있고, 그렇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사실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그냥 중고 거래 사이트는 제251조에 해당 안된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는 게 구매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합니다(제251조에 해당 안 되면 제250조에 따라 대가를 못 받고 그냥 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괜히 중고** 같은 곳에서 물건을 샀다가 나중에 도품이라고 하면서 원래 소유자에게 그냥 돌려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항상 중고 물품 거래를 할 때에는 판매자의 신원과 물건의 출처 등을 어떻게든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건의 값이 비쌀수록 더 그래야겠지요.




그런데 경매, 공개시장, 같은 종류의 물건 파는 상인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해서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요건이 더 있습니다. 제251조에 의하면, '선의'로 매수하여야 합니다. 즉 위의 사례에서 영희가 점포에서 볼펜을 구입할 때 그것이 (철수에게서 나도둑이 훔친) 도품이라는 사정을 몰랐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251조에 명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우리 판례는 "민법 제251조는 민법 제249조와 제250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규정이므로 무과실도 당연한 요건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라고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1991. 3. 22., 선고, 91다70, 판결) '선의' 뿐만 아니라 '무과실'도 요건입니다. 따라서 영희는 그 볼펜이 도품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데에 과실도 없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전자기기나 좀 비싼 물건의 경우 시리얼 넘버라든가 제품 일련번호 등이 있어 도난 및 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으나 만약 쉽게 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무과실'을 주장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항상 물건을 살 때 잘 알아보고 사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은 도품, 유실품의 특례에 대해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은 무주물의 귀속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담, 주석민법[물권(1)], 한국사법행정학회, 2011, 832면; 김진우 저술 부분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http://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306&ccfNo=1&cciNo=1&cnpClsNo=1, 2020. 4. 2.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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