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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250조, "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

by 법과의 만남
제250조(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 전조의 경우에 그 동산이 도품이나 유실물인 때에는 피해자 또는 유실자는 도난 또는 유실한 날로부터 2년내에 그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도품이나 유실물이 금전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어제 공부한 선의취득의 내용은 충분히 이해하셨나요? 이를 바탕으로 제250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단어를 살펴보면, 도품(盜品)이란 쉽게 말해서 도둑맞은 물건이지만, 법학에서는 약간 더 정교하게 개념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절도 또는 강도의 경우와 같이 원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박탈된 물건"이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잘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원래 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게 점유가 이전된 경우는 해당되지 않겠지요? 다시 말해 사기·공갈·횡령으로 물건을 뜯어낸(?) 경우에는 원래 권리자도 (그 당시에는 속아서) 물건을 스스로 건네준 것이므로, 결국은 <의사에 반(反)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때문에 이런 경우는 도품에 해당하지 않는 거지요(김용담, 2011). 이 부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유실물(遺失物)이란 쉽게는 잃어버린 물건을 말합니다. 위의 '도품'이 절도·강도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점유를 빼앗긴 물건이라면, 유실물은 소극적인 의미에서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잃어버림으로써) 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말하는 것입니다(장재현, 2010).


우리의 판례는 이에 대해서 "민법 제250조, 제251조 소정의 도품, 유실물이란 원권리자로부터 점유를 수탁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제3자에게 부정 처분한 경우와 같은 위탁물 횡령의 경우는 포함되지 아니하고 또한 점유보조자 내지 소지기관의 횡령처럼 형사법상 절도죄가 되는 경우도 형사법과 민사법의 경우를 동일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진정한 권리자와 선의의 거래 상대방간의 이익형량의 필요성에 있어서 위탁물 횡령의 경우와 다를 바 없으므로 이 역시 민법 제250조의 도품·유실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하고 있으므로(대법원 1991. 3. 22., 선고, 91다70, 판결) 참고 삼아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사실 이 판례에서는 점원과 같은 점유보조자의 절도에 관한 이해도 필요한데, 이 부분은 형법상 절도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우리의 대법원은 점유보조자가 가게의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해 버린 경우에는 소유자(점유자)의 의사가 관여되었다는 점에서 해당 물건을 '도품'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도품'이 아니므로 제249조에 따라 선의취득 규정이 적용되겠지요.


자, 그러면 제250조를 다시 봅시다. 제250조에서는 제249조에서 규정한 선의취득에도 불구하고, 그 물건이 도품이나 유실물인 경우에는 피해자(또는 잃어버린 사람)이 2년 이내에 물건을 되돌려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서 부분은 이따가 살펴볼게요.


제250조는 결국 제249조의 예외에 해당하는 특별한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철수는 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도둑이라는 사람이 원권리자(원소유자)인 철수의 의사에 반하여 그 시계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나도둑은 그 시계를 영희에게 팔았고, 영희는 시계를 평온, 공연, 선의, 무과실로 점유하였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제249조에 따라 영희는 시계의 소유권을 온전히 취득할 겁니다. 그러나 제250조는 해당 시계가 도품이기 때문에 원권리자인 철수가 반환청구권을 가지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영희는 철수에게서 "그건 도둑맞은 내 시계입니다. 돌려주세요."라는 청구를 받으면 시계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결국 영희는 괜히 이상한 물건을 샀다가 2년간 언제 '청구'가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상태가 된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일단 제250조가 제249조의 특칙인 것은 알겠는데, 그러면 위의 사례에서 영희는 <일단 점유했을 때 소유권을 취득했다가 철수가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소유권을 잃는> 것일까요? 아니면 <일단 점유했을 때에도 소유권을 제대로 취득할 수 없으며, 2년간 철수가 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에야 겨우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일까요? 헷갈립니다.


이에 대해서 학설의 견해는 나뉩니다. 일단 우리 학계의 다수 견해는 점유자(영희)의 경우 평온, 공연, 선의, 무과실하게 동산을 점유한 순간 일단 제249조에 따라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다만 2년의 기간 내에 원소유자(철수)가 물건을 되돌려줄 것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소유권을 상실하는(원소유자의 권리 회복)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소수 학설에서는 소유권은 원래 소유자(철수)에게 계속 있으며, 단지 2년의 기간 내에 그가 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면 그때가 되어서야 점유자(영희)가 소유권을 얻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김진우, 2005). 어느 견해에 따르건 반환청구권의 행사가 있은 후에는 철수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결론은 같은데, 어떤 견해가 타당한지는 스스로 생각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제250조 단서도 볼까요? 단서에는 도품이나 유실물이더라도 <금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250조 본문은 "제249조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데, 제250조 단서는 또다시 "제250조 본문에 대한 예외"(예외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그러면 이런 궁금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요? 분명히 어제 제249조를 공부할 때에는 금전은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애초에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면, 굳이 제250조 단서에서 예외를 둘 필요도 없지 않나요? 애초에 제249조 적용을 안 받는데 왜 굳이..."


타당한 질문입니다. 많은 학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얼핏 보기에 다수설의 논리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석해 보세요. 어제 말하기를, 금전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화로서 사용되는 화폐인 금전과, 독특하게 물건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금전(예를 들면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기념주화 같은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수설은 제250조 단서에서 말하는 '금전'은 바로 (통화로서 기능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금전이 아니라, 바로 예외적으로 물건으로 거래가 되는 금전을 말한다고 해석합니다. 이러한 금전의 경우 (다수설에 따라서도) 제249조 선의취득 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제250조 단서에서 충분히 그 '예외의 예외'로 규정하는 의미가 있게 됩니다.


이런 다수설에 의하면 제250조 단서를 둔 취지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전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500원짜리 동전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가치 있는 희귀한 기념주화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선의취득을 한 금전(기념주화와 같은 독특한 금전을 말함)을 선의취득자는 그냥 평범한 500원짜리로 생각하고 써버릴 수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까지 '반환청구권'을 인정하기는 어렵기에 제250조 '본문'으로부터 예외로 만들어 버렸다는 거지요(서을오, 2014). 복잡한 논리입니다만, 애초에 복잡하게 만들어진 논리니까 어렵게 느껴지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다수설에 대해서는 제250조 단서에서 말하는 '금전'은 모든 금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러한 소수 견해에 대해서까지 상세히 저술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문헌을 확인하여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여기서는 다수견해에 따라 제249조 및 제250조 단서를 해석할 때 헷갈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선의취득의 예외에 해당하는 특별한 규정으로서 도품과 유실물에 관한 조문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또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번에는 (어제 공부할 때와 달리) 선의취득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조금 불쌍해 지기도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영희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피를 보게 되겠지만, 영희가 아닌 다른 좀 특별한 케이스인 경우에는 선의취득자가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 내일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담, 주석민법[물권(1)], 한국사법행정학회, 2011, 825면; 김진우 저술 부분

김진우, <점유이탈물과 선의취득>, 대한변호사협회, 인권과 정의 제341호, 2005. 1., 154-155면.

장재현, 주석민법, 정림사, 2010, 240면.

서을오, <금전의 선의취득: 민법 제250조 단서의 학설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논집 19권2호, 2014. 12., 61-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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