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262조, "물건의 공유"

by 법과의 만남
제262조(물건의 공유) ①물건이 지분에 의하여 수인의 소유로 된 때에는 공유로 한다.
②공유자의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


오늘부터는 물권편 제3장 소유권 파트의 마지막, 제3절 [공동소유]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동소유라는 단어 자체는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인데, 다만 민법에서는 이러한 '공동소유'를 3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그것이 바로 공유, 합유, 총유의 개념인데, 오늘 공부할 것은 그중 '공유'입니다. 우선 3가지 유형을 간단하게 살펴봅시다.


공유(共有)란, 여러 사람이 서로 인적 결합관계가 없이, 하나의 물건에 대해서 지분에 따라 각기 독립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명의로 한다고 말하지요? 그것이 바로 공유의 사례입니다. 공유는 지분에 따라 하는 것으로, 부부가 아파트를 1:1의 지분으로 할 수도 있지만 합의하기에 따라서는 4:6이나 3:7로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아니, 부부가 어떻게 서로 인적 결합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의아해하실 수도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인적 결합관계라는 게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나 혼인관계, 혹은 얼마나 친한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개념인 '합유'를 보시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거예요.


합유(合有)란 공유와 총유의 중간 정도에 있는 개념으로서, 여러 사람이 서로 인적 결합관계를 가지고, 그 인적 결합체인 조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형태를 말합니다(한국법제연구원). 조합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공동의 사업을 하기로 하는 인적인 결합체로서, 조합계약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나 대화하던 중 서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같이 음식점을 운영해 보기로 합니다. 일종의 동업계약인 건데요, 이렇게 철수-영희가 합의하여 만들어진 동업체가 바로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요식업이라는 공동사업을 하기로 하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결합체를 이루었으므로 조합인 것이고, 부부는 서로 사랑과 혼인신고로 이루어진 관계이지 동업을 하자고 만든 결합체는 아니기 때문에 '조합'이 아닌 것입니다. 철수와 영희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동업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조합을 이루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조합은 우리가 <민법 총칙> 편에서 다루었던 법인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사단법인이나 조합이나 비슷한 것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다릅니다. 사단법인은 우리가 <총칙>에서 공부한 바와 같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성립하는 것입니다. 정관도 작성해야 하고, 창립총회도 하고, 주무관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아 설립등기까지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조합은 '조합계약'을 통하여 성립하는 것으로, 민법에서는 제703조와 같이 아예 따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사단법인과 달리 조합은 법인격도 인정이 안됩니다. 서로 계약만 해서 법인격까지 인정받을 수 있으면 누가 돈 쓰고 시간 써서 설립허가받고 등기하고... 사단법인 차리겠습니까. 참고로, 우리가 신문에서 보는 '노동조합'이나 '농업협동조합' 같은 것은 이름에 조합이 들어가긴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의미의 조합은 아니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제703조(조합의 의의) ①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②전항의 출자는 금전 기타 재산 또는 노무로 할 수 있다.


어쨌거나 '합유'란 바로 이러한 조합체를 통하여 여러 사람이 물건을 소유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철수와 영희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프라이팬, 조리시설, 수저나 냉장고를 소유하게 될 건데, 이러한 물건은 동업자인 철수와 영희가 합유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합유의 구체적인 특징은 나중에 곧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총유(總有)란, 법인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법인 아닌 사단에 대하여는 우리가 <총칙>에서 공부하였는데요,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법인 편을 한번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총유의 예를 들자면 '종중'이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종중'이라는 말 들어 보셨을 겁니다. 뭐 어디 어디 김 씨 무슨 문파 종중, 이런 거 말입니다. 종중이라는 게 선조를 모시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서 제사도 지내고, 묘가 있는 땅도 관리하고, 그런 것인데요. 이런 종중은 위에서 본 철수-영희의 요식업과는 달리 무슨 공동사업을 하자고 조합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종중의 일원이 각자 1/n 씩 종중 재산을 지분으로 나눠서 갖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공유도 합유도 아니고, 또 다른 제3의 유형인 건데 이걸 '총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총유 제도는 공유나 합유 제도가 거의 대부분의 근대 민법전에서 발견되는 것과 달리 현재 세계적으로 각국의 민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제도라고 하는데요(오소정, 2019), 자세한 내용은 추후 총유에 관한 파트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제262조로 돌아가 읽어 보면, 제1항에서는 물건이 '지분'에 따라 여러 사람의 소유로 된 경우에는 공유로 한다고 하여, 우리가 알아본 공유의 개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이미 공부한 공유의 사례도 있는데요, 동산의 '부합'되거나 '혼화'되었을 때 만약 어떤 것이 주된 것이고 어떤 것이 종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에는 동산의 소유자는 부합 당시의 가액의 비율로 합성물(혼화물)을 공유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제257조, 제258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바로 '공유'가 되는 것이지요.


또 우리가 매장물에 대해 공부할 때, 매장물은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공고한 후 1년 내에 그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하면 발견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기로 했지만, 예외적으로 타인의 토지 등으로부터 발견한 매장물은 그 토지 등의 물건 소유자와 발견자가 절반씩 갖는 것으로 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제254조 단서). 바로 이런 경우에도 공유관계가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부했던 것과 비교하여 이해하시면 '공유'의 개념이 좀 더 와 닿을 거예요.


제2항은 공유자의 지분을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말일까요? 원래 공유의 특성상 당사자 간에 합의를 하면 지분을 3:7로 할지, 4:6으로 할지 얼마든지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항상 모든 것을 꼼꼼하게 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지분을 얼마로 정했는지가 애매할 수도 있지요. 그런 경우에는 공평하게 1:1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2명이면 1/2, 3명이면 1/3이 되겠지요. 사실 현실에서는 (특히 부동산 같은 경우) 지분등기를 하여야 하고, 또 지분이란 것 자체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그걸 까먹고 안 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는 합니다.


오늘은 '공동소유'의 3가지 유형인 공유, 합유, 총유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공유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공유의 구체적인 특징에 대해서 하나씩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오소정, <공동소유의 법리에 관한 연구-합유를 중심으로>, 한국비교사법학회, 비교사법26(4), 2019. 11., 360면.

한국법제연구원 법령용어사전, http://www.klri.re.kr/kor/business/bizLawDicKeyword.do, 2020. 5. 26.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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