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263조, "공유지분의 처분과 공유물의 사용"

by 법과의 만남
제263조(공유지분의 처분과 공유물의 사용, 수익) 공유자는 그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다.


어제 우리는 공유의 개념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물건을 (인적 결합관계가 없는) 여러 사람이 지분에 따라 소유하는 것을 공유라고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공유자는 지분에 의하여 물건을 소유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 부동산 등기를 확인해 볼까요? 이건 가상의 아파트를 상정하여 만든 것입니다. 편의상 30평형대 아파트라고 생각해 보죠.


image001.jpg 출처: 가상으로 작성


이 30평 아파트의 경우, 공유자는 2명으로, 철수와 영희가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 등기에서 [권리자 및 기타사항]에 보면 공유자인 철수와 영희의 이름, 그리고 지분이 나와 있지요.

참고로 ‘지분’이란 소유권을 나눠 행사할 수 있도록 비율을 정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공유자의 권리는 그 토지의 각 부분 및 전부에 미친다 할지라도 여러 사람이 공동하여 소유권을 보유하는 결과로서 그 소유권행사의 비율을 정할 필요가 있고, 이 비율을 가리켜서 지분이라고 말하는 바”라고 하여, 지분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70. 12. 29. 선고 70다2337 판결).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이런 경우라고 해서 철수와 영희가 각각 소유권을 1개씩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1개인데, 다만 그 1개의 소유권을 철수와 영희가 절반의 비율로 나누어 갖고 있을 뿐입니다(이른바 양적 분할설). 통설은 소유권이 2개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주의할 것은, 공유의 개념에 대하여 위의 학설(양적 분할설; 1개의 소유권이 분량적으로 분할되어 여러 사람에게 속한다는 견해)이 통설이기는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학설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다수 소유권 경합설에서는, 여러 사람이 1개의 물건 위에 각자 1개의 소유권을 갖고 있으며, 각 소유자는 일정비율에 따라 제한을 받고 그 내용의 총화가 독립한 1개의 소유권의 내용과 같은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송덕수, 2022). 통설이 타당한지, 소수설이 타당한지는 참고문헌을 읽고 스스로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판례 역시 “민법 제263조는 이러한 소유권의 권능이 공유지분권에도 마찬가지로 존재하되, 공유관계에서는 1개의 소유권이 여러 공유자에게 나누어 귀속됨에 따라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판례(대법원 1965. 11. 9. 선고 65다1646 판결)가 다수소유권 경합설의 입장을 취한 적도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송덕수, 2022; 최준규, 2019).


그런데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이 아파트는 철수가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데, 그러면 철수의 지분은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주방과 거실까지를 철수의 것이라고 하면 될까요? 아니면 침실부터 화장실까지? 만약 주방과 거실이라고 하면, 철수는 침실에 들어가기 전에 영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철수는 물론 영희도 아파트의 50%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전체를 쓸 수 있습니다. 철수는 거실에서 TV도 볼 수 있고, 침실에서 잠도 잘 수 있고, 화장실에서 볼 일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영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제263조에서는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사용·수익 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제263조에서는 공유물 전부라고는 하고 있는데, 또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요? 논리적으로 표현이 모순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표현이 헷갈리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 문장은 이런 의미입니다. 바로 공유자는 공유물 전체를 사용, 수익 할 수 있지만, 다만 그 사용 및 수익이 지분에 의하여 제약이 된다는 뜻입니다(최준규, 2019: 26면).


즉 철수는 위 아파트의 공유자로서 아파트 전체를 사용, 수익 할 수 있지만, 그 아파트를 혼자서 사용하려고 영희를 쫓아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희 역시 50%의 지분을 가진 공유자로서, ‘공유물 전체’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공유자들 사이에 공유물 관리에 관한 결정이 없는 경우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를 배제하고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사용하는 것은 위법하여 허용되지 않지만, 다른 공유자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즉 비독점적인 형태로 공유물 전부를 다른 공유자와 함께 점유·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지분권에 기초한 것으로 적법하다.”라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철수가 영희와 같이 살면서 아파트 전체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또, 철수가 1년 중 6개월 동안 혼자 아파트 전체를 사용하고, 나머지 6개월은 영희가 혼자 아파트 전체를 사용하기로 하는 것도 (둘 사이에 합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어쨌건 아파트 면적의 절반 부분에 선을 그어 두고, 철수가 그 선을 벗어나면 경찰이 출동해서 체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구체적인 사용방법은 공유자들끼리 내부적으로 정하면 되겠지요.

*다만, 학설과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는 공유관계 중에 ‘구분소유적 공유’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민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통상적인 공유와 달리 공유자들이 각자 특정된 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관계인데요. 여기서는 해당 개념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따로 인터넷에 검색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철수와 영희는 서로 합의해서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거기서 발생하는 임대료는 일종의 법정과실로서(과실의 개념에 대하여는 민법 제101조 부분 참조),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게 되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의 판례는 “부동산의 1/7 지분 소유권자가 타공유자의 동의없이 그 부동산을 타에 임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였다면, 이로 인한 수익 중 자신의 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법률상 원인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이 되어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고, 또한 위 무단임대행위는 다른 공유지분권자의 사용, 수익을 침해한 불법행위가 성립되어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하여(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다23639 판결), 공유자 중 1명이 자기 마음대로 부동산을 남에게 빌려주어 수익을 내버린 경우 그 수익 중 자기 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공유자들에게 부당이득으로 돌려주고, 손해가 있는 경우 배상도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공유물 전부’를 사용·수익 할 수 있지만 그 지분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는 말이 이해가 가시지요?




자, 아파트의 공유자인 철수와 영희는 함께 아파트를 매입하여 서로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상정해 봅시다. 영희는 아파트를 전세로 놓아 보증금을 받고 싶어 하는데, 철수는 월세를 놓고 싶어 합니다. 서로 의견이 안 맞아 다툼이 생겼습니다. 생각해보니 철수는 영희가 하는 짓도 얄밉고 항상 자기 의견만 내세워서, 앞으로 별로 얼굴 보고 싶지가 않아졌습니다. 그럼 철수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철수가 자기 지분을 남에게 팔아 버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자신의 지분을 나부자에게 팔아 버리는 경우, 이제 새로운 공유자는 나부자가 되고, 따라서 영희의 사업 파트너(?)도 나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263조에서 “공유자는 그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어쨌건 철수가 자기 지분을 팔아 치우는데 영희의 동의가 필요하거나 한 것이 아니니, 철수는 자유롭게 영희와 Bye Bye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철수는 자기 지분만 팔 수 있고, 영희의 지분에는 손 못 댑니다. 영희가 “누구 마음대로 공유지분을 넘겨?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야!”라고 하면서 화를 내도 소용없습니다. 이건 철수의 지분을 파는 것은 철수의 자유입니다.

*참고로 ‘처분’이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민법 제211조 부분에서 공부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공유자가 자신의 지분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 한다는 말의 의미를 꼭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내용에 대해서는 자기 지분에 대해 지상권, 전세권 등 용익물권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논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추후에 용익물권에 관한 내용을 공부한 후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하고 일단은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공유물의 처분 및 변경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8-9면(최준규).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543-544면.



2024.1.5.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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