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조(합유물의 처분, 변경과 보존) 합유물을 처분 또는 변경함에는 합유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
제272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본문을 볼까요? 본문에서는 합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처분 및 변경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미 공부하였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제264조 부분을 복습하고 오시면 좋을 듯합니다), 합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합유자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합유물을 팔아 버린 경우, 그 매매는 무효가 됩니다.
참고로 우리가 공유물 처분에 대해서 공부할 때에도,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공유물을 처분할 수 없다고 공부했었습니다(제264조). 얼핏 보기에 합유물 처분에서도 다른 사람 동의가 있어야 하니까 비슷해 보이긴 합니다만, 그 효과에서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제264조 부분을 복습하고 오시면 아시겠지만, 동의 없이 공유물을 처분한 경우 적어도 그 매매계약은 처분을 맘대로 해버린 공유자의 지분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고 지분 범위를 벗어난 부분에서 무효가 되는 것이 됩니다. 반면 오늘 공부하는 제272조의 경우, 합유물이 동의 없이 처분된 경우에는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유지분과 합유지분의 차이에 기인하는데요, 내일 공부할 제273조를 알고 나면 더 이해가 쉽게 가실 것이니 일단은 여기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264조(공유물의 처분, 변경)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지 못한다.
제272조 단서에서는 본문에도 불구하고 보존행위의 경우에는 합유자 각자가 (전원의 동의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265조를 공부할 때 공유물의 경우에도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고 했던 것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제265조(공유물의 관리, 보존)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한다. 그러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하시면 되겠습니다. 공유관계와 합유관계 모두 목적물의 처분·변경은 각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다만 동의 없이 물건을 처분한 경우의 법률관계는 조금 차이가 난다, 그리고 보존행위는 공유자든 합유자든 각자가 할 수 있다, 라는 것입니다. 조금 과하게 단순화한 감이 있지만 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제272조를 공부할 때면 민법 교과서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한번 언급해 볼까 합니다. 저희가 합유에 대해 처음 공부할 때 '조합'이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합유의 개념 자체가 여러 사람이 조합체를 이루어 물건을 함께 소유하는 형태라고 공부했었습니다.
*조합과 합유는 개념적으로는 구분하셔야 합니다.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합은 쉽게 생각하면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고요, 조합계약은 바로 그러한 조합을 만들어낸 계약입니다('조합'이라는 단어로 '조합계약'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헷갈리니까 여기서는 '조합'과 '조합계약'으로 구분하겠습니다). 합유는 공동소유의 형태 중 하나를 말하는 것입니다. 개념을 명확히 구별하여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이 구별이 왜 중요한지는 후술하는 제706조와의 관계에서 알게 되실 것입니다.
우리 민법에서는 '조합'에 대해서 따로 규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물권] 편(제2편)을 넘어가면 [채권] 편(제3편)을 공부하게 되는데요, 제3편에서는 [계약]의 장(제2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계약에 대해서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2장의 바로 제13절이 [조합] 입니다. 제703조부터 조합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시작하고 있지요.
제703조(조합의 의의) ①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②전항의 출자는 금전 기타 재산 또는 노무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제13절을 읽다 보면 "뭔가 이상한데?" 싶은 부분이 나옵니다. 바로 제706조인데요, 한번 읽어 봅시다.
제706조(사무집행의 방법) ①조합계약으로 업무집행자를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써 이를 선임한다.
②조합의 업무집행은 조합원의 과반수로써 결정한다. 업무집행자 수인인 때에는 그 과반수로써 결정한다.
③조합의 통상사무는 전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각 조합원 또는 각 업무집행자가 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무의 완료전에 다른 조합원 또는 다른 업무집행자의 이의가 있는 때에는 즉시 중지하여야 한다.
제706조제2항을 봅시다. 업무집행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간단하게만 알아보면, 조합이 2명 정도면 상관없지만 수십여 명의 사람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항상 모두가 참여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 중에 업무집행을 하는 조합원을 따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건 제2항에 의하면 조합의 업무집행(특별사무)은 조합원의 과반수로 정한다고 합니다(통상사무의 경우 제706조제3항에 따름). 그런데 조합이 가진 물건은 ‘합유물’이잖아요? 그리고 합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는 것도 조합의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고, 우리 대법원은 이를 특별사무로 보아 제2항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합유물의 처분·변경은 조합의 업무집행이니까 제706조제2항 본문에 따르면 조합원의 과반수로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우리가 방금 공부한 제272조에서는 합유자 전원(조합인 경우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272조와 제706조제2항의 규정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에 대해서 학설의 다툼이 있었습니다만 모두 알아보기는 분량상 어렵고, 판례의 입장만 알아보겠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272조에 따르면 합유물을 처분 또는 변경함에는 합유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나, 합유물 가운데서도 조합재산의 경우 그 처분·변경에 관한 행위는 조합의 특별사무에 해당하는 업무집행으로서, 이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06조 제2항이 민법 제272조에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조합재산의 처분·변경은 업무집행자가 없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과반수로 결정하고, 업무집행자가 수인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집행자의 과반수로써 결정하며, 업무집행자가 1인만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집행자가 단독으로 결정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다18911 판결)라고 합니다.
즉, 우리 대법원은 일반적인 합유물의 경우는 제272조를 적용하지만, 조합재산인 합유물이라면 제706조제2항을 제272조보다 우선하여 적용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박동진, 2022). 따라서 (판례에 따른다면) 조합의 재산을 처분·변경할 때에는 비록 그것이 합유물이기는 해도 제272조가 아니라 제706조가 적용됩니다. 즉, 업무집행자가 없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과반수로 결정하고요, 업무집행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업무집행자가 결정하고, 업무집행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그 사람들의 과반수로 정하게 됩니다.
"뭐야, 그럼 제272조는 괜히 공부했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합유관계 중에서도 민법 제13절 [조합]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신탁법이 적용되는 합유관계의 경우에는 민법상 조합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제706조와 제272조 간의 충돌 문제가 없고요, 제272조가 적용되게 됩니다(지원림, 2013). 법률 규정의 적용과 관련된 부분인데, 조합에 관한 규정과 합유에 관한 규정이 민법에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합유'와 '조합'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시면 덜 헷갈릴 것입니다.
오늘은 합유물의 처분과 변경, 보존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합유지분의 처분에 대해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지원림, 민법강의, 홍문사, 제11판, 2013, 644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264-265면.
2024.1.8.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