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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07. 2021

민법 제311조, "전세권의 소멸청구"

제311조(전세권의 소멸청구) ①전세권자가 전세권설정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이를 사용, 수익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에 대하여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오늘은 전세권의 존속기간에 관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제1항에서는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10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자신이 가진 건물에 대해서 영희에게 전세권을 설정하여 주고, 계약에서 기간을 12년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은 10년으로 단축해서 본다는 것입니다(제1항 후단).


그런데 왜 이런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일까요?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10년이 넘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일까요? 왜 제312조제1항 같은 조문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상권의 경우에는 지상물을 존속시키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고, 지상물에 자본을 투하한 지상권자의 보호도 되므로 존속기간이 길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전세권의 경우에는 목적물에 전세권자가 (대체로) 큰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소유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제한물권이니만큼 기간을 너무 길게 주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김증한·김학동, 1997).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것 자체가 계약자유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고, 따라서 위헌이라는 견해도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곽윤직·김재형, 2015). 학설의 자세한 내용과 찬반대립은 말씀드린 참고문헌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제2항을 봅시다. 만약 서로 합의가 되어서, 계약서에 “내 건물에 대한 전세권 기간은 9개월로 하자.”라고 적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제2항에 의하면 그것은 1년으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권의 기간을 따로 약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볼 것입니다. 즉, 어떤 경우라도 최소 1년은 전세 기간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지요(김준호, 2017). 제2항은 건물전세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제2항은 그냥 전세권이 아니라 ‘건물’에 대한 전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토지 전세권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제3항을 보겠습니다. 전세권은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갱신할 수 있습니다(이른바 약정갱신). 다만, 갱신을 하더라도, 그 기간은 갱신한 날부터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갱신할 때에는 10년을 넘길 수 있다고 하면, 사실상 제1항이 무력화되는 셈이니 곤란하겠지요. 물론, 갱신을 하더라도 해당 내용은 등기를 하여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민법 제186조).


제4항을 보겠습니다. 뭔가 문장이 긴데, 이건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한 건물의 소유자입니다. 철수는 목돈이 필요해서, 건물을 전세를 놓았고, 옆집의 영희에게 전세권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이들은 전세권 설정계약을 맺고, 기간은 5년, 전세금은 3억원으로 합의하였습니다.


영희는 철수의 건물을 빌려서 잘 썼는데, 벌써 5년이 흘러 전세기간이 거의 끝날 때가 되자 좀 불안해졌습니다. 그래서 기간 종료 전 6개월 전부터 철수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제 전세권 갱신해 주실 건가요?”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철수는 읽고 답이 없습니다.


영희는 철수가 별 말이 없는 것이 좀 찝찝하기는 하지만 갱신을 해주긴 할건가 보다,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세권 존속기간이 이틀 남았을 때, 철수에게 전화가 옵니다. 방을 빼라는 거죠. 당황한 영희는 “아니, 갑자기 이렇게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저는 당연히 갱신해 주실 줄 알고 다른 건물은 알아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얘기해 보지만, 철수는 전세금을 1억원 올려 주든지 아니면 나가라며 막무가내입니다.


이런 경우 영희는 제312조제4항을 인용하여 철수에게 반박할 수 있습니다. 건물의 전세권설정자(철수)가 전세권 존속기간이 끝나기 전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그 사이에 전세권자(영희)에 대하여 갱신거절의 통지(“전세권 갱신 못해줍니다”) 또는 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전세금 1억원 안 올려주면 갱신 안합니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이므로, 전세권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기존의 전세권과 동일한 조건(전세금 3억원)으로 다시 전세권을 설정해 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다만, 존속기간은 정함이 따로 없는 전세권이라고 봅니다(제4항 단서). 따라서, 영희는 갑자기 나갈 곳을 알아보지 않아도 됩니다.

*원문에는 ‘전전세권’이라고 되어 있어서 우리가 전에 공부한 전전세와 헷갈릴 수 있는데, 한자가 다릅니다. 제312조제4항의 전전세권은 전(前)전세권으로, ‘예전 전세권’을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가 공부한 전전세는 ‘바뀌다, 옮기다, 구르다’라는 뜻의 전(轉)을 씁니다.


이러한 제4항의 규정은, 전세권자를 갑작스러운 “방 빼라”는 요구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도 유사한 규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更新拒絶)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② 제1항의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③ 2기(期)의 차임액(借賃額)에   달하도록 연체하거나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임차인에 대하여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12조제4항에 따라 전세권이 (전세권 설정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갱신되는 경우 법률에 의해서 강제로 갱신이 된다는 의미에서 법정갱신이라고도 부릅니다. 


대법원은 "전세권의 법정갱신(민법 제312조제4항)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변동이므로 전세권갱신에 관한 등기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전세권자는 그 등기없이도 전세권설정자나 그 목적물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라고 하여(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1029 판결), 이 법정갱신은 민법 제187조에 따라 별도로 등기를 하지 아니하여도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앞서 제2항과 마찬가지로 제4항 역시 ‘건물’ 전세권설정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제4항에 따른 법정갱신은 토지전세권자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나중에 공부할 제313조가 적용되어, 당사자는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전세권 소멸통고를 할 수 있으며, 6개월이 경과한 후 전세권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송덕수, 2022).


오늘은 전세권의 존속기간과 법정갱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전세금의 증감청구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곽윤직·김재형, 「물권법(제8판)」, 박영사, 2015, 347면.

김증한·김학동, 「물권법(제9판)」, 박영사, 1997, 416면.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758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587면.




2024.1.17.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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