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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Nov 30. 2021

민법 제317조, "전세권의 소멸과 동시이행"

제317조(전세권의 소멸과 동시이행) 전세권이 소멸한 때에는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로부터 그 목적물의 인도 및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의 교부를 받는 동시에 전세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오늘은 동시이행이라는 개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317조는, 전세권이 소멸한 때에는 전세권 설정자가 전세권자로부터 그 목적물을 돌려받고(인도), 전세권 설정등기를 말소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받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세금을 전세권자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자, 철수는 건물의 소유자이고, 자신의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하는 계약을 영희가 맺었다고 합시다. 철수는 이제 전세권 설정자가 되고, 영희는 전세권자가 됩니다. 전세권의 존속기간은 3년으로 정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영희는 전세금으로 3억원을 철수에게 주었습니다.


3년이 지나면, 이제 계약 기간이 끝나 영희의 전세권은 소멸하게 됩니다. 그러면, 철수와 영희는 각각 다음과 같은 의무를 지게 됩니다. 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거지요.

철수(전세권 설정자): 이제 영희에게 3억원의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주어야 할 의무
영희(전세권자): ①이제 철수의 건물을 철수에게 온전히 돌려주어야 할 의무(방을 뺄 의무라고 하겠습니다), ②전세권이 등기되어 있으므로, 전세권의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철수에게 건네줄 의무

정리하자면 저런 상황인 것입니다. 제317조는 이러한 철수의 의무와 영희의 의무는 동시에 이행되어야 하는 관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0.1초도 오차 없이 스톱워치를 켜고 둘이 동시에 후다닥 해야 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어느 한쪽의 의무가 더 중요해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든지, 그런 의미의 우선순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둘 다 동등하게 중요한 의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영희(전세권자)가 건물에서 방을 빼지도 않으면서, 철수(전세권 설정자)에게 “전세권 존속기간이 끝났으니 내 돈 3억원을 빨리 돌려주십시오.”라고 하면, 철수는 “민법 제317조에 따라 당신의 의무와 나의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데, 당신은 자신의 의무를 아직 이행하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내 의무를 이행하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라고 반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만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례를 약간 비틀어서, 3년의 존속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에 철수가 자신의 건물을 나부자에게 팔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영희는 자신의 전세금을 누구에게 청구해서 받아야 하는 걸까요? 옛날 소유자인 철수? 지금 소유자인 나부자?


여기에 대해서는 학설의 대립이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새로운 목적물의 소유자인 나부자가 전세금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이른바 승계인정설). 대법원은 “민법이 전세권 관계로부터 생기는 상환청구, 소멸청구, 갱신청구, 전세금증감청구, 원상회복, 매수청구 등의 법률관계의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는 전세권설정자 또는 소유자는 모두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신 소유자로 새길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므로, 전세권은 전세권자와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신 소유자 사이에서 계속 동일한 내용으로 존속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9다15122 판결).


다만,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는 비판도 있습니다. 새로운 소유자가 전세권설정자의 지위까지 당연히 인수한다고 해석하는 어려운 점, 소유권변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매수인이 전세금을 나중에 전세권자에게 반환하겠다고 하는 이행인수에 불과한 점, 이행인수는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이고 전세권자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점, 채무인수 또는 계약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전세권자의 동의가 필요한 점 등이 반박의 논거로 제시됩니다(김준호, 2017). 물론, 아직은 이행인수나 채무인수와 같은 개념을 살펴보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을 지금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반론이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까요? 만약 건물 소유자가 철수 혼자가 아니라 철수 동생, 철수 친구 이렇게 3명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영희는 셋 중 누구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으면 되는 걸까요?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셋 중 누구에게라도 1명 찍어서 달라고 하면 됩니다. 여러 명이 지는 전세금반환채무는 나중에 공부할 불가분채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경우 1인에게 채무 전부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411조, 제414조). 다만, 1명에게 한 이행청구로는 다른 채무자에게 시효중단이나 이행지체 같은 효과를 미칠 수 없는데요(조용현, 2019), 이 부분은 나중에 어차피 다수당사자 채권채무 관계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니 지금은 그냥 누구에게든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결론만 알고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오늘은 전세권의 소멸에 따른 동시이행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본문에서는 편의상 존속기간의 만료로 전세권이 소멸하게 되는 예시를 들었지만, 우리가 그동안 공부했던 소멸통고에 따른 소멸이나(제313조), 목적물의 멸실(제314조)에 의해서 전세권이 소멸하는 경우에도 오늘 공부한 동시이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전세권자의 경매청구권에 대하여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769-771면.




2024.1.19.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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