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Nov 22. 2021

민법 제316조, "원상회복의무, 매수청구권"

제316조(원상회복의무, 매수청구권) ①전세권이 그 존속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한 때에는 전세권자는 그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야 하며 그 목적물에 부속시킨 물건은 수거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권설정자가 그 부속물건의 매수를 청구한 때에는 전세권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그 부속물건이 전세권설정자의 동의를 얻어 부속시킨 것인 때에는 전세권자는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그 부속물건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그 부속물건이 전세권설정자로부터 매수한 것인 때에도 같다.


제316조제1항을 보겠습니다. 전세권이 존속기간의 만료로 소멸하게 될 때, 전세권자는 (빌려 썼던) 목적물을 원래대로 되돌려 두어야 하고, 부속시킨 물건은 수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세권 설정자가 부속된 물건을 자기가 사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전세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는 거절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1항에서 말하는 ‘부속시킨 물건’(부속물)이란 뭘까요? 일단은 뭔가 붙어 있는 물건입니다. 또 붙어는 있는데, 아예 완전히 결합된 정도는 아니고 독립된 물건이긴 합니다. 즉, 부속물이란 전세목적물과 분리는 가능하지만, 분리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정도로 결합된 물건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돈은 들지만 분리가 가능은 하다는 것으로, 만약 분리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결합되어 있다면 그것은 부속물이라고 할 수 없고 ‘부합’의 법리가 적용됩니다. 제316조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지요. 따라서 제256조(부동산에의 부합)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전세권설정자)가 부합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대신 이러한 경우 전세권자는 유익비상환청구(제310조)가 가능하겠지요(박동진, 2022). 부속과 부합의 개념은 다르고, 어떤 것에 해당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민법 조문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제256조(부동산에의 부합)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10조(전세권자의 상환청구권)   ①전세권자가 목적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유익비에 관하여는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 한하여 소유자의 선택에   좇아 그 지출액이나 증가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 법원은 소유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건물의 소유자로, 영희와 전세권 설정계약을 맺고 영희에게 건물을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영희는 전세권자로서 건물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꾸미고, 여러 가지 소품들도 들여왔습니다. 커튼도 달고요. 조리시설도 설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기간이 만료되면, 영희는 원래의 상태대로 철수에게 건물을 돌려주어야 합니다(제316조제1항 본문). 이를 전세권자의 원상회복의무라고 합니다. 철수는 다시 그 건물을 마음대로 써야 하는데, 영희가 두고 간 쓰레기나 소품들이 널브러져 있으면 안 되겠지요.


그런데, 영희가 부속시킨 조리시설 같은 것들은 철수가 보니까 그냥 철거하기 아까운 겁니다. 그래서 철수는 영희에게, “저 조리시설은 제게 파세요. 치우지 말고 그냥 두세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것이 바로 전세권 설정자의 부속물매수청구권입니다(제316조제1항 단서). 전세권 설정자의 부속물매수청구가 있으면, 전세권자(영희)는 정당한 이유 없이는 이를 거절하지 못합니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여기서는 부속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전세 목적물과 독립된 별개의 물건인 상태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영희가 설치한 조리시설이 건물에 대공사를 한 것이어서 건물을 부수지 않는 한 철거할 수 없을 정도라면, 이건 부속물이라고 하기 어렵고 건물의 구성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늘 공부하는 제316조가 적용될 수는 없고, 예전에 공부했던 유익비 상환청구권이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구성부분이 되어 버린 조리시설에 대해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영희가) 행사하려면, 조리시설이 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요건이 만족되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부속물매수청구권이 꼭 전세권 설정자에게만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제2항을 봅시다. 

부속물이 전세권 설정자 스스로 동의해서 부속시킨 것일 때에는, 전세권자가 오히려 전세권 설정자에 대하여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영희가 설치한 조리시설이 철수(전세권 설정자)의 동의를 받아서 설치하였던 것이라면, 계약 기간이 종료될 때 영희는 도리어 철수에게 조리시설을 사들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제2항 단서에서는, 전세권 설정자로부터 부속물을 사들였던 경우에도 동일하게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부속물매수청구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살펴본 내용을 곱씹어 보면, 비슷한 내용을 전에도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전에 우리는 지상권이 소멸한 후, 지상권자의 수거의무와 매수청구권에 대해 공부하였던 바 있지요(제285조). 오늘 살펴본 조문도 바로 이러한 지상권에서의 규정과 취지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조용현, 2019).                    

제285조(수거의무, 매수청구권) ①지상권이   소멸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수거하여 토지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지상권설정자가 상당한 가액을 제공하여 그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널어갈 것이 있습니다. 여러 교과서에서는 제316조제1항과 제2항에서 말하는 청구권을 모두 ‘부속물매수청구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표현인데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이거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먼저 제1항 단서에서의 청구권은 전세권설정자(부동산 소유자)가 전세권자(물건을 부속시킨 사람)에게 “자신에게 물건을 팔아줄 것”을 청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제2항에서 말하는 청구권은 전세권자가 전세권설정자에게 “자신의 물건을 사줄 것”을 청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의미가 좀 다릅니다. “네 물건을 사겠다/네 물건을 내게 팔아라”(제1항 단서)라는 말과 “내 물건을 사달라”(제2항)라는 말은 다르니까요. 참고로, 지상권 파트에서의 지상물매수청구권도 표현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제283조제2항은 “내 물건을 사달라”라는 의미이며, 제285조제2항은 “네 물건을 내게 팔아라”라는 의미입니다. 여러분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학계에서도 이러한 민법의 표현에 대한 지적이 있으며, 제316조제1항 단서의 ‘매수’는 사실 ‘매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매수가 아닌 매도청구권) 해당 조문을 “전세물소유자가 전세권자에게 그 부속물을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이라고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강태성, 2018).


예전에 공부한 개념들이 군데군데 다시 튀어나오니, 당황하지 마시고 복습 차원에서 옛날 글을 읽어 보시면, 새로운 느낌이 있을 거예요. 

내일은 전세권 소멸과 동시이행의 문제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강태성, “민법 제314조와 제316조에 대한 검토 및 개정안”, 한국법정책학회, 법과 정책연구 제18집제2호, 2018, 503-504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406면(조용현).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373면.



2024.1.18. 업데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315조, "전세권자의 손해배상책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