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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Dec 08. 2021

민법 제318조, "전세권자의 경매청구권"

제318조(전세권자의 경매청구권)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의 반환을 지체한 때에는 전세권자는 민사집행법의 정한 바에 의하여 전세권의 목적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


오늘은 경매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이 단어,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민법 제187조를 공부하면서 '경매'라는 단어를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경매와 '전세권자의 우선변제권'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한 적이 있는데, 바로 민법 제303조에서 입니다. 기억이 안 난다 하시는 분들은 이 2개의 조문을 복습하고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187조(등기를 요하지 아니하는 부동산물권취득)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

제303조(전세권의 내용) ①전세권자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그 부동산의 용도에 좇아 사용ㆍ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②농경지는 전세권의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경매청구권이란 경매에 부칠 수 있는 권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318조 조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세권자에게 이러한 권리가 인정됩니다. 어떤 의미인지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철수는 건물의 소유자로, 영희와 전세권 설정계약을 맺고 건물을 사용하게 해 주었습니다. 전세권 존속 기간은 2년으로 하였습니다. 대신, 철수는 영희로부터 3억원의 전세금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의 사례죠? 철수는 우리의 민법 공부를 위해서 도대체 몇 번이나 건물주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어쨌건 2년의 시간은 흐르고, 계약서에 적힌 기간(2년)이 끝나게 되자 영희는 철수에게 자신의 전세금(3억원)을 돌려 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웬걸, 철수가 이렇게 말합니다. "미안해, 내가 요즘 주식에 관심이 많아서 그만... 3억원을 모두 날려 버렸지 뭐야." 전세금을 모두 떼이게 된 영희는 눈앞이 아득해집니다. 철수의 지갑이라도 털어 보지만, 빈털터리가 된 철수에게는 돈도 없습니다.


불쌍한 전세권자인 영희에게는 이런 경우 경매청구권이 주어집니다. 제318조에 따라, 전세권 설정자(철수)가 전세금의 반환을 지체한 경우, 전세권자(영희)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전세권의 목적물(철수의 건물)을 경매에 넘겨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경매에서 그 건물이 누군가에게 팔리게 되면, 영희는 그 대금으로 자신의 전세금을 충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민법 제303조에서 공부하였듯이, 전세권자는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 또는 다른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으며, 이를 우선변제권이라고 합니다(민법 제303조 파트 참조).


물론, 전세권자가 이런 경매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제318조에 적힌 대로 '전세권 설정자가 전세금의 반환을 지체'했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전세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영희가 철수의 건물을 마음대로 경매에 부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앞서 공부했듯이 '전세권 설정자의 전세금 반환 의무'는 '전세권자의 목적물 인도(반환) 및 전세권설정등기 말소에 필요한 서류의 교부 의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제317조), 제318조의 경매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최소한 전세권자(영희)도 건물을 전세권 설정자(철수)에게 되돌려주고,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도 교부하였어야 합니다(김준호, 2017). 그렇지 않으면 논리상 철수는 아직 건물도 돌려받지 못했고,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도 못 받았다면서 전세금을 '합법적으로' 반환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우리의 판례 역시 "전세권자의 전세목적물 인도의무 및 전세권설정등기말소등기의무와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금반환의무는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전세권자인 채권자가 전세목적물에 대한 경매를 청구하려면 우선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전세목적물의 인도의무 및 전세권설정등기말소의무의 이행제공을 완료하여 전세권설정자를 이행지체에 빠뜨려야 한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1977. 4. 13. 자 77마90 결정).




지금까지 전세권자가 전세금을 못 받을 경우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경매청구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제318조에는 '민사집행법'이라는 법률이 처음 등장합니다. 경매를 청구하는 것은 좋은데, '민사집행법'에 규정한 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민사집행법'이란 뭘까요?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법의 분류에 대해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법률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크게 보아서는 2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해 규율하는 것, 그리고 국가가 개입해서 규율하는 것이겠지요. 어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잘못을 했다고 해도, 피해를 본 것을 보상하는 정도로 끝날 일이 있고 국가가 나서서 처벌하여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고의 없이 실수로 영희에게 커피를 쏟아 그녀의 옷을 더럽혔다면, 그것은 처벌할 일은 아닙니다. 철수가 단지 영희의 옷값을 물어 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철수가 영희의 옷을 빼앗아 찢어 버렸다면, 경우에 따라 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국가가 나서서 처벌할 사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후자의 행동은 전자보다 더 비난가능성이 크고,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재산 문제나 가족관계 등에 관련된 다툼을 규율하는 법들을 넓게 묶어 민사법(民事法)이라고 합니다. 사람(民) 사이의 개인적인 일(事)을 규율하는 법이라고 직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국가가 나서서 시민에 대해 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과 형량 등을 규정하는 법들을 넓게 묶어 형사법(刑事法)이라고 합니다. 처벌(刑)하는 일(事)을 규율하는 법이라고 직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사법의 가장 대표적인 법이 바로 우리가 공부하는 민법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쭉 살펴보았기 때문에 아시겠지만 어떤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권리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의무가 있는지, 즉 실체적인 권리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법률요건에 어떤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를 규정한, 이러한 법률을 실체법이라고 부릅니다. 민법은 실체법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편, 어떤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가 결정된 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합니다. 바로 권리의 실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규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억원을 빌려주었다면, 철수는 영희에 대하여 빌린 돈을 갚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겠지요. 그러나 영희가 차일피일 돈을 갚지 않고 버틴다면, 철수가 영희네 집에 쳐들어가서 문짝을 뜯고 돈을 들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때부터는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이러한 소송절차에 대한 내용을 민사소송법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조(민사소송의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 ①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


자, 소송에서 철수가 이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승소한 판결문을 들고 있는데도 영희가 철수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거죠. 그냥 버티는 겁니다. 이대로 두면 철수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 소송을 한 이유가 없어지고 맙니다. 이제부터는 이미 끝난 소송에 따라 국가가 어떻게 영희의 재산으로부터 1억원을 뜯어내(?) 철수에게 돌려줄지가 관건입니다. 이처럼 판결을 근거로 하여 국가가 강제로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집행이라고 하며, 이와 같은 집행절차에 대한 내용을 민사집행법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민법ㆍ상법,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의한 경매(이하 “민사집행”이라 한다) 및 보전처분의 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소송과 집행에 관련된 법들을 넓게 묶어 절차법이라고 하며, 민사집행법과 민사소송법은 바로 절차법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니까 '민사법'이라는 카테고리에는 '실체법'인 민법도 있고, '절차법'인 민사소송법이나 민사집행법도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전세권자의 경매청구권과 민사집행법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전세권 파트의 마지막 조문, 준용규정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7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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