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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28. 2022

민법 제329조,"동산질권의내용"

제329조(동산질권의 내용) 동산질권자는 채권의 담보로 채무자 또는 제삼자가 제공한 동산을 점유하고 그 동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보다 자기채권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오늘부터 물권편의 제8장, [질권]을 공부합니다. 그리고 제8장은 2개의 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절이 지금부터 우리가 공부할 [동산질권]이고요, 제2절은 [권리질권]입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우리는 질권에는 동산질권과 권리질권이라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제329조에 들어가기 전에 ‘질권’이라는 것은 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사실 ‘질’이라는 단어도 현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도 아니고, 얼핏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뭔가 권리이기는 한 것 같은데. 질권(質權)에서 ‘질’(質)이라는 한자를 검색해 보면, ‘바탕 질’이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바탕이라는 뜻으로 직역하면 질권의 의미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지요.


좀 더 자세히 검색해 보면, ‘질’이라는 한자에는 ‘바탕’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저당물, 저당잡히다’의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끔 ‘인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잖아요? 누군가를 볼모로 잡는다는 것인데, 이때 사용하는 한자 ‘질’도 여기서의 ‘질’(質)입니다. 일단 제가 한자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아래 온라인 한자사전의 설명을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질’이라는 글자가 갖는 대략의 의미 정도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質자는 ‘품질’이나 ‘본질’, ‘저당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質자는 貝(조개 패)자와 斦(모탕 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斦자는 두 자루의 도끼를 그린 것이다. 質자는 본래 ‘저당물’을 뜻했던 글자였다. 저당물이란   돈을 빌리기 위해 임시로 맡기는 물건을 말한다. 그래서 두 자루의 도끼를 그린 斦자는 ‘저당물’을 의미하고 貝자는 현금을 뜻한다. 그러니까 質자는 저당물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담보로 맡는 저당물의 가치를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質자는 ‘저당물’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후에 ‘본질’이나 ‘품질’을 뜻하게 되었다(네이버 한자사전).  


결국 질권이라는 것은 물건을 어떻게든 저당 잡는 권리인 것 같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여기서 ‘저당’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해서 뒤에 나올 ‘저당권’과 동일한 권리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지금 ‘저당’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편의상 사용한 것일 뿐, 법적인 의미에서 저당권을 행사하였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제329조를 봅시다. 여기서는 동산질권을 정의하고 있는데, 동산질권자는 채권의 담보로 채무자 또는 제3자가 제공한 동산을 점유하고, 그 동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보다 자기 채권을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즉, ‘질권’이 ‘동산’에 적용되면 동산질권인 것입니다. 동산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니까, 부동산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김가난은 돈이 없어 굶주렸습니다. 그는 급한 대로 이웃의 나부자를 찾아가 1천만원을 돈을 빌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나부자는 김가난이 돈을 갚을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담보를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김가난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인 금반지(동산)를 나부자에게 넘기고(동산의 인도), 질권 설정계약을 합니다.


그러면 채권자는 나부자, 채무자는 김가난, 질물(질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말합니다)은 금반지, 채권액은 1천만원이 됩니다. 나부자(채권자, 질권자)는 김가난(채무자, 질권 설정자)으로부터 받은 금반지를 보관해 두고(점유), 1천만원의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금반지를 유치할 수 있으며, 만약 김가난이 돈을 갚지 않는다면 금반지를 경매 등에 부쳐서 우선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동산질권입니다.


“도대체 유치권과 차이점이 뭐야?”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건을 받아서 유치한다는 점에서 동산질권과 유치권은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사실 두 개념은 명확하게 구별되는 것입니다.


①먼저 동산질권과 유치권은 둘 다 담보물권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유치권은 법률의 규정에 따라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 담보물권이고, 동산질권은 당사자 간의 계약과 동산의 인도에 의하여 성립하는 약정 담보물권이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②또한, 유치권은 (우리가 자주 예로 들었던 공사대금과 건물 사례에서처럼) 부동산을 목적으로 성립할 수 있지만, 동산질권은 이름 그대로 동산에만 성립하고 부동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③유치권과 동산질권 모두 물건을 점유하고, 유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만(유치적 효력), 유치권에는 민법상 명시적인 우선변제권이 주어지지 않은 반면, 동산질권에는 제329조에 적혀 있듯이 우선변제권이 부여됩니다. 유치권에 우선변제권이 없다는 이야기는 유치권 파트에서 이미 공부하였으므로,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은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우선변제권과 관련하여, 동산질권에는 물상대위성(담보물의 교환가치가 변형된 경우, 이에 대해서도 담보물권의 효력이 여전히 미친다는 성질)이 이 인정되지만 유치권에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물상대위성은 우선변제효가 있는 담보물권에만 인정되기 때문에 유치권에는 물상대위성이 없고, 동산질권에는 있는 것인데요(박동진, 2022). 이 부분은 추후에 다시 관계 조문을 공부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동산질권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성립요건을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질권을 저당권과 비교해 보는 것도 꽤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질권은 저당권과 달리 선의취득이 가능하다는 등 대비하는 특징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 저당권 부분을 살펴보지 않았으니, 이 부분은 나중에 저당권 파트 도입부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1. 동산질권을 설정하는 계약이 있어야 한다.

약정담보물권이니까, 당사자 간에 계약이 체결되면 됩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채무자)과 빌려주는 사람(채권자)이 있을 거고요. 채무자가 직접 자기 소유의 동산에 질권을 설정할 수도 있고, 혹은 채무자의 친한 친구 같은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채무자와 담보제공자가 다른 사람인 경우, 담보제공자를 통상 물상보증인이라고 부릅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다른 사람의 빚을 보증하기 위해서 자기 물건을 내놓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을 빌리는데, 철수의 애인인 영희가 철수를 위하여 보석을 제공하고, 그 보석에 질권을 설정하도록 했다고 합시다. 이 경우 철수는 채무자, 나부자는 채권자이자 질권자이며, 영희는 물상보증인이자 질권설정자가 될 것입니다. 질권설정계약은 나부자와 영희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보게 됩니다.

*다만, 아주 예외적으로 ‘법정질권’이라는 개념이 민법에 있기는 합니다(제648조 등). 이 부분은 나중에 해당 파트에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지금 살펴보는 질권은 모두 약정담보물권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 양도할 수 있는 동산을 목적물로 하여야 한다.

이 부분은 곧 살펴볼 제331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해당 파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3. 목적이 되는 동산을 인도하여야 한다.

우리는 전에 동산의 물권변동과 인도에 대하여 공부한 적 있습니다(해당 파트 참조). 그리고 우리는 인도의 4가지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지요. 기억하십니까?


가장 간단하게는 위 사례에서 영희가 나부자에게 금반지를 직접 건네어 주면 인도가 있는 것입니다(현실의 인도). 만약 나부자가 모종의 사유로 영희의 금반지를 이미 수중에 갖고 있는 상태라면, 그냥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해도 인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간이인도).


그러나, 점유개정의 방식으로는 동산질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 사실 나중에 살펴볼 제332조 때문인데요, 해당 파트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해서 동산질권이 성립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도 있을 수 있는데 학계의 통설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누군가가의 영희의 금반지를 소지하고 있고, 영희는 그 사람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나부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동산질권을 설정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통설에 대해서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환청구권의 양도라는 방식도 점유개정과 유사하게 외부에서 점유이전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방법이므로, 동산질권설정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박동진, 2022:419면).


4.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여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산질권도 담보물권이니까요. 피담보채권이 있어야 합니다. 동산질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위 사례에서는 나부자가 철수에게 갖는 1억원의 채권이 바로 피담보채권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학계의 통설은 지금 당장은 없더라도 장래에 성립할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질권이 성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김준호, 2017).                           



오늘은 동산질권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사실 질권이라는 것이, 일상적으로 누구나 갖고 있는 ‘동산’(부동산은 사실 아무나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요)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소위 서민금융의 대표적인 예시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옛날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법리적으로 완전한 질권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시계나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 같은 것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모습들을 흔히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은행에서 각종 대출상품이 쏟아지고 있고, 대체로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다보니 질권이라는 것 자체가 점점 덜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 특히 동산질권의 경우 현실에서 사용되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치 있는 동산(기계나 설비 등)을 맡기고 돈을 빌릴 경우, 점유를 넘겨주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점유개정의 방식으로는 질권설정이 안됨). 기업이 결국엔 돈을 벌려고 돈을 빌리는 것인데, 돈을 빌리자고 돈 벌 수 있는 필수 수단을 맡긴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그 결과 동산질권은 잘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양도담보 또는 소유권 유보부 매매 같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동산질권은 사실상 기업금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였고, 오히려 권리질권이 기업금융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이태종, 2019). 권리질권과 같은 개념은 추후 살펴볼 예정이니 지금은 일단 그냥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결국 질권은 저당권 같은 것에 비해서 현실에서 자주 접하지 않게 되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용어 자체도 생소해서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요, 여기서는 일단 어떤 의미의 물권인지 정도만 이해하시면 충분할 듯합니다.


내일은 설정계약의 요물성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824면.

네이버 한자사전, 

https://hanja.dict.naver.com/hanja?q=%E8%B3%AA&cp_code=0&sound_id=0, 2024.1.23. 방문.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378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561-566면(이태종).



2024.1.23.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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