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335조, "유치적 효력"

제335조(유치적효력) 질권자는 전조의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질물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보다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335조의 주요한 내용은 이미 우리가 질권에 대해 처음 공부하면서 다루었기 때문에, 비교적 이해하기 쉬우실 것입니다. 제335조에서는 질권자가 피담보채권(전조인 제334조의 채권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질물(질권의 목적)을 유치할 수 있으며(제335조 본문), 다만 자기보다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고 합니다(제335조 단서).

법학을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 중에 '대항'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아무래도 '~에 대해 대항한다'라는 의미가 좀 생소하긴 합니다. '대항'이라는 단어가 민법에서 처음 나오는 부분은 제8조에서입니다. [민법총칙] 편에서 한번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제8조(영업의 허락) ①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허락을 얻은 특정한 영업에 관하여는 성년자와 동일한 행위능력이 있다.
②법정대리인은 전항의 허락을 취소 또는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때 우리가 제8조를 공부하면서 말씀드렸듯이, '대항한다'라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억울하다고 주장하다'라는 의미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건 학술적으로 정확한 의미라기보다, 쉽게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해 주세요. 어쨌건 이 표현을 제335조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질권자는 피담보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질물을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보다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에게는 자신의 사정을 말하면서 억울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렇게 됩니다.

아직도 애매하다면, 예를 들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1개의 동산에도 여러 개의 질권이 설정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지요? 철수는 급전이 필요해서, 자신의 가보로 물려받은 시계를 담보로 해서 질권을 설정하고 돈을 빌리려고 합니다. 철수는 먼저 나부자를 찾아가, 100만원을 빌리고 시계에 질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나부자에게 인도하여 주었습니다. 이제 나부자는 시계에 대한 1순위 질권자입니다.

하지만 돈이 궁했던 철수는 다음으로 최서민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나부자에 대한 시계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을 최서민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시계의 점유를 이전하고(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 제333조 파트 참고), 다시 100만원을 빌립니다. 이제 최서민은 시계에 대한 2순위 질권자입니다. 일단 질권이 설정되기는 했는데, 물리적으로는 시계가 나부자의 수중에 있고, 최서민은 손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최서민은 시계의 소유자이자 질권 설정자인 철수에게 100만원을 빌려 주었고, 따라서 최서민은 (원칙적으로는) 제335조 본문에 따라, 철수로부터 100만원이라는 채권의 변제를 받기 전까지 일단 시계를 가지고 유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제335조 단서에 따라 깨지게 됩니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약속한 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했고, 이에 나부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시계를 경매에 넘겨서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최서민이 등장하여, "나도 질권자야! 제335조 본문에 따라 나는 시계를 유치하여 내 돈을 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라고 하면서 나부자가 신청한 경매를 막을 수 있을까요?

안됩니다. 왜냐하면 제335조 단서에 따라 후순위 질권자인 최서민은 선순위 질권자인 나부자에게 대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소 저속한 표현이지만, 후순위 질권자는 선순위 질권자에게 '개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서민은 시계가 경매에 넘어가서 좋은 값에 팔린 후, 자신에게 배당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요.

오늘은 질권의 유치적 효력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전질권에 관하여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