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Apr 04. 2022

민법 제334조, "피담보채권의 범위"

제334조(피담보채권의 범위) 질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질권실행의 비용, 질물보존의 비용 및 채무불이행 또는 질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의 채권을 담보한다. 그러나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그 약정에 의한다.


우리는 피담보채권의 의미를 제326조에서 공부하였던 바 있으므로, 따로 설명은 드리지 않고 시작하겠습니다. 제334조를 한번 소리 내어 읽어 보십시오. 제334조는 문장이 대체로 단번에 와 닿지 않습니다. 질권이 무슨 원본, 비용, 채무불이행... 등을 담보한다고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의미일까요?


일단 우리가 질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질권은 담보물권이니까 당연히 그에 따라 담보가 되는 채권이 있을 겁니다. 투박하게 표현하자면, 어딘가에 질권이 있다면 어딘가에는 ‘빚’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빚’이라고 표현해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급히 돈이 필요하여 자신이 아끼던 시계를 옆집의 나부자에게 맡기고, 질권을 설정한 후 100만원을 빌렸습니다. 나부자는 이제 철수의 시계를 갖고 있으면서 철수가 자신에게 100만원을 갚을 때까지 기다릴 것입니다. 나부자가 가진 시계에 대한 질권이 바로 이 100만원의 채권을 담보한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철수의 시계가 워낙 고급이어서, 하루라도 특수한 약으로 손질을 해주지 않으면 금방 낡게 되어 버린다고 합시다. 그래서 이 시계의 보존에만 한 달에 2만원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은 나부자가 부담해야 하는 걸까요? 나부자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질권이 과연 어디까지를 담보하는가”라는 문제는, 법률로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약정담보물권인 질권의 특성상 담보의 내용이 계약서에 명확하게 적혀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약서에 내용이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그런 때, 제334조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334조 본문은 원본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들도 포함하여 담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원본

원본(元本)이란 간단하게 원금을 의미합니다. 철수가 나부자에게서 빌린 100만원이 원본에 해당할 것입니다. 철수가 당연히 나부자에게 갚아야 할 돈입니다.


2. 이자

‘이자’라는 표현은 일상에서도 자주 들어 보셨을 것이어서, 큰 무리 없이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부자가 철수에게 100만원을 빌려주고, 1년 뒤에 갚으라고 하면서 연 5%의 이자를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자 역시 ‘나부자가 철수에게 받아내야 할 돈’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 법학에서는 이자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이자채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표현으로는, 이자는 “금전 기타 대체물의 사용의 대가로서 원본액과 사용기간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금전 기타의 대체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김준호, 2017). 이는 우리가 예전에 공부한 법정과실에 해당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흔히 몇 월 몇 일까지 돈을 갚으라고 하고, 안 갚으면 연체이자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연체이자는 일종의 손해배상의 개념으로서(지연손해배상), 법적인 개념으로서의 '이자'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김준호, 2017;972면). 


3. 위약금

흔히 일상에서 “위약금 물게 생겼다” 이런 말을 듣곤 합니다. 우리 민법은 위약금에 대한 별도의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고 다만 몇 군데에서 ‘위약금’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대체로 위약금은, “채권관계의 당사자들 사이에서 일방이 계약위반 내지 채무불이행을 할 경우에 그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김동훈, 2011). 그리고 나중에 공부하겠지만 민법 제398조제4항은 위약금을 약정하는 경우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④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현실에서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라고 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제398조제4항에 따른 위약금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 않고, 제398조제4항이 적용되지 않는 개념으로서 '위약벌'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약금과 위약벌, 이 2가지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구별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기서 모두 다루기에 너무 길기 때문에, 권영준(2016) 등 아래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나부자는 철수가 급해 보여서 시계를 맡아 두고 100만원을 빌려 주기는 했지만, 본인도 여기저기 투자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철수가 약속한 날짜에 원본과 이자를 갚지 않으면, 투자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부자는 계약서에 철수가 자기에게 채무를 불이행(돈을 약속한 날짜에 갚지 않음)함으로써 손해를 끼치게 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적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손해라고 해도, 얼마의 손해가 어떻게 날지 좀 애매합니다. 자칫하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나부자가 손해액이 얼마인지를 입증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요. 주식 2주를 하루 늦게 샀다고 해서 정확히 얼마의 손해가 난 것인지 계산하지는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나부자는, 손해가 날 경우 그 손해배상액을 대략 예상해서, “철수가 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나부자에게 위약금으로 3만원을 지급한다.”라는 문구를 쓰기로 합니다. 정확히 3만원의 손해가 날지 안 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략 예상한 금액을 이미 계약서에 박아 버림으로써, 훗날 있을 법적인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손해가 실제로 1만원이 나왔다고 해도, 철수는 “1만원 손해 났으니까 1만원만 드릴게요.”라고 할 수 없게 됩니다.


4. 질권실행의 비용

철수가 돈을 안 갚고 버틴다고 합시다. 질권자인 나부자는 자신의 돈을 회수하기 위해, 시계(질물)을 경매에 넘겨야 합니다. 그런데 경매라는 것이 공짜로 그냥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자체로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시계의 값어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감정을 맡겨야 한다면 감정수수료가 들어갈 것이고, 경매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에게 줄 수수료도 있을 것이고요. 이런 잡다한 비용들이 질권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입니다. 


우리의 민사집행법은,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을 채무자가 부담하게 하고 매각대금에서 우선적으로 빼주고 있도록 하고 있기는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53조(집행비용의 부담) ①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고 그 집행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변상을 받는다.
②강제집행의 기초가 된 판결이 파기된 때에는   채권자는 제1항의 비용을 채무자에게 변상하여야 한다.


5. 질물 보존의 비용

질물을 보존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위의 경우, 시계를 보존하는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멀쩡한 시계를 매우 아름답게 꾸미고 보석을 박아 넣어서 개량시키는 것은 보존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비용까지 질권으로 담보한다고 하면 철수(채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요.


6.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철수(채무자)가 지키기로 했던 채무를 이행하지 않게 되면 나부자(채권자)는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처럼 위약금을 약정한 경우는 그에 따르면 되지만, 위약금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철수가 입힌 손해는 나부자에게 갚아야 합니다. 이외에도 본조의 손해배상에는 지연이자(지연배상)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할 것입니다.


7. 질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철수가 맡긴 시계가, 사실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자칫 폭발할 수도(!) 있다고 합시다. 그런 시계는 사실 상상하기 어렵지만, 예를 들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춰 보는 겁니다. 그런데 철수는 폭발할 위험이 있는 시계를 나부자에게 맡기고 돈을 빌리면서, 그 위험성에 대해서 나부자에게 말해주지도 않았고 안전장치를 따로 해두지도 않았습니다. 나부자는 어느 날 시계를 그냥 만지기만 했는데 시계가 폭발했고, 부상을 입어 10만원의 치료비가 나왔습니다. 이 경우 나부자는 철수에 대해서 10만원의 손해배상채권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합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부자는 철수에게 100만원의 원본을 가지고 있고, 철수가 돈을 갚지 않자 시계를 경매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이자는 5만원, 위약금 약정은 별도로 없었고 철수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1만원의 손해가 발생했으며, 시계의 보존 비용으로 2만원, 시계의 폭발(!)로 인한 손해 10만원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실제로 비용이 이렇게 간단하게 계산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예를 들어 보는 것이니까, 재미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시계가 150만원에 경매에서 낙찰되어 팔린다면, 나부자는 150만원 중 100만원(원본)+5만원(이자)+1만원(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2만원(보존비용)+10만원(하자로 인한 손해)=118만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남는 32만원은 그래도 원래 시계 주인이었던 철수에게 돌려주어야 겠지요? 만약 질권 실행 비용으로 1만원이 들었다면, 철수는 31만원을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질권으로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의 범위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이런 내용은 사실 당사자 간에 특별히 약정을 하는 경우에는 다르게 정할 수도 있습니다(제334조 단서). 예를 들어, 마음이 너그러운 나부자가 “시계에 들어가는 보존 비용은 몇 푼 안 하니까, 그냥 내가 내도록 하지.” 이렇게 약정하였다면 질물을 팔아서 얻게 된 대금에서 보존 비용까지 받아낼 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나중에 공부할 저당권 파트에서도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나오는데요(제360조), 살펴보면 저당권에서의 범위(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저당권 실행비용)보다 제334조의 범위가 더 넓습니다(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질권 실행비용 + 질물 보존비용, 질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질권의 경우 물건이 직접 채권자에게 인도되기도 하고, 또 같은 물건에 여러 권리가 경합하는 예가 저당권보다 적다는 점 때문입니다. 즉, 저당권에 비해서 제3자에게 피해를 끼칠 염려가 적다는 것이지요(박동진, 2022). 나중에 저당권 파트를 공부한 후 다시 한번 본조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질권의 유치적 효력에 대하여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권영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 한국법학원, 저스티스 제155호, 2016, 199-244면.

김동훈, “위약금에 관한 민법 규정의 개정론”, 국민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논총 제23권제2호, 2011, 451면.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971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423면.




2024.1.24. 업데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333조,"동산질권의 순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