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Mar 28. 2022

민법 제333조,"동산질권의 순위"

제333조(동산질권의 순위) 수개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일한 동산에 수개의 질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순위는 설정의 선후에 의한다.


오늘 내용은 조금 복잡합니다. 우리는 먼저 동산질권에는 우선변제권이 주어진다는 것을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제329조). 따라서 질권자는 질물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보다 앞서서(우선하여)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우선변제) 권리가 있는 겁니다. 참고로 질권을 행사할 때에는 자기가 맡아 두고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동네 시장에 나가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절차(경매 등)를 통해 실시하여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제329조(동산질권의 내용) 동산질권자는 채권의 담보로 채무자 또는 제삼자가 제공한 동산을 점유하고 그 동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보다 자기채권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우선변제권’은 언제 어디서나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질권자라고 하더라도 최우선적으로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333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333조는, 여러 개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일한’ 동산에 여러 개의 질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그 순위는 시간적인 순서(설정의 선후)에 따른다고 합니다. 


사실 동산질권이 물건을 점유해서 발생하는 물권인데, 1개의 물건이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여러 개의 동산질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의 예를 보시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철수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청년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부모님이 남겨 주신 다이아 반지 하나뿐입니다. 철수는 옆집의 나부자를 찾아가, 다이아 반지를 맡길 테니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합니다. 이에 나부자(질권자)는 철수와 질권 설정계약을 맺고, 다이아 반지(질물)을 유치하는 대신 철수에게 100만원을 빌려 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나부자에게서 100만원을 빌려서 들고 나오던 철수는 돈이 너무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마을의 영희를 찾아가, 자기가 가진 다이아 반지를 담보로 해서 또 100만원을 빌립니다. 이렇게 되면, 다이아 반지라는 1개의 물건에 2개의 동산질권이 설정되는 결과가 됩니다. 그리고 제333조에 따르면, (먼저 질권을 설정한) 나부자가 1순위 질권자가 되고, 영희가 2순위 질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Designed by Freepik from www.flaticon.com


“뭔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과 말이 맞지 않는데요. 분명히 질권의 설정은 물건의 인도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나부자가 다이아 반지를 들고 있는데 어떻게 영희가 또다른 동산질권자가 될 수 있습니까? 다이아 반지가 분신술을 쓰는 것도 아닐텐데요.”


이런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인 것은 이해합니다. 일단, 현실에서 1개에 물건에 동산질권이 여러 개가 설정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우리가 어제 살펴보기를, 질권 설정에 있어서 점유개정을 제외하고는 3가지 방법으로 인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배웠습니다. 즉,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도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위의 사례에서 철수는 이미 나부자에게 다이아 반지를 ‘현실의 인도’로 넘겨 버렸고, 당장 자기 손에는 다이아 반지가 없으므로, 두 번째로 찾아간 영희에게는 다이아 반지라는 목적물의 반환청구권을 양도함으로써 인도의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물리적으로는 분명히 다이아 반지가 나부자에게 있지만, 다이아 반지를 (현실적으로) 건네받지 않은 영희도 질권설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는 동산을 반환청구권 양도의 방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질권설정해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게 가능한가요?”

네, 가능은 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당연히 영희 입장에서 “물건을 보여 주지도 않으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택도 없지.” 이렇게 말할 거라서 실제로 자주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동산질권보다 권리질권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이태종, 2019). 제333조의 규정은 권리질권 파트에서 준용하기 때문인데(제355조),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철수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반지는 경매에 넘어가게 될 겁니다. 다이아 반지가 경매를 거쳐서 150만원에 낙찰되었다고 합시다(경매의 부대비용 문제 등은 없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1순위 질권자인 나부자가 먼저 100만원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2순위 질권자인 영희는 남은 50만원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철수는 가난해서 다이아 반지 외에 다른 재산도 없으니, 영희는 50만원을 손해 보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순위’는 중요한 것입니다. 선순위인 것이 좋겠죠?


오늘은 동산질권의 순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593-594면(이태종).



2024.1.24. 업데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332조, "설정자에 의한 대리점유의 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