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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r 23. 2022

민법 제332조, "설정자에 의한 대리점유의 금지"

제332조(설정자에 의한 대리점유의 금지) 질권자는 설정자로 하여금 질물의 점유를 하게 하지 못한다.


제332조를 보겠습니다. 조의 제목은 “설정자에 의한 대리점유의 금지”인데, 무슨 의미인지는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332조는, 질권자가 (질권)설정자로 하여금 질물의 점유를 하도록 시킬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예전에 [물권편] 총칙을 처음 공부할 때, 인도에는 다음의 4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복습 차원에서 한번 훑도록 하겠습니다.


①먼저 현실에서의 인도입니다. 그냥 물건을 집어서 건네주면 됩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인도입니다. 

②간이인도입니다. 사는 사람이 이미 그 물건을 점유하고 있으면, 파는 사람이 굳이 그 물건을 가져다가 다시 사는 사람에게 건네줄 필요 없이 의사표시만으로도 충분합니다(제188조제2항).

③점유개정입니다. 이번에는 물건을 팔긴 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는 사람이 물건을 계속 점유하기로 합의하는 것입니다(제189조).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입니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아닌 제3자가 물건을 점유하고 있으면, 파는 사람이 제3자에 대해서 물건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청구권 자체를 사는 사람에게 넘김으로써 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봅니다(제190조).


학계에서는 제332조가 2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내용인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제332조의 첫 번째 의미: 점유개정의 방식으로는 동산질권 설정 불가

첫 번째 의미는, 질권설정자가 질물(질권의 목적이 되는 물건)을 계속 점유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즉, 동산질권의 설정을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인도’의 방법 중 점유개정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점유개정을 인정할 경우 질권의 유치적 효력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급히 돈이 필요해져, 매우 아끼던 시계를 영희에게 담보로 하여 100만원을 빌렸습니다. 영희(질권자)는 철수의 시계(질물)를 목적으로 하는 질권설정계약을 철수(질권 설정자)와 맺게 되는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철수는 자신의 시계를 영희에게 건네주고(인도), 영희는 철수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가(유치), 철수가 약속한 날짜에 1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시계를 경매하여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점유개정의 방법을 취한다고 해봅시다. 점유개정에 따른다면 철수(채무자, 질권설정자)가 시계의 점유를 계속하기로 하고, 영희도 그것에 합의하여야 합니다(우리가 배운 바에 따르면, 이 경우 영희는 간접점유를, 철수는 직접점유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법을 허용하게 되면, 애초에 동산질권의 의미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동산질권이라는 제도 자체가 물건에 대한 유치적 효력을 인정하도록 하려고 만든 것인데, 영희(질권자)가 시계를 가지고 있지 않게 되면 동산질권이라는 제도를 이용할 이유가 없거든요. 이럴 거면 그냥 차용증 쓰고 돈 빌려주고, 안 갚으면 채무자(철수)의 일반재산에 강제집행을 하면 됩니다. 동산질권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제332조의 두번째 의미: 목적물을 질권설정자에게 반환 시 질권은 소멸

이것은 제332조의 반대해석(법문의 내용을 뒤집어서 조문이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반대효과를 인정하는 것)에 따른 것입니다. 즉, (인도의 방법으로) 질권이 설정된 이후, 질권자가 질물을 (질권설정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경우 질권이 소멸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질물을 되돌려준다는 것은 질권의 유치적 효력을 포기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지요(박동진, 2022).                           




그런데 여기서 잠깐, 다시 조의 제목으로 돌아가서 한번 살펴봅시다. 조 내용을 공부한 뒤 다시 보면, 무언가 조 제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정자에 의한 ‘대리점유’의 금지라고 되어 있지요. 질권설정자가 대신 점유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의미 정도로 대강 이해가 가긴 하는데, 뭔가 표현은 좀 이상합니다. 우리가 공부한 대리의 개념은 법률행위에 적용되는 것인데, 법률행위가 아닌 점유에 ‘대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리라는 표현을 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던 적도 있습니다(법무부, 2012).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점유개정을 금지하는 취지의 제332조를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동산질권의 순위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419면.

법무부, 「2004년 법무부민법개정안: 총칙·물권편」, 2012, 410면.



2024.1.24.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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