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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y 30. 2022

민법 제341조, "물상보증인의 구상권"

제341조(물상보증인의 구상권)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질권설정자가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질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질물의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이 있다.


물상보증인은 민법 조문상으로는 오늘 처음 나오는 단어입니다만, 우리는 전에 이 단어에 대해서 한번 살펴본 바 있습니다. 제329조에서 언급한 적 있는데요, 한번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물상보증인(物上保證人)이란, 단순하게 생각해 물건을 제공하여 보증을 서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보증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사용해 왔기 때문에 대략 어떤 의미인지는 감이 오실 겁니다. 


엄밀하게는, “일반적으로 채무자에게 물적 담보로 제공할 재산이 없는 경우 제3자와 채권자와의 계약으로 제3자의 재산을 채무자의 채무에 대한 물적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물상보증이라고 부르며, 이때의 제3자를 물상보증인이라고 합니다(조준현, 2016). 요점은 본인 것이 아니라 남의 채무를 위해 물건을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채권자와 담보권을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참고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은 다른 개념입니다. 양자는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다르다는 것을 알고 지나갑시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사업을 해보려고 하는데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옆집의 나부자를 찾아가, 사업자금을 좀 빌려달라고 합니다. 나부자에게 철수는 생판 남이었으므로, 나부자는 그에게 “돈을 빌리고 싶다면 담보를 제공하라.”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철수는 워낙 가난해서 담보로 제공할 만한 동산이나 부동산이 없었습니다.

좌절하던 철수는 고민하다가, 평소 자신을 좋아하던 영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영희에게 물상보증인이 되어 줄 것을 제안합니다. 잠시 망설이던 영희는 사랑하는 철수를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금반지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결과, 나부자(채권자)와 영희(물상보증인)이 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영희의 금반지(질물)에 질권을 설정한 후, 철수(채무자)는 나부자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게 됩니다. 돈을 빌린 것은 철수지만, 담보를 제공한 것은 영희가 되어 법적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자신을 좋아하는 영희의 마음을 이용한 나쁜 철수는, 해보려던 사업도 잘 안 되어 망하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약속된 기일까지 나부자에게 돈을 갚지 못했습니다. 이제 영희에게는 2가지 경우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나부자가 질권을 실행하여 영희의 금반지를 경매에 넘긴 후 우선변제를 받고, 금반지는 다른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금반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열 받지만) 영희가 직접 철수의 빚을 갚아 주는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나부자 입장에서는 (철수에게) 빌려주었던 돈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말입니다. 영희 입장에서는 금반지를 지켜내느냐,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느냐의 차이점이 있지만 어쨌건 손해를 본다는 점에서 불만족스러운 결말입니다.


이제 제341조를 읽어 봅시다. 위의 사례에 대입시켜 풀어 써보면 이렇습니다: 

“타인(철수)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질권설정자(영희)가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철수의 빚을 갚아주거나) 질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질물(금반지)의 소유권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채무자(철수)에 대한 구상권이 있다.”


여기서 구상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구상권(求償權)이란,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채무를 변제한 사람이 그 사람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한자를 대충 직역하면, ‘갚을 것을 요구하는 권리’ 정도가 됩니다. 사실 위의 사례를 보면, 진짜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은 철수(채무자)인데, 정작 철수는 손가락만 빨고 있고 물상보증을 섰던 영희가 사실상 빚을 갚는 꼴입니다. 영희 입장에서는 금반지를 잃건 돈을 갚아주건 금전적 손실을 보기 때문에, 철수에게 당당히 자신의 손실을 갚아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권리를 구상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잠깐, 보증인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갑시다. ‘보증인’은 뭐고 ‘물상보증인’과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보증인이란, 채무자(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대신하여 채무를 이행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만약 영희가 철수의 부탁을 받고 물상보증인이 아니라 보증인이 되었다면, 영희는 시계를 딱히 담보로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철수가 빚을 안 갚을 경우 영희가 대신해서 갚아야 합니다(위의 물상보증인 영희의 사례에서는 영희가 빚을 갚아주는 것은 선택사항이었습니다). 설명을 위해 단순하게 표현하면, 보증인은 빚을 어떻게든 갚을 것을 보증해 주는 사람이고, 물상보증인은 빚을 물건으로 갚을 것을 보증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차이인 것이, 전자는 사람을 믿고 돈을 빌려 주는 것이고, 후자는 물건의 가치를 믿고 돈을 빌려 주는 것이어서 나중에 채권 회수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증인의 경우 채무자가 채무를 불이행할 때 그 채무를 자기가 대신 이행해야 하므로, 100만원의 빚이 있으면 100만원을 다 갚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물상보증인의 경우 미리 물건을 담보로 제공하므로, 그 물건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사실상) 갚아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빚을 채무자가 못 갚는다 하더라도, 미리 담보로 제공한 금반지나 시계가 경매에서 80만원에 팔린다면 나머지 20만원에 대해서 물상보증인이 책임을 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 법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물상보증인은 직접 채권자에게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담보로 제공한 물건에 대하여 물적 유한책임을 지게 된다고요. 반면, 보증인은 채권자에 대한 채무자이면서 자신의 일반재산으로 인적 무한책임을 진다고 표현합니다(이태종, 2019). 물상보증인과 보증인의 차이,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자, 그럼 구상권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본래 구상권의 개념은 ‘보증인’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민법 제341조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물상보증인에게도 구상권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왜냐, 적어도 구상권에 관해서는 물상보증인도 보증인에 비슷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은 좀 더 나중에 나오는 것으로, 민법 제441조, 제444조부터 제447조까지(판례에 따르면 제442조는 제외), 제481조부터 제485조까지의 규정들을 의미합니다. 이 규정들은 보증인들에 관한 규정인데, 제341조는 이를 물상보증인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아래에 조문을 몇 개만 소개합니다. 

제441조(수탁보증인의 구상권) ①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가 과실없이 변제 기타의 출재로 주채무를 소멸하게 한 때에는 주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

제442조(수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 ①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는 다음 각호의 경우에 주채무자에 대하여 미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444조(부탁없는 보증인의 구상권) ①주채무자의 부탁없이 보증인이 된 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주채무를 소멸하게 한 때에는 주채무자는 그 당시에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배상하여야 한다.
②주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보증인이 된 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주채무를 소멸하게 한 때에는 주채무자는 현존이익의 한도에서 배상하여야 한다.
③전항의 경우에 주채무자가 구상한 날 이전에 상계원인이 있음을 주장한 때에는 그 상계로 소멸할 채권은 보증인에게 이전된다.

제481조(변제자의 법정대위)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

따라서 위 조문을 적용하면, 채무자의 부탁으로 물상보증인이 된 사람이 자기 재산을 들여 빚을 갚아 주는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구상권이 있으며(제441조제1항), 갚아 준 날 이후의 법정이자, 피할 수 없는 비용, 그 밖에 손해배상도 포함해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441조제2항, 제425조제2항). 


반대로, 채무자의 부탁 없이 물상보증인이 된 경우, 물상보증인이 빚을 갚아 주었다면 그는 채무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구상할 수 있습니다(제444조제1항). 심지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서 물상보증인이 된 경우라면 채무자의 현존 이익의 한도에서 구상을 할 수 있습니다(제444조제2항). 


또한, 물상보증인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서, 변제하게 되면 채권자를 대위하게 됩니다(제481조). 

아직은 보증채무 파트를 공부하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잘안 오실 수도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해당 파트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니 지금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예시로 든 것은 빚을 갚아주고 나서 나중에 상환을 청구하는 형태의, ‘사후구상권’인데요, 현재 보증인에게는 요건을 따라 빚을 갚아주기 전에 행사할 수 있는 ‘사전구상권’이 인정되고 있습니다(제442조). 하지만 우리의 판례는 물상보증인에 대해서는 사전구상권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데요(제442조 적용 부정), 이 내용은 보증채무와 보증인에 관한 공부가 선행될 필요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별도로 상세히 다루지 않고,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사랑에 상처 입은 영희는 금반지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거나, 철수의 빚을 갚아준 후 자신이 입은 금전적 피해를 갚아 줄 것을 철수에게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물상보증인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물상대위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629-630면(이태종).

조준현, “물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 인정 여부”, 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연구 제48집, 2016, 119면.



2024.1.26.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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