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May 23. 2022

민법 제340조,"질물이외의 재산으로부터의 변제"

제340조(질물 이외의 재산으로부터의 변제) ①질권자는 질물에 의하여 변제를 받지 못한 부분의 채권에 한하여 채무자의 다른 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 있다.
②전항의 규정은 질물보다 먼저 다른 재산에 관한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다른 채권자는 질권자에게 그 배당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


질권자는 앞서 우리가 공부했던 바와 같이 질권을 실행해서, 자신의 채권에 충당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질물을 팔아서 그 돈으로, 자기가 빌려줬던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질물은 경매와 간이변제충당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팔리게 되므로, 질권자의 기대와는 다르게 꼭 비싸게 팔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빌려준 돈이 100만원인데, 질권을 실행한 결과 40만원만(!) 돌려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1항은 이처럼 질권자가 질권을 실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질물을 팔아치운 결과(이를 질물의 환가라고 합니다) 피담보채권을 모두 변제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지 못한 부분’에 한해서 채무자의 다른 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읽으면 이해가 잘 안 가실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철수에게는 재산이 딱 2개 있습니다. 하나는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시계고, 다른 하나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돌려받은 고급 반지입니다. 철수는 돈이 급해서, 나부자에게 100만원을 빌리고 시계에 질권을 설정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현재 고급 반지는 질권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약속한 기일 내에 100만원을 갚지 못했고, 이에 나부자(질권자)는 질권을 실행하여 철수의 시계를 경매로 넘겨 버렸습니다. 경매가 진행되어 낙찰이 되었는데, 6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편의상 경매비용 등 다른 비용은 없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나부자는 40만원의 손해를 볼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경우, 나부자는 제340조제1항에 따라 ‘변제 받지 못한’ 40만원에 대해서 철수의 다른 재산(반지)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철수의 반지 역시 경매에 부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철수의 다른 재산(일반재산이라고도 부릅니다)에 대한 강제집행은 나부자라고 해도 그냥 막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집행권원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민사집행법의 분야까지 설명하기에는 분량의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집행권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세부 내용은 민사집행법 교과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제2항 본문을 보겠습니다. 전항의 규정(제1항)은 질물보다 먼저 다른 재산에 관한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해가 잘 안 가시더라도 당연한 것이, ‘배당’이라는 단어는 민법에서 처음 나오는 단어입니다. 


배당이란, 경매에서 물건을 팔아서 생긴 돈을 채권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채무자는 철수, 채권자는 나부자인데, 시계를 팔아서 생긴 돈을 채권자인 나부자에게 주면 나부자는 배당을 받은 것이 됩니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굉장히 단순한 절차이지만, 위의 사례와 다르게 채권자가 여러 명이 되면 굉장히 논의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먼저’ 줄 것인지,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2항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사실 철수는 나부자 외에 소꿉친구인 영희에게서도 100만원을 빌렸다고 해봅시다. 다만, 영희에게 돈을 빌릴 때에는 따로 질권을 설정하고 그런 것 없이, 그냥 차용증을 써 주고 돈을 빌렸습니다. 영희는 질권자가 아니라 일반채권자인 셈입니다. 요약하면, 철수는 나부자에게 100만원, 영희에게 100만원을 빌렸고 총 2명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철수의 채무 총 200만원)인 것입니다.


그런데 나부자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기일보다 영희에게 갚을 기일이 좀 더 빨랐고, 철수는 그 날짜가 지나도록 영희에게 돈을 갚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영희는 돈을 갚으라는 소송(대여금청구소송)을 걸어서 승소하였고, 철수의 재산인 반지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하고 경매로 넘겨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부자는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똑같이 100만원을 빌려줬는데, 영희는 벌써 거의 돈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여기서 나부자가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는, 영희가 제기한 경매에서 반지를 팔아 생긴 돈을 자기에게도 좀 나누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자기에게도 배당을 해주도록 요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340조제1항을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하면, 질권자는 질권을 행사해서 그 질물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채무자의 다른 재산(반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질권을 아직 행사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한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이렇게 해석하면, 나부자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 있습니다. 질권을 먼저 행사하고 나서도 못 받은 돈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서 돈을 회수할 수 있지만(제340조제1항), 순서가 바뀌어서 채무자의 다른 재산이 먼저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에는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반지는 신경 쓰지 말고 가만히 있다가 질물인 시계를 경매에 넘겨서 그 대금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시계를 팔아서 채권을 모두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시계가 10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팔린다는 보장이 없음) 나부자로서는 지금 이 순간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그래서 제340조제2항 본문에서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한 배당이 ‘먼저’ 실시되는 경우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부자는 ‘질권을 행사했음에도 변제받지 못한 부분’(제1항)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채권액 전부’(제2항 본문)을 가지고 배당에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1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반지의) 배당에 참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당에 참가하는 영희와 나부자가 모두 동순위의 일반채권자라고 하면, 반지가 100만원에 팔릴 경우 그 절반인 50만원씩을 1:1로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이제 제2항 단서를 봅시다. 다른 채권자는 질권자에게 그 배당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이건 또 무슨 뜻일까요? 


여기서 다른 채권자는 위의 사례에서는 영희겠지요. 질권자는 나부자고요. 제2항 본문에 따르면, 영희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 자기가 받는 배당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제340조제2항 본문의 규정이 없었다면, 나부자가 끼어들지 않았을 테고, 영희는 반지의 판매대금인 100만원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부자가 배당에 참가하는 바람에 배당받은 돈이 50만원으로 줄어든 거죠.


따라서 영희는 질권자인 나부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야, 나는 일반채권자일 뿐이지만, 너는 사실 질권도 있잖아. 나는 철수의 반지를 판 돈을 꼭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네가 꼭 50만원이나 가져가야겠니? 질권 설정해 둔 철수의 시계를 경매로 넘겨서 거기서 돈을 받아가. 그러고 나서도 못 받은 돈이 있으면, 그때에는 반지 판 돈에서 가져가는 것을 용서해 줄게. 일단 네가 반지로부터 배당 받을 50만원을 은행 같은 곳에 맡겨 두고, 시계를 경매에 넘기고, 그 뒤에 상황을 보자. 응?”


이처럼 은행과 같은 특정한 기관에 금전 등을 맡겨 두는 것을 공탁(供託)이라고 합니다. 영희(다른 채권자)로부터 이와 같은 공탁 청구를 받은 나부자(질권자)는 자신이 받을 몫인 50만원을 자기 지갑에 넣을 수 없고, 일단 공탁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질권을 실행해서 철수의 시계를 경매에 넘깁니다. 시계가 만약 60만원에 낙찰된다면, 나부자는 그제야 공탁을 해뒀던 50만원 중 40만원(시계를 팔고 나서도 못 받은 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남는 10만원은 다시 영희에게 돌아가게 될 겁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것이, 영희는 50만원보다 10만원 더 받을 수 있어 그래도 (전보다는) 좀 더 나은 상황이 되고, 나부자는 10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어 불만이 없게 됩니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방안인 것이지요.


오늘은 배당, 공탁, 다른 채권자와의 관계 등 조금은 복잡한 내용을 공부하였습니다. 배당이나 공탁 등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해를 위해 단순하게 말씀드린 감이 있는데, 정확한 개념에 관해서는 민사집행법 교과서를 참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제340조제1항을 둔 취지에 대해서 학설의 논란이 좀 있는데, 다수 견해는 동 조문이 일반채권자의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채무자를 보호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1항에 따라 질권자가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해 집행을 하는 경우, 일반채권자의 이의신청은 가능하지만 채무자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박동진, 2022). 이 부분은 관심 있는 분들만 따로 교과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물상보증인의 구상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425면.



2024.1.26. 업데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339조,"유질계약의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