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6조(법정지상권)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오늘 공부할 제366조를 보고 조금 이상함을 느끼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분명 '저당권' 파트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 제목에서 '법정지상권'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뭔가 지상권 관련한 내용 같은데, 이게 왜 여기 끼어들어갔는지 생각해보기 전에 도대체 법정지상권이란 무엇인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법정지상권에 대해 이미 한번 맛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전세권' 파트에서 공부한 제305조입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복습을 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제305조(건물의 전세권과 법정지상권) ①대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대지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대지소유자는 타인에게 그 대지를 임대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한다.
한번 복습하는 차원에서 정리하자면,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는 지상권, 즉 '법정지상권'을 우리가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사례는 다음과 같은 5가지입니다(전에 제305조에서는 4가지라고 했는데, 이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제외하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제305조에서 살펴보았던 것과 비교하면서 읽어 보세요.
이 경우에는 전에 공부했던 민법 제305조제1항에 따른 법정지상권이 전세권 설정자(원래 땅 주인)에게 인정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305조 부분을 참조하세요.
이 경우가 바로 오늘 공부할 제366조 부분입니다. 자세히 읽어보면, 뭔가 저당권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의 제목은 법정지상권인데 특이하게 저당권 파트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위 제305조 부분과는 내용이 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철수는 땅과 그 위의 건물까지 소유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돈이 급해진 철수는, 자신의 땅만 저당 잡히고 돈을 빌리기로 합니다. 그렇게 철수와 나부자는 철수의 땅을 저당권의 목적으로 하여 저당권 설정계약을 하였습니다.
*사례에서는 땅에만 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했지만, 땅과 건물 모두에 저당권이 설정되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 경우에도 경매 결과 땅과 건물 소유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우리 철수는 기한 내에 돈을 못 갚았겠죠? 이에 화가 난 나부자는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철수의 땅에 걸어 둔 저당권을 실행하여 경매에 부쳐 버렸고, 철수의 땅은 마침내 경매를 거쳐 최투자라는 사람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땅의 주인은 더 이상 철수가 아니라 최투자고, 그 땅 위 건물의 주인은 여전히 철수인 상황입니다. 저당권이 설정될 시점에 건물이 이미 땅 위에 존재했기 때문에, 어제 우리가 공부한 일괄경매청구권은 성립하지 않고 제365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실 최투자와 철수가 잘 협의해서 지상권 설정계약 같은 것을 하면 좋겠습니다만, 협의가 불발되어 최투자가 철수에게 건물의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땅 주인이 합법적으로 “내 땅에서 네 건물 치우고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철수는 건물을 때려 부숴야 하는 상황이 될 겁니다. 이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도 자원의 낭비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 민법 제366조는, 이렇게 저당권이 실행되어 건물과 땅의 주인이 서로 다르게 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최투자)가 건물소유자(철수)에게 지상권을 설정해 준 것으로 보도록 하여, 철수가 굳이 아까운 건물을 울며 겨자 먹기로 때려 부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투자 입장에서 그럼 좀 억울하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투자의 경우 경매에 참여할 때부터 이미 자신이 사려고 하는 땅 위에 이미 철수의 건물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자신의 의사로 경매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치를 낮게 본다면, 그만큼 낮은 가격을 경매에 써냈을 테니까요.
저당권자인 나부자 역시, 처음에 철수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미 땅 위에 건물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걸 감안해서 (혹시 나중에 경매에 넘어갔을 때 건물의 존재 때문에 땅값이 낮게 평가되더라도) 스스로 평가한 담보의 가치 내에서 철수에게 돈을 빌려 줬을 것이므로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지는 않을 것입니다.
즉,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은 스스로 감내하도록 최대한 보장하되, 예상하지 못한 손해나 지나치게 불공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우리 민법의 태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판례는 제366조 법정지상권의 취지에 대하여,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토지의 지상에 건물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양자가 동일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그 후 저당권의 실행으로 토지가 낙찰되기 전에 건물이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 민법 제366조 소정의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법의 취지가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각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에 건물이 철거되는 것과 같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익상 이유에 근거하는 점, 저당권자로서는 저당권설정 당시에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예상하였을 것이고 또 저당권설정자는 저당권설정 당시의 담보가치가 저당권이 실행될 때에도 최소한 그대로 유지되어 있으면 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더라도 저당권자 또는 저당권설정자에게는 불측의 손해가 생기지 않는 반면,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건물을 양수한 제3자는 건물을 철거하여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경우 건물을 양수한 제3자는 민법 제366조 소정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라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2602 판결).
한편, 제366조 단서에서는 땅세를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철수도 최투자의 땅을 무료로 쓸 수는 없다는 거지요.
그리고 우리의 판례 역시 민법 제366조의 취지에 대하여 이미 1960년대에 나온 판결에서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법의 취지가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각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에 건물이 철거되는 것과 같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익상 이유에 근거하는 것이고 당사자의 어느 한편의 이익을 보호하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므로 법원이 그 자료를 정함에 있어서는 법정지상권설정 당시의 제반사정을 참작하고 또 당사자 쌍방의 이익을 조화하여 어느 한편에 부당하게 불이익 또는 이익을 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66. 9. 6. 선고 65다2587 판결). 즉,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위해 만든 조문이 아니므로, 땅세를 법원이 정할 때에는 최대한 공정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참고로, 우리 판례는 “민법 제366조는 가치권과 이용권의 조절을 위한 공익상의 이유로 지상권의 설정을 강제하는 것이므로 저당권설정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저당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을 배제하는 약정을 하더라도 그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여(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564 판결), 제366조는 강행규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민법 제366조의 입법 취지와 강행규정성에 대해서는 판례의 입장과 견해를 달리하는 학설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기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우므로, 관심이 있는 분들은 따로 검색해 보셔도 좋습니다.
정리하자면, 제366조에 따른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은 ①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땅 위에 건물이 존재하였을 것, ②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땅과 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할 것, ③저당권 실행에 따른 경매로 땅과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될 것, 이렇게 3가지라고 할 것입니다.
3. 땅과 그 위의 건물이 같은 소유자였다가, 그 중 어느 하나에 설정되어 있던 가등기담보권 등이 실행되어 땅과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경우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법정지상권) 토지와 그 위의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경우 그 토지나 건물에 대하여 제4조제2항에 따른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담보가등기에 따른 본등기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그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그 토지 위에 지상권(地上權)이 설정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그 존속기간과 지료(地料)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한다.
가등기담보권자가 담보부동산에 대해서 가등기담보권 실행을 하여 땅과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경우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가등기담보권은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을 빌리면서, "만약 내가 기일 내에 돈을 갚지 못한다면, 내가 가진 땅의 소유권을 당신에게 넘겨주겠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저당권이랑 비슷해 보이기는 하는데, 저당권은 담보물권을 설정하고 추후 땅을 경매에 넘겨서 채권의 만족을 얻는 것이라면, 가등기담보의 경우에는 땅의 소유권 자체가 나부자에게 넘어가게 되므로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소비대차 또는 준소비대차에 따라 발생한 채권의 담보를 위한 가등기담보를 규율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가등기담보의 자세한 내용까지 다 알고 가실 필요는 없지만 대략 가등기담보권이 실행되면 마치 저당권의 실행에서와 유사하게 '땅과 건물의 주인이 각각 다르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법정지상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입목에 관한 법률
제6조(법정지상권) ① 입목의 경매나 그 밖의 사유로 토지와 그 입목이 각각 다른 소유자에게 속하게 되는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입목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지료(地料)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다.
입목에 대해서는 민법 총칙 편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법정지상권도 위에서의 논리와 유사하게, 땅과 그 위의 입목이 서로 다른 소유자에게 속하게 되는 경우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305조에서 설명드렸던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에 관한 내용입니다. 해당 파트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366조, 법정지상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고요, 내일은 제삼취득자의 비용상환청구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심화학습을 원하시는 분들만 보셔도 되겠습니다. 아쉽게도 민법 제366조는 표현이 너무 단순하게 되어 있고, 어떤 경우에 구체적으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게 되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제366조의 해석을 놓고 학설과 판례의 견해가 대립하거나, 법정지상권의 성립여부에 따라 저당권자와 설정자 그리고 경매절차에 참여하는 매수인 등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전장헌, 2014).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 학설을 다 살펴보기는 어려우니 해당 부분은 관심 있는 분들만 참고문헌을 읽어 보시고, 여기서는 다수설이나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요약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① 땅에 건물이 없을 당시에 1번 저당권이 설정되었는데, 이후 2번 저당권(후순위 저당권)이 설정되었을 때에는 땅 위에 건물이 있었던 경우
법정 지상권 인정 안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왜냐, 1번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에는 땅 위에 건물이 없었으므로 1번 저당권자는 예상을 할 수 없는 피해를 보기 때문이지요.
② 땅에 건물이 '건축 중인' 시점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판례는 이런 경우 사례를 나누어 판단합니다. 먼저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토지 소유자에 의하여 그 지상에 건물이 건축 중이었던 경우 사회관념상 독립된 건물로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건물의 규모, 종류가 외형상 예상할 수 있는 정도까지 건축이 진전되어 있었고, 그 후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낸 때까지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지는 등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다51100 판결). 반대로 생각하면, 저당권 설정 당시에 딸랑 주춧돌 1~2개 정도만 놓여 있었던 경우라면 '건물이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나중에 제366조에 따른 법정지상권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③ 땅에 건물이 없었던 상태에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제366조의 요건상 당연히 안 되겠지요? 심지어 판례는 빈 땅에 저당권을 설정할 때, 저당권자가 땅 소유자에게, "너 나중에 저 빈 땅에 건물 지어도 돼."라고 허락까지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주관적 사항이고 공시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토지를 낙찰받는 제3자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제3자의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등 법률관계가 매우 불명확하게 되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다26051, 판결).
④ 땅과 건물이 이미 존재했고, 소유자도 동일하였는데, 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건물만 팔려서 제3자가 건물의 소유자가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경매가 시작되어 땅이 낙찰된 경우
이건 조금 헷갈리는 경우인데요, 분명 저당권 설정 시점까지는 땅소유자=건물소유자여서 당연히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중간에 건물 소유자가 바뀐 케이스입니다. 우리 판례는, 이런 경우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저당권자로서는 저당권설정 당시에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예상하였을 것이고 또 저당권설정자는 저당권설정 당시의 담보가치가 저당권이 실행될 때에도 최소한 그대로 유지되어 있으면 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더라도 저당권자 또는 저당권설정자에게는 불측의 손해가 생기지 않는 반면,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건물을 양수한 제3자는 건물을 철거하여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되는 점" 때문이라는 겁니다(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2602, 판결). 즉 법정지상권을 인정해 줘도 크게 손해 볼 사람은 없는데 인정 안 해주면 크게 손해 볼 사람(현 건물 소유자)은 있으니, 인정해 주자는 것입니다.
⑤ 땅과 건물이 존재했고, 소유자도 동일했는데, 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그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새운 경우
이제 슬슬 짜증 나실 텐데 거의 다 왔습니다. 잘 나가다가 중간에 원래 있던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지은 경우, 나중에 경매에서 땅과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되면 법정지상권은 인정될까요?
일단, 우리 판례는 된다고 봅니다. “민법 제366조 소정의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저당권의 설정 당시 저당권의 목적이 되는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하여야 하고, 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이 존재한 이상 그 이후 건물을 개축, 증축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건물이 멸실되거나 철거된 후 재축, 신축하는 경우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며, 이 경우의 법정지상권의 내용인 존속기간, 범위 등은 구 건물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용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라고 하여 법정지상권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다19985 판결).
⑥ 땅과 건물이 존재했고, 소유자도 동일했는데, 땅과 건물 모두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에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세운 경우
위 ⑤번 사례와 비슷해 보이지만 좀 다릅니다. 이번에는 공동저당권(같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부동산 위에 설정하는 저당권)이 설정된 사례인데요, 공동저당권에 대해서는 제368조를 참조하여 주십시오.
대법원은 위 사례에서와 달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다르게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에는 법정지상권 성립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피고는 자신의 땅과 건물에 공동(근)저당을 설정해 주었는데, 이후 건물(주택)을 철거하고 신축건물을 축조하였습니다. 여기에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3개월쯤 작업하던 시점에서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땅과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허나 건물이 일단 철거되고 신축건물이 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건물의 경매절차가 취소되었습니다. 땅만 경매에 넘어가 여러 번 주인이 바뀐 끝에 최종적으로 원고가 땅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에 땅 주인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법정지상권이 있다고 맞섰던 사건입니다.
*실제로는 피고가 2명인 사건이었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신축건물을 매매하기로 하는 계약이 있었던 등 사안이 더 복잡하였습니다. 여기서는 최대한 단순화하여 법정지상권에 대한 내용만 논의합니다.
해당 사건의 판례 이전에 대법원은 공동저당이건 뭐건 따지지 않고, 건물이 철거된 후 신축된 건물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고 판시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뒤바뀌게 된 것입니다. 공동저당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왜 입장을 바꾸게 된 걸까요?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공동저당권자가 신축된 건물에는 저당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건물이 철거된 후 건물이 신축되었다면, 신-구 건물 간의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옛 건물에 설정되어 있던 저당권은 철거와 함께 소멸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당권자는 땅만 경매에 넘길 수밖에 없고, 그리하여 위 사건에서도 건물 주인은 그대로였지만 땅 주인만 여러 차례 바뀌게 되었던 것입니다(최신섭, 2004).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다시 한번 봅시다. 누군가 찾아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땅과 건물을 공동저당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줄 사람 입장에서는, “나중에 저 땅과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대체 얼마에 팔릴까?”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경매에서 땅과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져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도 분명 고려할 겁니다.
예를 들어 따로 떼어 놓고 봤을 때 땅의 가치가 5억원, 건물의 가치가 5억원으로 각각 예상되는데,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고려하면 건물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고 땅의 가치는 더 낮아지겠죠. 그래서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땅은 대략 3억원, 건물은 7억원 정도로 예상했다고 합시다(그 예상은 나름 정확하다고 합시다). 그러면 채권자는 10억원 정도 담보가치를 고려해서 돈을 빌려줄 겁니다. 담보가치보다는 조금 낮게, 한 8억원 정도 채무자에게 빌려주겠죠.
이런 상황에서 채무자가 마음대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올리면, 공동저당권자는 건물에 대한 저당권을 상실합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땅만 경매에 넘겨야 합니다. 이때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고 해버리면, 땅은 아마 (법정지상권 성립을 예상하고 가격이 낮아져서) 3억원에 낙찰될 겁니다. 그럼 저당권자는 불측의 손해를 보게 되지 않느냐, 이것이 공평한 결론이냐? 저당권자가 너무 억울하지 않으냐? 대법원은 이렇게 본 것입니다.
이것을 대법원(다수의견)은 “공동저당권자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신축건물의 교환가치를 취득할 수 없게 되는 결과 법정지상권의 가액상당가치를 되찾을 길이 막혀 위와 같이 당초 나대지로서의 토지의 교환가치 전체를 기대하여 담보를 취득한 공동저당권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결론은 대법관들의 다수의견에 따른 것이고, 일부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법정지상권은 요건이 갖춰지면 성립하는 것이지, 저당권자의 ‘기대’가 어땠는지를 따져서 성립하냐 마냐를 따지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반대의견을 낸 법관들도 저당권자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억울함은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그 전보 문제는 손해배상제도의 적용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위 판례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사안으로, 대법관들의 논리 전개와 반박, 재반박을 음미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건이므로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 판결문을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참고문헌
전장헌,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한국법학회, 법학연구 제53호, 2014.3., 259면.
최신섭, “저당물의 멸실과 법정지상권성부 (대법원 2003. 12. 18. 98다43601)”, 인하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연구 제7집, 2004.12., 232-233면.
2024.2.6.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