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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Dec 08. 2022

민법 제365조, "저당지상의 건물에 대한 경매청구권"

제365조(저당지상의 건물에 대한 경매청구권) 토지를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한 때에는 저당권자는 토지와 함께 그 건물에 대하여도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건물의 경매대가에 대하여는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


제365조를 보겠습니다. 제365조 제목에서는 ‘저당지상의 건물에 대한 경매청구권’이라고 하고 있는데, 많은 교과서에서는 이를 ‘일괄경매청구권’이라고도 부릅니다. 왜 이렇게 불리는지, 어떤 내용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365조는 토지를 목적물로 해서 토지저당권을 설정한 이후에, 저당권 설정자가 바로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지어 올린 경우에는 저당권자가 토지뿐 아니라 건물에 대해서도 경매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건물에 대해서는 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제365조를 처음 읽어 보았을 때에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당권 설정자는 ‘땅’에만 저당권을 설정한 것인데, 돈을 못 갚을 경우 저당권자가 땅이 아닌 그 위의 건물까지 경매에 넘겨버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A에만 저당권을 설정했는데 나중에 빚을 못 갚았다고 B까지 경매에 넘기는 것은 좀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으니,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철수는 돈이 궁해서, 옆집의 나부자에게 돈을 빌리기로 합니다. 역시나 나부자는 담보를 요구하고, 이에 철수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에 저당권을 걸기로 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철수의 땅에는 건물이고 뭐고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쨌건 그런 상황에서 저당권 설정계약이 이루어졌고, 나부자는 저당권자이자 채권자가 되었으며, 철수는 저당권 설정자이자 나부자의 돈을 빌린 채무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한 저당권의 특성에 따르면, 저당권을 설정한 후에도 저당권 설정자는 그 목적물을 자유롭게 사용·수익할 수 있습니다. 


철수는 저당권 설정계약이 체결된 이후, 이제 돈도 빌렸으니 자기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당 잡힌 땅 위에 건물을 지어, 임대사업자가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가난한 철수가 건물을 어떤 돈으로 지었는지 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건물이 완공되면, 철수는 이제 땅과 그 위의 건물을 동시 소유하게 됩니다.


자, 이제 철수가 나부자에게 돈을 안 갚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나부자는 당연하겠지만 저당권을 걸어둔 철수의 땅을 경매에 넘겨 팔고, 그 대금으로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려고 할 것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사람을 하나 등장시켜 봅시다. 그의 이름은 최투자입니다. 최투자는 괜찮은 투자처를 찾다가 철수의 땅과 건물에 눈독을 들이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제365조와 같은 조문이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나부자는 철수의 건물에는 저당권에 기한 경매를 실시할 수 없으므로 철수의 땅만 경매에 넘기게 됩니다. 따라서 최투자가 경매에서 낙찰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그 땅 위의 건물의 소유자는 철수일 것입니다.


최투자 입장에서는, 건물 빼고 땅만 사는 것은 뭔가 좀 그렇습니다. 건물은 어차피 철수 소유이니까, 임대사업도 철수가 할 거고, 최투자는 잘해봐야 철수와 지상권 설정계약을 해서 땅세나 좀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땅만 경매에 나올 경우, 최투자 입장에서는 경매에 뛰어들 유인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경매에 뛰어들지 않을 경우, 땅이 경매에서 잘 안 팔리게 되어 나부자는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나부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건물 소유자이자 채무자인 철수 입장에서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왜냐, 만약 땅만 경매에 넘어가서 최투자가 땅 주인이 될 경우, 철수는 최투자와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만약 그게 불발될 경우 건물을 철거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땅 주인이 건물 없애고 나가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지요. 즉, 철수 입장에서도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는 문제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건물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제365조와 같은 조문이 도입되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저당권자인 나부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쁠 것입니다. 왜냐, 저당권이 설정된 땅과 그 위의 건물을 한꺼번에 경매에 넘기면, 투자자들이 훨씬 더 좋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투자 입장에서도 토지와 건물을 한꺼번에 낙찰받을 수 있게 되므로 투자 가치가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법적인 귀찮은 문제도 덜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민법 제365조는, 저당목적물인 토지의 교환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저당권 걸린 토지의 위에 존재하는 건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매의 어려움을 해소하여 저당권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민법 제365조가 토지를 목적으로 한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저당권설정자가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한 때에는 저당권자가 토지와 건물을 일괄하여 경매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지는, 저당권은 담보물의 교환가치의 취득을 목적으로 할 뿐 담보물의 이용을 제한하지 아니하여 저당권설정자로서는 저당권설정 후에도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데, 후에 그 저당권의 실행으로 토지가 제3자에게 경락될 경우에 건물을 철거하여야 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현저한 불이익이 생기게 되어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러한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저당권자에게도 저당토지상의 건물의 존재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경매의 어려움을 해소하여 저당권의 실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데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저당지상의 건물에 대한 일괄경매청구권은 저당권설정자가 건물을 축조한 경우뿐만 아니라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토지에 대한 용익권을 설정받은 자가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한 경우라도 그 후 저당권설정자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저당권자는 토지와 함께 그 건물에 대하여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3850 판결). 즉, 제365조는 저당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채무자인 철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저당권을 설정했던 것은 분명히 땅인데, 자기 건물까지 경매에 넘긴다는 것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365조에서는 일괄경매청구가 가능하더라도 그 건물의 경매 대가에 대해서는 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365조 단서). 예를 들어 철수의 땅이 1억원, 건물이 2억원에 경매에서 팔리게 되었다고 한다면 (별도의 경매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고) 총 3억원 중 나부자(저당권자)가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돈은 1억원이라고 할 것입니다.


다만, 제365조의 일괄경매청구권은 어디까지나 저당권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권리’이므로, 반드시 이를 언제나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배형원, 2019). 즉, 저당권자(위의 사례에서는 나부자)가 쓰고 싶지 않으면 일괄경매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되고, 땅에 대해서만 경매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제365조에 대한 논의에서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일괄매각 제도, 또는 땅과 건물이 동시에 경매에서 낙찰되었을 때 토지에 대한 매각대금의 안분 문제 등을 함께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이러한 내용을 모두 기재하면 내용이 길어질뿐더러 아직 공부하지 않은 내용들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마무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오늘 공부한 제365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위 철수의 사례와 같이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는 토지 위에 건물이 없어야 하고 저당권이 설정된 후에 건물이 신축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제365조에도 그런 시간 관계가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고요. 

정리하자면, 저당권자에게 일괄경매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은 ①저상권을 설정할 당시에는 땅 위에 건물이 없었을 것, ②저당권설정 이후 저당권설정자가 땅 위에 건물을 올려서 소유하고 있을 것, 이렇게 2가지라고 하겠습니다.

*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은 제3자가 땅 위에 건물을 올려 소유하는 경우에는 일괄경매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합니다. 또 저당권설정자가 건물을 올렸더라도, 그 건물을 제3자에게 팔아치운 뒤라면 일괄경매청구권은 역시 인정되지 아니합니다(박동진, 2022). 제365조의 조문을 꼼꼼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 땅 위에 이미 건물이 존재하였던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제365조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알겠는데, 다른 조문이 적용되는 걸까요?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먼저 땅은 철수의 것인데 건물은 영희의 것인 상태에서 땅에 저당권이 설정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땅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른 경우). 이런 경우에는 사실 이미 건물 소유자(영희)가 땅 소유자인 철수와 잘 이야기해서 용익물권 등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철수가 공짜로 자기 땅을 영희에게 내주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따라서 철수-영희 간의 용익물권 설정(예를 들어 지상권 설정계약)이 먼저였다면, 나중에 나부자의 저당권이 설정되고, 철수의 땅이 경매로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영희는 자신의 용익물권을 가지고 부동산의 매수인(최투자)에게 대항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즉, 제365조를 굳이 적용하지 않더라도 건물이 철거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같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적은 것이지요.


다음으로, 땅도 건물도 철수의 것인 상태에서 저당권이 나중에 설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땅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같은 경우). 이 경우에도 제365조가 적용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내일 공부할 제366조에서 이 부분을 규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제366조, 법정지상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365면(배형원).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498-499면.




2024.2.5.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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