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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Dec 01. 2022

민법 제364조, "제삼취득자의 변제"

제364조(제삼취득자의 변제) 저당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취득한 제삼자는 저당권자에게 그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을 변제하고 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오늘은 제364조를 보겠습니다. 저당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 지상권, 전세권을 취득한 제3자(제3취득자라고도 함)는, 저당권자에게 그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을 변제하고 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왜 이런 규정을 두었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채권편에서 공부하겠지만, 우리 민법 제469조는 이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제3자가 다른 사람의 빚을 갚는 것을 허용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누구에게서 받건 돈을 받기만 하면 되니까, 누가 나서서 대신 빚을 갚아 주겠다고 하는 것을 막을 이유까지는 없겠죠. 그래서 제364조 같은 규정이 없더라도, 제3자가 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것은 일단 가능한 겁니다. 그렇다면 제364조는 과연 불필요한 조문일까요? 

제469조(제삼자의 변제) ①채무의 변제는 제삼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이해관계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인 나부자가 채무자인 철수에게 빌려줬던 돈이 2억원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이중 1억원만 철수의 집을 담보로 해서 빌려준 것이고, 나머지 1억원은 저당을 따로 잡지 않고 차용증만 써주고 빌려준 거라고 합시다. 


이 때 최착함이라는 사람이 철수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고 합니다. 만약 제364조가 없다면, 제469조에 따라서 최착함은 철수의 빚 2억원을 다 변제해야 철수의 부동산을 저당권의 마수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364조가 존재함으로 인하여, 최착함은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 즉 우리가 제360조에서 공부한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만 갚으면 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지연배상도 제360조 단서에 따라 이행기일 경과 후 1년까지 해당되는 부분만 갚으면 됨). 


다시 말해 대체로 우리의 학설은 제364조를 민법 제469조의 특칙으로 보고, 제3취득자는 저당권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민법 제360조에 정한 한도에서 변제하면 충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이준현, 2010). 그러니까 제469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제364조가 왜 따로 존재하고 있는 건지는 대략 이해가 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360조(피담보채권의 범위) 저당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저당권의 실행비용을 담보한다. 그러나 지연배상에 대하여는 원본의 이행기일을 경과한 후의 1년분에 한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 그럼 제364조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계속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어떤 부동산이 있으면, 거기에 소유권이나 지상권, 전세권이 설정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공부한 바에 비추어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제364조는 ‘저당부동산’(이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소유권,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취득한 사람(제3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저당권이 설정되기 ‘전’ 부동산에 소유권, 지상권, 전세권을 취득한 경우는 제364조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조문이 존재하는 이유는 소유권, 지상권, 전세권을 취득한 시점이 저당권설정이 있기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법적인 지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법제상 경매의 특성 때문인데요, 우리의 민사집행은 원칙직으로 저당권설정등기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대항력을 판단하고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91조제3항). 

민사집행법
제91조(인수주의와 잉여주의의 선택 등) ①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채권에 관한 부동산의 부담을 매수인에게 인수하게 하거나, 매각대금으로 그 부담을 변제하는 데 부족하지 아니하다는 것이 인정된 경우가 아니면 그 부동산을 매각하지못한다.
②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
③지상권ㆍ지역권ㆍ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저당권ㆍ압류채권ㆍ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각으로 소멸된다.
④제3항의 경우 외의 지상권ㆍ지역권ㆍ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한다. 다만, 그중 전세권의 경우에는 전세권자가 제88조에 따라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된다.
⑤매수인은 유치권자(留置權者)에게 그 유치권(留置權)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 A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부동산의 소유자는 현재 철수입니다(1월 1일 기준). 3월 1일에 영희가 철수와 계약을 맺어서 전세권을 얻었다고 해봅시다(전세권자=영희, 전세권 설정자=철수). 영희는 철수의 부동산 A를 전세권 설정계약에 따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철수의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고, 철수는 4월 1일 옆집의 나부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부동산 A에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습니다(저당권자=나부자, 저당권 설정자=철수).


이런 상황에서 나중에 철수가 나부자에게 돈을 갚지 못하여 부동산 A가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해봅시다. 부동산 A는 경매에서 낙찰되어 ‘최투자’라는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게 되었습니다. 나부자는 최투자가 경매에서 납부한 돈으로 철수에게 못 받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철수는 이제 부동산 A의 소유권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철수야 돈을 못 갚았으니 오히려 억울할 게 없지만, 영희(전세권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다행히 민사집행법 제91조제4항에 따르면, 영희는 자신의 전세권을 그대로 새로운 주인(최투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항력이 있는 겁니다. 나부자는 저당권 설정 시점(4월 1일)에 이미 영희가 전세권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등기부에 전세권이 기재되어 있으니까). 부동산 A는 전세권이 설정된 상태로 경매에 넘어갔으며, 경매에서 낙찰받은 최투자 역시 당연히 부동산 A에 전세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경매에 참가했습니다. 


즉, 모두가 이 상황을 알고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나부자와 최투자 모두에게 예측 불가능한 손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전세권자인 영희를 보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여기서 영희의 전세권이 없어져 버린다고 해버리면, 누가 전세권 설정하려고 할까요? 전세권 얻고 나서 나중에 건물 주인이 마음대로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버리면, 나중에 경매에서 자기 전세권이 없어져 버릴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저당권설정등기 이후에 소유권, 지상권, 전세권을 취득하는 경우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위의 사례에서 날짜를 바꾸어, 철수가 부동산 A에 저당권을 설정하고(3월 1일), 그 다음 영희가 부동산 A에 전세권을 들었다고 해봅시다(4월 1일).


이렇게 되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는 먼저 저당권을 설정한 저당권자(나부자)입니다. 나부자가 처음 철수에게 돈을 빌려줄 때(3월 1일)에는 부동산 A의 등기는 깨끗했습니다. 나부자는 나중에 전세권이 설정될지 안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던 거죠. 


즉, 저당권은 제3자의 용익권이라는 부담이 없는 상태로 목적물을 평가했고, 그에 따라 저당물에 대해 저당권을 설정하는 거래를 한 것이므로 그러한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입니다(배형원, 2019). 따라서, 부동산 A가 경매에 넘어가 최투자에게 낙찰되면 최투자는 이제 마음대로 부동산 A를 사용, 수익할 수 있고, 영희는 자신의 전세권으로 최투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공부하는 민법 제364조는, 저당권설정등기 이후의 부동산에 소유권, 지상권, 전세권을 취득한 제3자(위의 사례에서는 영희)에게 한 가지 살아날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영희의 입장에서는 철수가 진 빚을 자신이 대신 나부자에게 갚아 버리고, 빚이 없어졌으니 그에 따라 부동산 A에 설정된 저당권 등기를 말소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당권이 없어지면, 부동산 A도 경매에 넘어갈 일이 없으니 영희는 자신의 전세권을 안심하고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아니, 그러면 너무 철수만 좋은 거 아닌가요? 왜 영희가 철수의 빚을 갚아 주어야 합니까?”

물론 이렇게만 들으면 철수만 꿀 빨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빚을 갚아준 영희는 원래의 채무자(저당권설정자, 위의 사례에서는 철수)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채권법에서 공부하겠습니다만, 이를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제3취득자는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갖게 되고, 그 변제로서 제3취득자는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제481조)라고 표현합니다(김준호, 2017). 구상권이니 대위니 하는 표현까지 지금 알 필요는 없지만, 어쨌건 철수도 그냥 입 싹 씻고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제481조(변제자의 법정대위)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


오늘은 제3취득자의 변제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경매청구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121면(배형원).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877면.

이준현, “후순위근저당권자는 민법 제364조의 제3취득자가 될 수 있는가?”, 한국비교사법학회, 비교사법 통권 제50호, 2010.9., 154-155면.




2024.2.5.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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