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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Nov 23. 2022

민법 제363조, "저당권자의 경매청구권, 경매인"

제363조(저당권자의 경매청구권, 경매인) ①저당권자는 그 채권의 변제를 받기 위하여 저당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
②저당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삼자도 경매인이 될 수 있다.


제363조제1항을 보겠습니다. 저당권자는 그 채권의 변제를 받기 위하여 저당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살펴보았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경매의 개념과 절차에 대해서는 앞서 공부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상세히 말씀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건 저당권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빌려준 돈을 기일이 지났는데도 받지 못한다면, 당연히 저당물을 경매에 넘겨서 팔아 치우고 그 돈으로 자신의 채권을 만족시켜야 할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경매에 넘기려면 일단 변제기가 지나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월 1일까지 갚기로 했는데, 2월 25일에 집을 경매에 넘겨 버리는 것은 오히려 채무자 입장에서 억울한 일이 될 테니까요. 3월 1일까지 기다리기로 했으면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즉 저당권자는 변제기가 도래하기 전에 경매를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인데, 나중에 채권법에서 따로 공부하겠지만 이를 '저당권 실행을 위해서는 피담보채권이 이행지체에 있어야 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제2항을 봅시다. 여기서는 저당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경매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벌써 몇 번째 급전이 필요한지 모를 철수는 오늘도 돈이 쪼들려서, 옆집의 나부자에게 돈을 빌리러 갔습니다. 예상하시는 바대로 철수는 자신의 집을 저당 잡히고 1억원을 빌리기로 했고, 나부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습니다(저당권 설정등기도 다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는 나부자에게 돈을 갚을 기일(변제기)이 도래하기 전에, 친구인 영희에게 자신의 집을 팔아 버렸습니다.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팔 수 있느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는 철수의 몸뚱이에 저당을 건 것이 아니라 부동산에 저당을 건 것이라서, 사실 소유자가 누구이건 간에 어쨌든 그 부동산을 나중에 팔아서 자기 채권을 회수할 수만 있으면 되니까요.


물론, 사는 사람(영희) 입장에서는 저당권이 낀 부동산은 혹시 경매로 넘어갈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저당권 낀 부동산은 사람들이 잘 안 사려고 하고, 산다고 하더라도 잔금을 다 치르기 전에 저당권등기를 말소하고 물건을 넘겨주기를 원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예시를 드는 것이니까, 어쨌건 영희가 부동산을 철수로부터 사들였다고 가정합시다.

*현실에서는 가끔 있는 계약 방식이 있는데요.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되, 대신 채무 금액만큼을 매매대금에서 깎아 주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우리의 판례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이상 이를 채무인수가 아닌 이행인수로 해석하는데(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23193, 판결), 이행인수 등에 관한 내용은 추후 채권법에서 공부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대충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부동산 소유자는 철수에서 영희로 바뀐 상황입니다. 그런데 약속한 기일이 되었는데도 철수는 나부자에게 1억원을 갚지 않았습니다. 나부자는 어쨌건 1억원을 받아내야 하므로, 영희가 소유자인 집을 경매에 넘겨 버립니다. 그런데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거야 영희도 저당권 걸린 집을 살 때 이미 예상하고는 있었다고 하지만, 영희 입장에서는 그래도 자기가 빌려 쓴 돈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는 것은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법 제363조제2항에서는, (나부자의 신청에 의해 개시된) 경매 절차에 영희가 직접 참가하여, 돈을 내고 집을 경락받을 수 있도록 '제3자도 경매인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넣어 둔 것입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경매에 넘어간 집을 영희가 돈 주고 사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면 나부자는 팔린 돈에서 1억원을 회수할 수 있어서 좋고, 영희는 아주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어쨌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제2항은 제3자를 어느 정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제2항에서의 '경매인'은 한자가 競買人으로, 여기서의 매(買)는 판다는 뜻이 아니라 산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해석하면 '경매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사람'이 될 자격이 있다고 보는 거는 거지요. 


오늘은 경매청구권과 경매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제3취득자의 변제에 대하여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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