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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ul 31. 2023

민법 제395조, "이행지체와 전보배상"

제395조(이행지체와 전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에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여도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지체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는 채권자는 수령을 거절하고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오늘은 전보배상에 대해 공부할 것입니다. 앞서 우리는 채무불이행의 한 유형으로서 '이행지체'를 배웠고, 이행지체가 있으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느냐, 그 효과로서 강제이행(제389조), 손해배상, 책임가중(제392조), 계약해제 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중에 강제이행이랑 책임가중은 이미 공부하였고요, 손해배상은 제390조에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넓게 공부했습니다. 이 손해배상 부분을 이행지체의 측면에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이행지체에 따른 손해배상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연배상이고, 다른 하나는 전보배상입니다. 명시적으로 채권총칙 편에서 '지연배상'이라는 단어가 짠 하고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공부한 제390조에서 지연배상의 개념은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습니다.


지연배상이란, 채무자의 이행이 지체됨으로 인하여(즉, 지연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갚으라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억원을 빌려줬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영희가 돈을 갚기로 한 날(이행기)이 되었는데도 1억원을 갚지 않는다면, 별도의 약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철수는 이행지체에 빠진 영희에게 지연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전에 지연배상의 이율에 대해서 합의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합의가 없어도 민법 제379조에 따라 법정이율 연 5%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제379조(법정이율) 이자있는 채권의 이율은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분으로 한다.


흔히 지연배상을 '지연이자', '연체이자' 등의 표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만, 엄밀하게 따지면 지연배상은 손해배상의 일종이지 이자는 아니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자(interest)는 원금이라는 돈을 사용하면서 따로 붙는 사용의 대가라고 할 것이니까, 손해배상이라는 개념에 포함되는 지연배상과는 구별되는 것입니다. 판례도 "금전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은 그 성질이 손해배상금이지 이자가 아니며, 민법 제163조 제1호가 규정한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채권'도 아니므로 3년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42141, 판결). 판례는 오히려 '지연손해금'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니 참고하세요.


다음으로 전보배상이란,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졌을 때 예외적으로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송덕수, 2020). 개념에서 중요한 내용을 하나 캐치할 수 있는데요, 그건 전보배상이 '일정한 요건'이 달성되었을 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냐, 채무불이행으로서 이행지체의 경우에는 지연배상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이행지체는 이행불능과 달리 이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일 뿐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원래의 급부와 함께 지연배상을 함께 받는 것이 바람직한 처리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이행지체라고 할지라도 원래 받기로 했던 급부와 지연배상만을 꼭 받으라고 강제하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부는 그냥 받지 않고, 대신해서 돈으로 다 받는 게 채권자의 입장에서 오히려 편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보배상을 꼭 금지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그런 취지에서 민법 제395조는 전보배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보배상이 가능한 '일정한 요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395조를 읽어보면 얼추 나옵니다.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단 이행지체가 성립하고 있을 것

이행지체에 따른 전보배상이니까, 당연히 전제가 되는 이행지체 자체는 성립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행이 지체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행기도 안 되었는데 갑자기 채권자가 전보배상을 받겠다 하면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이행지체의 성립에 대해서는 이미 살펴보았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해서 최고하여도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을 것

이것이 제395조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인데요, A or B의 형태로 요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A나 B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먼저 앞선 요건을 살펴보면,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해서 최고(최고는 상대방에게 뭔가를 하라고 재촉, 촉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여기서 '상당한 기간'을 정해서 최고하라고 되어 있는데, 상당한 기간이라는 표현이 모호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만약 채권자가 기간을 너무 짧게 주는 경우("10분 뒤에 이행해라")에는 그러한 최고 자체는 유효하다고 볼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전보배상의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합니다(문주형, 2020).


한편,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행기가 지났는데도 영희가 볼펜을 넘겨줄 채무를 한참이나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채권자인 철수는 당장 업무상 볼펜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득불 다른 사람으로부터 볼펜을 사서 쓸 것입니다. 이런 경우 영희가 뒤늦게 볼펜을 넘겨주는 채무를 이행한다고 해도, 철수 입장에서는 "이제 필요 없어. 진작 줬어야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제 와서 볼펜을 받는다 한들 철수에게 큰 이득이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철수 입장에서는 이제 필요도 없는 볼펜을 받는 것보다(원래의 급부를 수령하는 것보다) 볼펜의 수령을 거절하고 전보배상을 청구하는 것(돈으로 받는 것)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물론, 철수는 볼펜을 그냥 달라고 하면서 그에 추가하여 이행지체에 따른 지연배상금을 함께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볼펜 자체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전보배상을 오히려 선호할 수 있겠지요.




위의 요건들을 충족하면, 채권자는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전보배상을 선택한 채권자는 상대방이 설령 이행을 하더라도 정당하게 그 수령을 거절할 수 있고, 본래의 급부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전보배상을 받게 되면 (채무의 이행에 갈음하는 배상을 받은 것이므로) 채권은 자연스레 소멸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전보배상에서의 손해배상액의 산정방법에 대해서, 판례는 "이행지체에 의한 전보배상에 있어서의 손해액 산정은 본래의 의무이행을 최고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당시의 시가를 표준으로 하고,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액은 이행불능 당시의 시가 상당액을 표준으로 할 것인바, 채무자의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에서의 손해액 산정은,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여 최고 없이 계약의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행거절 당시의 급부목적물의 시가를 표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하여 이행지체에서의 전보배상의 경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시점에서의 시가를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63337, 판결).


참고로, 우리가 아직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쌍무계약에서의 이행지체에서는, 실무상으로는 계약을 해제하면서 전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김형석, 2021). 계약의 해제와 관련하여서는 나중에 계약법 파트에서 공부할 것인데(제544조, 제548조 등), 추후 다룰 예정이니 오늘은 그냥 이런 내용이 있다는 것만 언급하고 지나가겠습니다. 이행지체에 따른 전보배상과 계약해제와 결합된 전보배상 간의 관계에 대하여 이론적인 논의가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문헌의 논문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오늘은 이행지체와 그에 따른 전보배상을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과실상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송덕수, 채권법총론, 박영사, 제5판, 2020, 138면.

김용덕, 주석민법[채권총칙(1)], 한국사법행정학회, 제5판, 2020, 926면(문주형).

김형석,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 - 민법 제395조에 따른 전보배상과 계약 해제에 따른 전보배상의 비교를 중심으로 -", 한국비교사법학회, 비교사법 제28권제2호, 2021.5., 96-9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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