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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19. 2023

민법 제404조, "채권자대위권"

제404조(채권자대위권) ①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채권자는 그 채권의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는 법원의 허가없이 전항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전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오늘부터 중요한 것을 공부하겠습니다. 바로 여러 교과서에서 이른바 '책임재산의 보전'이라는 제목으로 서술하고 있는, 채권자대위권과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채권채무관계에 대해서 공부해 왔는데요, 결국 채무를 이행을 제대로 못 했을 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일단 대부분의 채무불이행은 통상 손해배상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우리 민법은 어지간하면(?) 손해는 금전으로 갚도록 하고 있지요(제394조). 결국 돈이 문제이고, 채권자가 스스로의 손해를 제대로 받아내려면 궁극적으로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394조(손해배상의 방법)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한다.


채무자가 한 푼도 없다면 어떻게 채권자가 손해를 배상받겠습니까? 또는 채무자가 자기 재산을 몰래 숨기거나 은닉해 버린다면 채권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처럼 채무자가 가진 전체적인 재산을 일반재산이라고 하는데요, 채무자의 일반재산은 채권자의 입장에서 최후의 보장이며, 결국 일반재산이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이를 '책임재산'이라고도 합니다(송덕수, 2022).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채권자에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책임재산의 은닉이나 증감은 채권자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권자가 자기 마음대로 채무자의 재산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예를 들어 채무자로 하여금 계좌에서 한 푼도 쓰지 못하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단은 채무자의 재산이니까요. 그래서 일정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해 채권자가 관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두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채권자대위권'과 '채권자취소권' 제도입니다. 오늘 공부할 제404조는 이중 채권자대위권에 대한 것입니다. 시작합니다.




채권자대위권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대위'(代位)라는 단어를 좀 봤던 적이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물상대위', '차순위자의 대위', 매우 최근에 공부한 '손해배상자의 대위' 등이 있었습니다.

제342조(물상대위) 질권은 질물의 멸실, 훼손 또는 공용징수로 인하여 질권설정자가 받을 금전 기타 물건에 대하여도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 지급 또는 인도전에 압류하여야 한다.

제368조(공동저당과 대가의 배당, 차순위자의 대위) ①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그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한다.
②전항의 저당부동산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경우에는 그 대가에서 그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 그 경매한 부동산의 차순위저당권자는 선순위저당권자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에서 선순위자를 대위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399조(손해배상자의 대위) 채권자가 그 채권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가액전부를 손해배상으로 받은 때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 또는 권리에 관하여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


위에 열거된 이론과 개념들은 다 다릅니다만, 위의 내용에서 대충이나마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대위'라는 단어가 무언가를 대신해서 무언가를 한다, 그런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 공부하는 채권자대위권에서도 그 의미가 아주 다르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제404조제1항은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다만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럴 수 없다고 정합니다. 얼핏 들으면 뭔가 이상합니다. 채무자의 권리를 왜 채권자가 행사합니까? 채무자의 권리는 채무자의 것인데요. 그래서 제404조에서 말을 하나 더 붙여놓습니다.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라고 말이죠. 그러니까 아무 때나 대위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채권의 보전을 위해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제404조를 바탕으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알아보겠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용어를 정리하겠습니다. 채권자가 받아내야 할 자신의 채권, 즉 대위권으로 보전하려는 대상이 되는 권리를 피보전채권이라고 합니다. 한편, 채권자가 대신 행사하고자 하는 채무자의 채권, 즉 대위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권리를 피대위권리라고 합니다. 이하에서는 각각의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


1.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보전할 필요성이 있을 것

민법 제404조제1항에 명시적으로 적혀 있는 요건입니다. 이 요건을 충족하려면 일단 피보전채권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전제조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소송을 맡게 되는 법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채권자대위를 하려고 제기되는 소송이 채권자대위소송인데요, 법원에서 소장을 접수했다고 해봅시다. 판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 존재하는지를 선결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원고는 내가 분명히 저 녀석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데, 피고는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겁니다.


우리 판례는 "채권자대위소송에 있어서 대위에 의하여 보전될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채권자가 스스로 원고가 되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당사자적격이 없게 되므로 그 대위소송은 부적법하여 각하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여,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를 각하로 처리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753 판결). 물론,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는 것은 채권자가 재판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입니다.

*소송법에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이 법정소송담당인지 여부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만, 그 내용까지 여기서 서술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므로 지금은 이 정도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더 심도 있는 공부를 원하는 분들은 교과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자,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는 것이 명확하다면 이제 다음 문제는 '보전의 필요성'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돈을 갚을 의지도 있고, 신용에도 문제가 없으며, 심지어 채무자 본인이 갚을 만한 충분한 능력이 되는데도 채권자가 대위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겁니다. 대위권을 무제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이미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보전의 필요성'이라는 것을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의가 있습니다만, 우선 판례를 기준으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판례의 기준이 조금 복잡하고 예외도 많은 상태입니다.


(1) 먼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또는 손해배상채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경우)

이런 경우, 판례는 통상 '채무자가 무자력일 것'을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즉, "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라 함은 그 채권이 금전채권이거나 당해의 경우 손해배상채권으로 귀착할 수밖에 없는 것인 때에는 채권자가 무자력하여 그 일반재산이 감소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라는 것입니다(대법원 1963. 4. 25. 선고 63다122 판결).


그럼 '무자력'이란 또 어떤 의미이냐? 이에 대해서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함에 있어 대위에 의하여 보전될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에는 그 보전의 필요성 즉, 채무자가 무자력인 때에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바, 채권자대위의 요건으로서의 무자력이란 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없음을 뜻"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76556, 판결).


그러니까 여기서 무자력이란, 채무자가 완전히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채무자의 일반재산이 모든 채권자(채권자가 여러 명일 수 있으니까요)의 채권을 변제하기에는 부족한 채무초과의 상태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양형우, 2019). 예를 들어 채무자의 재산이 10억원이라고 하면 부자라고 생각되겠지만, 빚진 것이 100억원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겠지요. 


그런데 대법원이 또 예외적으로 무자력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판례는  ①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 간의 밀접한 관련성, ②채권만족을 얻지 못하게 될 위험성, ③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닐 것, 이 3가지 요건이 충족될 때에는 무자력과 관계없이 보전 필요성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즉, 대법원은 금전채권이 피보전채권인 경우에도 채권자대위권에서의 무자력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합니다(김용덕 편, 2020). 무자력의 요건을 요구하는 판례와 예외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판례에 대한 분석과 학설의 대립에 대해서는 따로 교과서나 논문을 참조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 피보전채권이 비금전채권인 경우

피보전채권이 항상 금전채권이라는 보장은 없죠. 예를 들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금전채권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중요한 채권이고, 이런 채권은 비금전채권입니다. 이러한 채권을 특정채권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여러 교과서에서는 이 표현을 더 많이 씁니다. 하지만 특정물채권과 헷갈리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냥 비금전채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나중에 따로 공부하실 때는 특정채권이라는 용어를 쓰시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판례나 학설은 채권자대위권 파트에서 특정채권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것은 금전채권이 아닌 채권을 의미하는 것이고 특정물채권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채권은 말 그대로 '특정한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으로, 급부의 객체가 물건인 특정물채권과는 다릅니다. 특정채권에서의 급부는 채권이나 주식 등의 양도나 노무 제공이 될 수도 있지만, 특정물채권에서는 그렇지 않지요. 즉, 특정물채권은 특정채권 중에서 그 목적이 특정물의 인도인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특정채권이 특정물채권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라는 것입니다(송덕수, 1993). 김준호 교수님의 경우 교과서에서 '비금전채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비금전채권에서, 판례는 명시적으로 채무자의 무자력은 요건이 아니라고 밝혔던 바 있습니다. "채권자는 자기의 채무자에 대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 특정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방치하고 있는 그 부동산에 관한 특정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이다"라는 겁니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483 판결).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영희에게 부동산을 팔기로 계약하였습니다. 철수는 부동산의 매도인, 영희는 매수인이 되겠죠. 그런데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영희는 그 부동산을 또 나부자에게 팔기로 계약해버렸습니다. 원래는 중간생략등기라고 해서 특수한 논의가 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계약이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부동산의 최종적인 소유자인 나부자가 되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등기는 철수 명의로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부자는 단순히 영희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라"라고 청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영희도 아직 등기상 소유자가 아니니까요. 


여기서 나부자는 '영희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고, '영희가 철수에 대해 갖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대위채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즉, 영희를 대위해서 철수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빨리 영희에게 해줘라"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대법원 1969. 10. 28. 선고 69다1351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2번 나와서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판결문을 천천히 한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피보전채권이 비금전채권인 경우에도 그냥 아무 권리나 피대위권리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앞서 위에서 제시한 ①~③의 요건(관련성, 위험성, 부당한 간섭)을 피보전채권이 비금전채권인 경우에도 요구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따라서 무자력의 요건은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이러한 요건들은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2.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해 가진 권리가 대위행사에 적합한 것일 것

두 번째로 필요한 요건은, 대위의 대상이 되는 채무자의 권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요건에는 간단하게 '대위행사에 적합'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것이 적합한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학설은 채권적 청구권 외에도 형성권(해지권, 상계권, 채권자취소권 등), 물권적 청구권 등도 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권리라고 보고 있습니다(김준호, 2017). 


그러면 어떤 권리는 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는 걸까요? 예를 들어 제404조제1항 단서에서 명시하는 것처럼, 채무자의 일신에 전속되어 있는 권리는 대위행사할 수 없습니다. 철수가 자기가 빌려준 돈을 못 받을 것 같아서, 영희의 이혼청구권을 대위한다? 안 됩니다. 일단 두 권리가 관련성도 없을뿐더러, 이혼청구권은 개인의 의사결정의 자유에 전적으로 관련된 것이니까 철수가 영희 대신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는 거지요.


그리고 제404조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일신전속적'인 것 외에도 대위행사에 적합하지 않은 권리들이 있습니다. 바로 압류가 금지되는 권리입니다. 사실 제404조에서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통설은 압류가 금지되는 권리는 피대위권리로 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압류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세히 공부한 적은 아직 없고, 강제집행과 관련해서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요, 강제집행과는 다르긴 하지만 채권자대위권 제도 역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채권자의 채권 만족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법률에서 압류를 금지하고 있는 채권은 대위권의 객체가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민사집행법 제246조, 근로기준법 제86조 등 법률에서 압류를 금지하는 채권들이 있습니다. 근로자가 일을 하다가 다쳐서 보상금을 받게 되었는데, 그런 돈까지 채권자가 압류해서 가져가 버린다면 근로자의 생계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채권들은 압류가 금지된다고 할 것입니다.


3. 채무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

이 요건도 딱히 제404조에 명시된 요건은 아닙니다만, 역시 학설과 판례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 요건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률에 없는 걸 자꾸 만든다고 불평하실 수도 있는데, 민법이 전면 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자들이 현실에 맞게 법률을 해석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양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권리를 열심히 행사하고 있다면, 그런 상황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게 놔두는 것은 오히려 적절하지 못한 일입니다. 판례 역시 "채무자가 그 권리를 행사한 때에는 채권자는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에 있습니다(대법원 1980. 5. 27. 선고 80다735 판결).


4. 채권자의 채권은 이행기에 있을 것

자, 이제 제404조제2항으로 갑니다. 제2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채권이 이행기에 있어야 채권자대위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채권자가 자기 채권의 변제기일이 까마득하게 남았는데도 보전 필요성이 있다면서 대위권을 마구 행사하는 것은 곤란하겠지요.


그런데 제404조에서는 예외적으로 채권이 이행기가 아닌 경우에도 대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숨통을 열어 주고는 있습니다. 하나는 법원의 특별한 허가가 있는 경우이고요(제404조제2항 본문), 이에 대해서는 「비송사건절차법」이라는 법률에서 따로 절차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좀 급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이 인정해 줄 수도 있다는 거지요.

비송사건절차법

제45조(재판상 대위의 신청) 채권자는 자기 채권의 기한 전에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그 채권을 보전할 수 없거나 보전하는 데에 곤란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재판상의 대위(代位)를 신청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채무자의 채권에 대한 보존행위를 하려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서 채무자의 채권에 소멸시효가 다가오고 있다면, 채권자가 그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하는 행위는 채권의 보존을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채무자가 가진 채권이 소멸해 버리면 그건 채권자뿐 아니라 채무자에게도 손해입니다.


이와 같은 예시로 권리의 소멸시효 완성을 중단시킬 목적의 이행청구, 압류, 가압류ㆍ가처분의 신청, 제척기간 전의 제소, 미등기부동산의 보존등기의 신청, 선의의 제3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말소등기의 청구, 제3채무자의 파산채권의 신고 등을 들 수 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0.03.12. 선고 2019가단134725 판결). 결국 채권자의 채권이 설령 이행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런 보존행위들은 하게 해주는 것이 낫습니다.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이익이니까요.




오늘은 채권자대위권의 개념과 행사요건에 대해 길게 알아보았습니다. 짧게 했으면 좋았겠지만, 워낙 중요한 내용이다 보니 부득이하게 길어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일은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088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227-228면(한애라).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847면. 

송덕수, "[민법(채권총론)]특정물채권", 「고시계」 통권 제434호, 1993, 33-34면.

양형우, 「민법입문(제4판)」(전자책), 정독, 2019, 19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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