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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Nov 22. 2023

민법 제407조, "채권자취소의 효력"

제407조(채권자취소의 효력) 전조의 규정에 의한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효력이 있다.


어제에 이어 채권자취소권을 살펴보겠습니다. 어제는 채권자취소권의 행사 요건과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으니, 이제 그 결과(효과)에 대해 알아보아야겠지요? 제407조는 그와 관련된 조문입니다. 제407조에 따르면,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취소 &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제 잠깐 상대적 효력설에 대해 언급했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설과 판례는 사해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의 효력이 채권자와 수익자(전득자) 사이의 상대적인 관계에서만 발생한다고 봅니다. 무슨 뜻인지 예시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1억원을 빌렸습니다. 철수는 채무자, 나부자는 채권자입니다. 피보전채권은 금전채권이니까 어제 살펴본 대로 채권자취소권 행사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철수는 나부자 외에도 영희에게도 5천만원을 빌렸었다고 해봅시다. 그러니까 철수의 총 채무는 1억 5천만원이며, 채권자는 나부자와 영희 2명입니다.


그런데 철수는 1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하나 있었습니다. 현금이 부족해서 돈을 못 갚게 될 것 같아진 철수는 자신의 부동산을 친한 친구 최거짓에게 팔아치웁니다. 소유권이전등기도 해줬습니다. 일단 강제집행을 피하고 나서 그 부동산을 어떻게 되찾겠다는 심산이었죠. 그렇다면 철수의 사해행위의 상대방은 최거짓이며, 최거짓을 수익자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부자는 채권자취소의 소를 최거짓을 상대로 제기합니다(채무자인 철수가 아니라 수익자인 최거짓이 피고가 되어야 합니다). 철수의 사해행위나 사해의사, 그 외의 요건들이 모두 맞아떨어졌다고 가정하고, 법원에서는 나부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사해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이 이루어지게 될 텐데요, 그 의미는 무엇인지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아래의 견해는 판례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학설의 비판과 소수설에 대해서는 논문 검색을 통해 살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1. 철수는 최거짓으로부터 부동산 소유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

답은 'No' 입니다. 여기서부터 조금 당황스러우실 텐데요, 바로 상대적 효력설에 따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분명 채권자취소의 소에서 승리하게 되면, 사해행위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취소는 일반적인 취소랑 좀 다릅니다.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취소'는 오로지 채권자(나부자)와 수익자(최거짓)의 관계에만 적용되고, 채무자(철수)와 수익자(최거짓)의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적' 효력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채권자취소권에서 말하는 취소와 원상회복이란 오로지 채권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원상회복에 불과합니다. 판례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원인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되더라도, 사해행위취소의 효과는 채권자와 수익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생길 뿐이다. 따라서 사해행위가 취소되더라도 부동산은 여전히 수익자의 소유이고, 다만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환원되어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는 부담을 지고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라고 명시합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3다206313, 판결). 즉 사해행위가 취소되더라도 여전히 부동산의 소유자는 수익자인 최거짓이라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법률행위가 취소되었는데 왜 여전히 소유자가 최거짓입니까?"

복잡하지만 그것이 판례의 논리입니다. 물론 이런 상대적 효력설의 논리가 이상하고, 소유권의 관념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김준호, 2017). 하지만 상대적 효력설에서는 사해행위 취소의 의미를 그 '채권자인 나부자 입장에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돌려받았다'라는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철수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나부자 놈이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다니! 화가 나는군. 어쨌거나 최거짓에게 간 부동산이 다시 내게 돌아왔단 말이지. 그럼 이번에는 최거짓 말고 내 또 다른 친구에게 부동산을 다시 팔아 버려야지. 시간을 끌어야겠다."


상대적 효력설은 바로 이런 철수의 마구잡이식 행동을 막아 줍니다. 철수가 사해행위의 취소로 등기명의를 회복한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수익자인 최거짓과의 관계에서 소유권을 진정으로 회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령 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또 팔아치운다고 하더라도(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또 해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무권리자의 처분으로써 원인무효의 등기가 됩니다(송덕수, 2022).


또, 상대적 효력이 미치는 관계는 채권자와 수익자(전득자)의 관계이기 때문에, 채권자취소의 소도 수익자(전득자)를 피고로 해서 제기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가 구성됩니다. 왜 피고는 수익자가 되어야 하는지, 이제는 이해하시겠지요?


2. 나부자는 최거짓으로부터 직접 자신에게 부동산 명의를 등기하도록 할 수 있다?

'No' 입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취소와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니까요. 나부자가 원래 부동산의 소유자였던 것은 아니잖아요?


취소 및 원상회복의 방법은 2가지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수익자인 최거짓 명의로 된 부동산 등기를 말소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자인 최거짓이 직접 채무자(철수)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판례 역시 "채권자는 사해행위의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 방법으로 수익자 명의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대신 수익자를 상대로 채무자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구할 수도 있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3704 판결).


3. 나부자는 원상회복된 부동산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이것도 대답은 'No' 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오늘 공부하는 제407조와 관련된 것인데요. 제407조에서는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라고 명시되어 있지요? 결국 나부자의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는 나부자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채권자(영희)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나부자만이 이득을 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부자의 입장에서) 부동산이 원상회복되어 다시 철수의 책임재산이 되었으므로, 나부자는 철수의 부동산을 강제집행에 넘겨 버리고 자신의 채권(1억원)을 만족시키고 싶을 겁니다. 부동산은 경매에 넘어갔고, 1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여기서 나부자가, "내가 소송도 하고 다 고생했다. 그러니까 1억원을 내 채권에 우선 변제하겠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안 된다는 겁니다. 나부자도 영희랑 똑같이 평등한 채권자의 입장에서 배당절차에 참여해야 합니다.


"아니, 영희가 손가락 빨고 있는 동안 나부자가 채권자취소소송도 하고, 고생 다 했는데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억울하겠지만 제407조는 채권자 평등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판례 역시, "사해행위취소란 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고 있는 채무자의 재산이 그의 처분행위로 감소되는 경우, 채권자의 청구에 의해 이를 취소하고, 일탈된 재산을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환원시키는 제도로서, 사해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으므로(민법 제407조), 취소채권자가 자신이 회복해 온 재산에 대하여 우선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사해행위의 수익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취소채권자가 수익자에 대한 가액배상판결에 기하여 배당을 요구하여 배당을 받은 경우, 그 배당액은 배당요구를 한 취소채권자에게 그대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회복되는 것이며, 이에 대하여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들은 채권만족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채권 내용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5다14595, 판결).


4. 사해행위의 목적물이 금전인 경우?

위의 사례는 사해행위의 목적물이 부동산인 경우였는데요, 금전인 경우는 조금 얘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서 철수가 최거짓에게 1억원의 현금을 증여했고, 그 행위가 취소되었다고 해봅시다. 복잡한 행사 요건은 모두 충족된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문제는 금전의 경우에는 위의 예시와 달리 나부자가 직접 최거짓에게 '자신에게 금전을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는 겁니다. 즉, 목적물이 동산이나 금전인 경우 판례는 취소채권자의 직접 수령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왜 부동산은 안 되고 동산, 금전은 되는 걸까요?


원칙대로라면 채권자 평등주의에 따라 채권자취소권의 효과는 채권자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원상회복이란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채무자에게 동산이나 금전을 인도하는 게 맞긴 합니다. 그러나 동산이나 금전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수령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금전을 받아서 숨기거나 써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태를 내버려 두게 되면 사실상 책임재산 회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수가 있으므로, 금전이나 동산의 경우에는 부동산과 달리 직접 수령을 인정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김용덕, 2020).


판례는 목적물이 유체동산인 경우 "민법 제406조에 의한 사해행위의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그 목적물 자체의 반환에 의하여야 하는바, 이때 사해행위의 목적물이 동산이고 그 현물반환이 가능한 경우에는 취소채권자는 직접 자기에게 그 목적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했고(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3468,23475 판결), 가액배상인 경우(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해서 돈으로 갚는 경우)에는,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취소하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에서 일탈한 재산을 회복하여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권리이므로 원상회복을 가액배상으로 하는 경우에 그 이행의 상대방은 채권자이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에 있습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84352 판결).


그런데 나부자가 돈을 직접 최거짓으로부터 받게 되면, 나부자 입장에서는 채권자 평등 원칙이고 뭐고 당장 이 돈으로 자기 채권부터 만족시키고 싶은 강력한 욕망이 들 겁니다. 실제로 현실에서는 취소채권자들이 이를 자신의 채권 변제에 바로 충당하여 사실상 우선변제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김용덕, 2020: 568면). 즉 취소채권자가 자신의 채권과 받은 금전을 상계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거죠.


이런 판례의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습니다. 일반채권자의 안분액 분배 청구(익숙하지 않은 표현이면 그냥 넘어가세요)는 안 된다고 하면서, 동시에 취소채권자의 상계를 허용하고 있는 게 현재 판례의 입장인데, 이거는 사실상 제407조에서 명문으로 제시한 '채권자 평등주의'를 사문화하는 해석이라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거짓이 반환해야 하는 목적물이 부동산이냐, 금전이냐에 따라서 취소채권자(나부자)가 더 불리하거나 유리해지는 결과가 되는데, 이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겁니다(김송, 2017). 아직 우리가 강제집행절차나 상계를 상세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금전인지에 따라서 채권자취소권 행사 후의 효과가 달라지게 되는 부분이 있고, 그에 대한 학설의 논란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가액배상의 분배절차 개선에 관한 자세한 연구는 아래의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동산의 경우는 취소채권자가 직접 수령을 하더라도 어차피 바로 자기의 소유물이 되는 것은 아니고, 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를 거쳐서 채권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므로 금전보다는 논란이 조금 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채권자취소권의 효과와 채권자 평등 원칙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은 그 내용의 복잡함에 비해 민법에서 규정된 조문을 딸랑 2개입니다. 그래서 현행 민법의 규정에 부족함이 많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계속 이어져 왔고, 개정 노력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개정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채권자취소의 소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채권자평등주의니 뭐니 해도, 아무래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가액배상을 법원에서 인정받으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상 우선변제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결국 실무에서의 중요성에 비해 민법의 규정은 다소 부족한 면이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참고로 우리의 채권자취소권 규정은 일본 민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채권자취소권에 대한 학설의 논란이 심했었습니다. 원래 일본 민법에는 채권자취소권 조문이 3개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7년 일본에서는 민법을 개정하여 총 14개 조문으로 확대했고, 상대적 효력설이 아니라 채무자에게도 효력을 미치게 하는 절대적 효력설을 채택하는 변화를 꾀했습니다(신지혜, 2020). 세부적인 일본 개정 민법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논문이 나와 있으니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하튼 우리 민법도 곧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너무 부족함이 많았지만 어쨌든 채권자취소권에 대한 내용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절로 들어갑니다. 여러 명의 채권자와 채무자가 있는 경우의 법률관계에 대해 공부해 볼 것입니다. 


*참고문헌

김송, "채권자평등주의에서 본 채권자취소권의 개정안에 대한 고찰", 「법학연구」 제20집 제1호, 2017, 174-176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567-568면(이백규).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123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896면.

신지혜, "일본 2017년 개정 민법 중 사해행위취소권에 관한 소고– 절대적 효력설을 중심으로 -", 「법학논총」 제37집 제1호, 2020, 263-26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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