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Nov 27. 2023

민법 제408조, "분할채권관계"

제408조(분할채권관계) 채권자나 채무자가 수인인 경우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각 채권자 또는 각 채무자는 균등한 비율로 권리가 있고 의무를 부담한다.


오늘부터는 제3절, [수인의 채권자 및 채무자]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3절은 1~4관의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중 제1관 [총칙]은 1개의 조문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조문이 바로 제408조입니다. '총칙'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그 중요성도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우리는 채권관계를 살펴보면서 채권자, 채무자 2명을 놓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사례를 들 때도 그렇게 했지요. 그게 간단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굉장히 흔합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법률관계도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민법」에서는 "수인의 채권자 및 채무자"(제3절)이라는 이름 하에 관련 규정을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이를 보통 "다수당사자 채권관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3절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①분할채권관계(제408조), ②불가분채권관계(제409조~제412조), ③연대채무(제413조~제427조), ④보증채무(제428조~제448조)입니다. 그리고 「민법」에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보통 교과서에서는 ⑤부진정연대채무, ⑥연대채권에 대한 내용도 따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앞서 여러 사람이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관계에 대해서 이미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유, 합유, 총유의 개념이 그것입니다. 물론 그때의 대상은 '물건'이고, 지금과 같이 '채권'은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제278조에서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278조(준공동소유) 본절의 규정은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준용한다. 그러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에 의한다.


바로 준공동소유에 관한 내용인데요, '공동소유' 절의 규정들은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준용한다는 것입니다. 채권도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해당되므로, 얼핏 보기에는 제262조~제277조의 규정들이 다수당사자 채권관계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의 채권이 여러 사람에게 공동으로 귀속되는 경우에는 '준공유'로 해석하면 되는 걸까?" 그런 질문이 생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걸 준공유로 하지는 않고요, 학설은 우리가 지금부터 공부할 제408조~제448조까지의 규정이 채권·채무의 준공유에 대한 특칙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다수당사자 채권관계에서는 제408조 이하의 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만약 준공유를 성립시키고 싶다면 당사자 간의 특별한 약정이 필요할 것입니다(송덕수, 2021). 그러니까 혹시라도 다수당사자 채권관계에서 제278조 조문을 놓고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우선은 깔끔하게 잊고, 제408조부터 시작하시면 되겠습니다.


제408조는 그중 첫 번째, '분할채권관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할채권관계란, "채권의 목적이 성질상 나누어질 수 있는 경우, 각 채권자는 균등한 비율로 권리가 있고(분할채권), 각 채무자는 균등한 비율로 의무를 부담하는 것(분할채무)"을 말합니다(김준호, 2017). 제408조에는 '나누어질 수 있는 경우'라는 표현은 없지만, 학설은 분할채권관계의 기본적인 요건으로 '급부가 나누어질 수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분성이라고 하며, 이와 같이 나눌 수 있는 급부를 가분급부라고도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돈을 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가분급부의 예시라고 할 것입니다. 굳이 돈(금전)이 아니더라도, 나눌 수 있는 물건을 준다든지 하는 급부도 가분급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3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채권자는 나부자, 왕부자, 최부자 3명이라고 합시다. 이 경우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3명의 채권자는 균등한 비율로 채권을 갖게 됩니다. 각각 1천만원씩 갖게 되는 것이죠. 또는 3분의 1씩 지분을 고르게 갖고 있는 부동산 공유자 3명이 부동산을 3천만원에 팔아치웠다면, 매매대금 3천만원은 각 공유자들이 1천만원씩 가져가면 되겠죠. 이와 같이 채권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분할채권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분할채무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영희는 3천만원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채무자는 김채무, 이채무, 박채무의 3명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각각의 채무는 1천만원씩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분할채무죠.


분할채권과 분할채무를 묶어서 정확하게는 분할채권채무관계라고 불러야 하는데, 보통은 그냥 분할채권관계라도 칭합니다. 여기서도 그렇게 부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분할채권관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1. 원칙상 대외적으로, 대내적으로도 균등분할입니다.

제408조에도 명확하게 적혀 있지만, 분할채권관계는 균등분할을 원칙으로 합니다. 물론 당사자들이 다르게 정하기로 한다면 딱히 그걸 말릴 이유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3명의 채권자가 각각 8:1:1로 나누기로 한다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이상 법률에서 그걸 막을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다만, 내부적으로 채권자들끼리만 쑥덕쑥덕해서 결정해 가지고서는 이를 거래의 상대방에게 주장할 수 없으므로, 비율을 따로 정하는 경우에는 거래 상대방과도 합의를 해야 합니다(한애라, 2020).


그런데 단락 제목에 "대외적으로, 대내적으로도 균등분할"이라고 했는데요, 이건 무슨 뜻일까요? 사실 제408조는 분할채권자(또는 분할채무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조문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보통 이를 '대외적 효력'을 규정한 조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 분할채권(채무)자 사이에서의 관계(이른바 '대내적 관계')에 대해서는 따로 정하고 있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비록 민법에 말은 없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는 제408조를 분할채권(채무)자 간의 내부적인 관계에도 유추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한, 서로 내부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균등한 비율로 채권(채무)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입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2. 각각의 분할채권(또는 분할채무)는 독립성을 갖습니다.

각 채권자가 갖는 분할채권, 또는 각 채무자가 갖는 분할채무는 독립성을 갖고 있습니다. 독립성을 가졌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 즉 A라는 분할채권에 생긴 사정이 B라는 분할채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부자, 왕부자, 최부자는 공동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3천만원에 철수에게 팔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3명은 철수에게 3천만원이라는 부동산 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자라고 할 것입니다. 별다른 의사표시가 없었기 때문에, 분할채권으로 해석됩니다. 각 채권자는 1천만원씩 분할채권을 갖습니다. 그런데 최부자가 보아하니, 철수가 요즘 사업도 잘 안 되고, 삶이 좀 팍팍해 보여서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최부자는 "이보게, 철수. 자네 사정이 딱한 것 같으니 자네의 채무를 탕감해 주겠네. 그냥 돈 안 받는 것으로 하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부자는 철수에 대하여 채무의 면제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철수가 신이 나서, "3천만원이 굳었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안 됩니다. 최부자의 채무면제는 어디까지나 최부자와 철수 사이에만 성립됩니다. 나부자-철수 사이, 왕부자-철수 사이의 분할채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따라서 철수는 여전히 나부자와 왕부자에 대해서는 1천만원씩 지급할 채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독립성입니다.


그 외에도 철수가 3명 중 1명에게만 이행을 지체한다든지, 채무불이행을 한다든지 하더라도 그것은 그 1명과의 관계에서만 영향을 미칩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거나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보통 이것을 "1인의 채권자 또는 채무자에게 생긴 사유는 다른 채권자 또는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표현합니다(송덕수, 2021:906면).


다르게 예를 들어 봅시다. 최부자가 채무면제를 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갑시다. 최부자가 철수에게 채무이행을 청구할 때, 자신의 분할채권액 1천만원을 넘어서 3천만원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분할채권관계의 논리에 따르면 안 됩니다. 만약 최부자가 3천만원을 모두 자신에게 지급하라고 청구하고, 철수가 멋모르고 그걸 다 변제하였다면, 이것은 부당이득이 됩니다. 따라서 최부자는 2천만원을 채무자(철수)에게 반환하여야 합니다. 분할채무에서 채무자가 자기 채무금액을 넘어서 변제한 경우라면, 그것은 나중에 공부할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의 변제'에 해당된다고 합니다(송덕수, 2021: 906면). 한편 이는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서 비채변제에 해당하고, 알고 변제한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제742조)는 견해도 있습니다(김대정·최창령, 2020: 770면).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살펴볼 것이니, 여기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셔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외가 되는 케이스가 2개 있는데요, ①계약해제(해지)권을 행사하는 경우, ②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둘 다 우리가 아직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개념이라서, 간단하게 맛만 보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계약해제(해지)의 경우 사실 나중에 공부할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민법 제547조인데요, 여기서는 계약의 해제는 불가분성이 있으므로, 한쪽이 여러 명인 계약이 경우라면 그 계약의 해제는 모든 인원이 모든 인원에 대해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1항). 바로 이 계약 해제의 불가분성 때문에,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분할채권관계라고 할지라도 '한꺼번에 묶어서' 처리해야 합니다.

제547조(해지, 해제권의 불가분성) ①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해지나 해제의 권리가 당사자 1인에 대하여 소멸한 때에는 다른 당사자에 대하여도 소멸한다.


예를 들어 봅시다. A, B, C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쌀 1톤을 3천만원에 1대 사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시다. 쌀의 매도인은 D 1명입니다. 이 경우, 매매계약의 매수인 쪽은 3명(A, B, C)이고, 매도인은 1명(D)입니다. 그러면 A, B, C는 각각 D에 대해서 1천만원씩의 분할채무를 지게 될 겁니다.


여기서 모종의 이유로 매도인인 D가 계약을 해제하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D는 개인적으로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C만 빼고, A와 B에 대해 매매계약을 각각 3분의 1씩만 해제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안된다는 겁니다. 민법 제547조에 따라 계약의 해제는 전원(A, B, C 전부)에 대하여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있는데, 이것 역시 나중에 공부할 제536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서로 대가적인 채무를 지는 계약을 쌍무계약이라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예로는 매매계약이 있습니다. 쌍무계약이 아닌 계약으로는 증여계약이 있지요. 그런데 우리 민법 제536조는 쌍무계약에 대해서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라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계약 당사자 한쪽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면, 반대쪽에서는 "야, 네가 이행할 때까지 나도 안해." 이렇게 우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 ①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 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전항 본문과 같다.


학계의 통설은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경우에는 분할채권(채무) 전부와 반대급부 전부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냐, 예를 들어 생각해 봅시다. 위의 A, B, C, D의 사례를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D는 계약대로 쌀을 팔아야 하는데, D가 쌀을 A와 B에게만 인도하였다고 해봅시다. 이와 같은 경우, D가 C에 대해서만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A와 B는 "쌀 전부의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입니다.


"아니, C는 몰라도 A와 B는 돈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D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물론 통설은 위와 같은 입장이지만, 이에 관해서는 반대하는 견해도 있지요. 이런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을 허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학설도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양창수, 1998).




오늘은 다수당사자 채권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분할채권관계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법이 다수당사자 채권관계를 '원칙적으로' 분할채권관계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란이 좀 있습니다. 왜일까요? 예를 들어 여러 명의 분할채무자가 있다고 할 때, 사람이 많다 보니 그중 1명 정도는 돈이 없거나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많아질수록 채권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특히 분할 '채무'의 경우에는 그 성립을 가급적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내일 한번 더 살펴볼 것입니다(김준호, 2017: 1265면).


제3절 제1관(총칙)은 제408조 1개 조문으로 끝입니다. 내일은 제2관(불가분채권과 불가분채무)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772-773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631면(한애라).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63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1, 903-904면. 

양창수, "[논점강좌 민법] 분할채권·분할채무", 「고시연구」 통권 제287호, 1998, 137-138면.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407조, "채권자취소의 효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