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7조(경개의 절대적 효력) 어느 연대채무자와 채권자간에 채무의 경개가 있는 때에는 채권은 모든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소멸한다.
오늘은 경개의 절대적 효력에 대해 알아봅니다. 경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민법조문을 살펴보면서 중간 중간에 한번씩 설명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경개란 원래의 채무(구舊 채무, 옛 채무라고도 합니다)를 소멸시면서 동시에 새로운 채무(신新 채무라고도 합니다)를 성립시키는 계약의 일종을 말합니다. 우리 민법의 구조를 잠시 살펴보면, 민법은 제3편 [채권]에 제1장(총칙), 제2장(계약), 제3장(사무관리), 제4장(부당이득), 제5장(불법행위)의 5개 장을 두고 있는데요, 그중 제1장(총칙)은 제1절(채권의 목적)부터 제8절(무기명채권)까지 8개의 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제6절(채권의 소멸)에 바로 제4관(경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우리 민법은 경개에 관한 조문을 '채권의 소멸'과 관련된 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지요. 경개에는 옛 채무를 소멸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제500조(경개의 요건, 효과) 당사자가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하는 계약을 한 때에는 구채무는 경개로 인하여 소멸한다.
우리 민법은 경개의 대표적인 예로 '채무자가 바뀌는 것', '채권자가 바뀌는 것' 등을 들고 있습니다.
제501조(채무자변경으로 인한 경개) 채무자의 변경으로 인한 경개는 채권자와 신채무자간의 계약으로 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를 하지 못한다.
제502조(채권자변경으로 인한 경개) 채권자의 변경으로 인한 경개는 확정일자있는 증서로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나부자에 대하여 1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가 나부자를 찾아가, 자신이 요즘 현금이 별로 없어서 돈으로 채무를 이행할 수가 없으니 집안의 가보인 고려청자로 대신 주면 안 되겠냐고 말합니다. 나부자가 보니 물건이 꽤 고급진 것 같아서, 철수와 나부자는 그렇게 경개 계약을 체결합니다.
*실제로는 어떤 계약이 있었을 때, 이것이 경개인지, 대물변제인지, 채권양도인지 등 구별하는 것이 어려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경개에 대해 따로 살펴볼 것이므로, 여기서는 이런 문제는 덮어 두고 일단 경개 계약이라고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개의 특성상 옛 채무(돈을 지급하기로 한 채무)는 소멸하게 되고, 대신 철수에게는 청자의 인도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417조에 따르면, 이처럼 채무자 1명에게 발생한 경개는 다른 연대채무자에도 절대적인 효력을 미치게 됩니다. 즉, 나부자에 대한 영희의 채무도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니, 그러면 철수만 너무 억울한 것 아닙니까?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영희는 이득을 본 것이네요."
일단 그렇습니다. 하지만 민법을 만든 사람들이 당연히 바보는 아니어서, 이와 관련해서 구상권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것은 곧 제425조에서 살펴볼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여기서 잠시 제417조가 가져오는 효과의 의미를 곱씹어 보겠습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는 철수와의 경개 계약이 썩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 고려 청자를 받는 것은 좋기는 하나, 철수와의 경개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원래 자신이 갖고 있던 (철수와 영희에 대한) 채권을 상실하게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철수에게 뿐만 아니라 영희에게도 1억원을 달라고 못하게 되는 겁니다. 거기에 경개 계약이 체결되었어도 바로 철수의 고려청자가 나부자에게 굴러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따로 철수가 이행을 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부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만 커진 셈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제417조에 따른 경개 계약은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권의 담보력을 약화시키는 단점을 가져오게 됩니다(제철웅, 2020). 결국 현실에서는 나부자가 이런 경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긴 하겠지요.
오늘은 연대채무에서 경개가 갖는 절대효를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상계의 절대적 효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773면(제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