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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14. 2024

민법 제418조, "상계의 절대적 효력"

제418조(상계의 절대적 효력) ①어느 연대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이 있는 경우에 그 채무자가 상계한 때에는 채권은 모든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소멸한다.
②상계할 채권이 있는 연대채무자가 상계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가 상계할 수 있다.


오늘 살펴볼 내용은 상계의 절대효입니다. 우리 민법은 상계에 대해서도 따로 조문들을 두고 있는데요, 어제 공부한 경개와 마찬가지로 제6절(채권의 소멸) 제3관(상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상계(相計)는 서로 상, 셈할 계의 한자를 씁니다. 단순히 직역하자면 서로 간에 무언가 계산을 한다는 의미인데요, 법학에서는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 및 채권을 갖고 있을 때, 이를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제492조(상계의 요건) ①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은 당사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위 개념 정의가 다소 번잡한데, 아주 쉽게 생각하면 그냥 빚을 서로 까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상계의 상세한 내용은 어차피 나중에 공부할 테니까, 여기서는 편하게 갑시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나부자에 대해서 1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철수는 사실 예전에 나부자의 사업이 힘들 때 5천만원을 빌려준 적이 있었습니다(간단하게 소멸시효 이런 것은 문제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철수 입장에서는 나부자에게 5천만원 받을 돈이 있으니까, 철수가 그 돈을 안 받는 셈 치고 자신이 나부자에게 갚아야 할 돈 중에 5천만원을 까달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게 계산이 편하잖아요. 이것이 바로 상계입니다. 철수가 상계권을 행사하게 되면, 나부자는 직접 현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5천만원을 사실상 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자기가 철수에게 갚아야 할 5천만원을 안 갚아도 되므로). 그런데 제418조제1항에 따르면, 이와 같은 철수의 상계권 행사는 절대효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영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영희는 이제 남은 돈 5천만원에 대해서만 철수와 함께 연대채무를 부담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418조제1항의 의미입니다.




그럼 제2항을 봅시다. 제2항에서는 상계할 채권이 있는 연대채무자가 상계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가 상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의 사례에 대입해서 써보면, 철수(상계할 채권이 있는 연대채무자)가 상계를 안 하는 경우, 철수의 부담부분(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영희(다른 연대채무자)가 상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요?


먼저 '부담부분'의 개념을 확실히 하고 지나갑시다. 부담부분이란, "연대채무자 상호간의 내부관계에서 출재(出財)를 분담하는 비율"을 뜻한다고 합니다. 즉, 연대채무라는 것을 내부적으로 보았을 때(외부의 채권자와의 관계 말고, 채무자들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을 때), 서로 합의했거나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인정되는 채무자의 '고유한' 채무 부분을 의미합니다. 부담부분의 비율은 당사자 간에 서로 약정해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한 것이 없을 때에는 각 연대채무자가 연대채무로부터 받는 이익의 비율에 따라 정해진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도 부담부분을 정할 수 없다면, 나중에 공부할 제424조에 따라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제424조(부담부분의 균등)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 가지 언급할 것은 표현상 부담 '부분'이라고 하고 있어서 마치 연대채무 총액을 얼마씩 나누어 갖는지, '금액'을 의미하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부담부분의 개념을 '비율'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판례 역시 "연대채무자 사이의 구상권행사에 있어서 ‘부담부분’이란 연대채무자가 그 내부관계에서 출재를 분담하기로 한 비율을 말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 결과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일부 공동면책되게 한 연대채무자는 역시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일부 공동면책되게 한 다른 연대채무자를 상대로 하여서도 자신의 공동면책액 중 다른 연대채무자의 분담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다른 연대채무자의 공동면책액 중 자신의 분담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한다면 그 범위에서 여전히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46023 판결). 따라서 엄밀히 부담부분은 비율로 정해지는 것이지 금액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부담부분'은 채무액에 분담비율을 적용해서 산출한 특정한 금액 그 자체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박동진, 2020). 다만, 이후에는 표현의 편의상 부담부분이라고 하면서 금액 자체를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부담부분에 따른 분담비율을 적용한 금액"이라고 계속 쓰는 것은 너무 길잖아요). 개념에 혼선이 없기를 바랍니다.

*부담부분을 고정된 금액으로 보는 소수의 견해도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부담부분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추후 공부할 구상을 할 수 있는 금액에서 결론이 달라질 수가 있어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425조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입니다.


철수와 영희가 연대채무 1억원에 대해서 내부적인 부담비율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철수가 나부자에게 상계할 수 있는 채권 5천만원이 있다고 합시다. 영희도 그 사실을 압니다. 그런데 철수는 상계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은 연대채무의 내부적인 부담부분을 1:1로 보아서 철수와 영희가 5천만원씩 부담한다고 보겠지만, 오늘은 이해를 위해 부담부분이 3(철수) 대 7(영희)이라고 가정합시다. 이에 따른 금액은 각각 3천만원, 7천만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제418조제2항에 따르면 영희가 철수의 부담부분(3천만원)의 한도 내에서 철수 대신 상계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철수가 나부자에 대해 갖고 있는 반대채권이 5천만원이지만, 그걸 다 상계할 수는 없고 철수의 내부적인 부담부분을 맥시멈으로 해서 상계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418조제2항과 같은 조문을 굳이 둔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란이 좀 있습니다. 대체로 이 규정의 취지는 반대채권을 가진 채무자의 보호와 복잡한 법률관계의 간략화 등에 있다고 설명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남의 권리(상계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서도 별로 찾아보기 힘든 규정이라고 하네요(김대정·최창렬, 2020: 804면).




오늘은 상계의 절대적 효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잠깐, 제1항과 제2항은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제1항의 경우는 같은 절대효라고 하더라도 FULL로 다른 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제2항의 경우는 절대효이긴 하지만 반대채권자의 부담부분을 한도로 해서 효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제1항과 같은 효력을 무제한적 절대효(일체형 절대적 효력사유), 제2항과 같은 효력을 제한적 절대효(부담부분형 절대적 효력사유)라고 교과서에서 표현하기도 합니다(박동진, 2020: 412-413면). 단어를 무조건 외울 필요는 없지만, 절대효가 미치는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는 정도는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면제의 절대적 효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812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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