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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19. 2024

민법 제419조, "면제의 절대적 효력"

제419조(면제의 절대적 효력)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채무면제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면제의 절대효입니다. 그동안 여러 번 다루었기 때문에, 이제 면제가 어떤 의미인지는 대강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419조는 1명의 연대채무자에 대한 채무의 면제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채무자의 이익을 위해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부담부분에 한정해서 절대효를 갖는다는 점에서, 어제 공부한 제418조제2항에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제한적 절대효).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나부자에게 1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 간의 부담부분은 3:7입니다. 3천만원(철수), 7천만원(영희)입니다. 여기서 나부자가 철수에게 개인적인 호감이 있어서, 철수의 채무 전부(1억원)를 면제해 주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철수가 이제 돈을 갚을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영희는 철수의 부담부분(3천만원)의 한도에서 채무가 소멸하게 됩니다. 즉, 영희는 이제 7천만원만 나부자에게 갚으면 됩니다.


"나부자가 철수에게 1억원을 면제해 줬는데 영희도 1억원이 소멸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우리 민법 제419조는 제한적 절대효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부담부분에 한해서 효력이 미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제419조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걸까요? 그건 불편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의 면제가 오로지 상대적 효력만 갖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나부자가 철수에게 채무 전부의 면제를 하였더라도, 그 효력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영희는 여전히 나부자에게 1억원 전부의 채무를 지게 됩니다. 영희는 나부자에게 1억원을 갚을 것이고, 이후 철수에게 철수의 부담부분 3천만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게 될 겁니다. 연대해서 채무를 부담하기로 했으니까, 철수는 영희에게 3천만원을 줘야겠죠. 그리고 철수는 "나부자가 나에게 면제를 해주었는데 내가 영희에게 다시 3천만원을 냈으니, 나부자가 3천만원을 다시 나에게 주어야지." 이렇게 되어 나부자에게 다시 3천만원을 청구합니다. 그러면 나부자는 다시 철수에게 3천만원을 주죠. 즉, 제419조는 이와 같이 전부 이행을 한 채무자가 면제 받은 채무자에게 구상하고, 면제 받은 채무자가 다시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번거로운 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둔 것입니다(김준호, 2017).




문제는 나부자가 철수의 채무 전부(1억원)이 아니라, 그중 일부(예를 들어 4천만원)만 면제해 주면 어떻게 되냐, 하는 것입니다. 학설은 나뉩니다. 학계의 다수설은 일부면제를 받은 채무자(철수)의 부담부분에, 면제액의 비율(면제액/채무 총액)을 곱한 값으로 다른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된다고 주장합니다(박동진, 2020).


예를 들어 나부자는 1억원 중 4천만원을 면제해 주었으므로, 철수의 부담부분(3천만원) × 40% = 1200만원이 영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금액입니다. 즉, 영희는 7천만원 - 1200만원 = 5800만원을 나부자에게 갚으면 되는 겁니다. 철수는 애초에 부담부분이 3천만원이었으므로, 채무는 0원이 됩니다.


반면, 소수설은 '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잔액'과 '해당 채무자의 부담부분'을 비교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엄밀히는 '채무자의 부담부분' - '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잔액' = '다른 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금액'이라는 것입니다(김준호, 2017).


예를 들어 1억원 중 나부자가 4천만원만 철수에게 면제해 주면, 철수가 나부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잔액은 6천만원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금액은 철수의 원래 부담부분인 3천만원보다 큽니다. 위의 산식에서 음수(-)가 나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철수 본인의 부담부분(3천만원)도 감소하지 않고, 다른 채무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영희는 철수에 대한 나부자의 채무면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억원의 채무를 집니다(영희에게 영향 없음). 대신 철수는 채무면제를 어쨌건 받았으니까, 4천만원의 채무(1억원 - 면제액 6천만원)만 남을 겁니다. 이후 철수가 4천만원을 나부자에게 갚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연대채무의 법리(제413조)에 따라 다른 채무자인 영희의 채무도 줄어들 것이고, 영희는 6천만원의 채무가 남을 것입니다. 그 후의 구상관계에 대해서는 참고문헌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나부자가 1억원 중 9천만원을 철수에 대하여 면제해 주게 되면, 철수가 나부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잔액은 1천만원이 됩니다. 그러면 위 산식에서 3천만원 - 1천만원 = 2천만원이 됩니다. 이 금액만큼 다른 채무자인 영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영희의 채무도 1억원 - 2천만원 = 8천만원이 됩니다. 


위에서는 최대한 단순화해서 설명드렸습니다만, 위의 학설 외에도 여러 가지 소수설이 많고, 내부적인 구상관계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학자마다 의견이 조금씩 갈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니 위의 사례에서 계산값을 하나하나 정확히 뽑아내는 것에 너무 집중하지 마시고, 학설이 일부 면제를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취지와 의도를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계산은 단순히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니, 숫자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면제의 절대효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혼동의 절대적 효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80-1281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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