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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r 11. 2024

민법 제421조, "소멸시효의 절대적 효력"

제421조(소멸시효의 절대적 효력)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에는 그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도 의무를 면한다.


제421조를 보면, 소멸시효의 완성 시 "그 부담부분에 한하여"라고 하고 있습니다. 앞서 면제, 혼동과 같이 제한적 절대효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1명의 연대채무자에게 소멸시효가 완성한 경우, 그의 부담부분의 한도 내에서 다른 채무자도 의무를 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나부자에게 1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부자는 너무 부자인 나머지(?) 이들에게 1억원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까먹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가 공부한 제162조에 따르면,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거나 상사채권 등은 아니라고 가정합니다).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연대채무의 개념을 다시 돌이켜 볼까요? 연대채무에서는 하나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지만, 이를 위하여 채무자의 숫자만큼 독립된 채무가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같은 연대채무를 지고 있는 채무자라고 하더라도 각 채무의 이행기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시점이 충분히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도 철수와 영희의 소멸시효 완성 시점이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좀 더 다채롭게 살펴보기 위해 여러 개의 사례를 체크해 보도록 할게요. 기본적으로 연대채무는 1억원, 부담부분은 3:7이라고 하겠습니다. 철수 3천만원, 영희 7천만원입니다.

[사례1] 철수 채무의 소멸시효는 2024년 1월 10일에, 영희 채무의 소멸시효는 2024년 12월 10일에 완성된다. 두 채무의 이행기는 모두 지났다.

사례의 경우, 지금이 2024년 1월 11일이라고 해봅시다. 이 시점에서 철수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었지만 영희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아니하였습니다. 시점에서 철수의 채무는 이미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으므로, 제421조에 따라 철수의 부담부분(3천만원)만큼 영희의 채무도 줄어들게 됩니다. 즉, 영희는 이제 7천만원의 채무만 부담하면 됩니다. 만약 2024년 12월 10일까지도 나부자가 시효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철수와 영희의 채무는 모두 소멸시효 완성으로 없어질 것입니다.


[사례2] 철수 채무의 소멸시효는 2024년 1월 10일에, 영희 채무의 소멸시효는 2024년 12월 10일에 완성된다. 두 채무의 이행기는 모두 지났다. 나부자는 2024년 1월 9일 자신이 잊고 있었던 채권을 기억해 냈다. 그리하여 소멸시효가 먼저 다가오는 철수에게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우리 민법 제168조제1호, 그리고 제170조에 따라 재판상의 청구는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416조에서 우리는 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에 대해 공부하였던 바 있습니다. 따라서 철수에게만 이행청구를 하였지만 영희에게도 이행청구의 효력을 미치고, 그에 따라 철수와 영희의 소멸시효는 모두 중단될 것입니다.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제170조(재판상의 청구와 시효중단) ①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②전항의 경우에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 것으로 본다.

제416조(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도 효력이 있다.


[사례3] 철수와 영희의 채무 소멸시효는 2024년 1월 10일에 동시에 완성됩니다. 두 채무의 이행기는 모두 지났다. 나부자는 2024년 1월 9일 자신이 잊고 있었던 채권을 기억해 냈다. 그래서 전에 공증을 받았던 것을 토대로 집행문을 받아, 소멸시효가 먼저 다가오는 철수의 집을 1월 9일 압류해 버렸습니다.

위의 사례2에서와 비슷한 상황이긴 한데,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두 채무의 소멸시효가 동시에 완성되었다는 점, 그리고 사례2에서는 나부자가 재판상의 청구(이행청구)를 했다면, 사례3에서는 압류를 해버렸다는 점입니다. 이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제416조 때문입니다. 제416조에서는 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지, 압류나 가압류, 가처분의 절대적 효력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김용덕, 2020).


그렇다면 절대적 효력을 갖지 않은 압류가 철수에게만 이루어졌으므로, 영희에게는 압류의 시효중단 효과가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철수의 시효만 중단되고, 2024년 1월 10일에는 영희의 소멸시효만 완성됩니다. 결국 1월 10일 이후에는 영희의 부담부분 7천만원은 없어지게 되고, 철수만 여전히 3천만원의 채무를 나부자에게 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421조에서는 부담부분에 한하여 절대효가 미친다고 하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소멸시효의 제한적 절대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채권자지체의 절대적 효력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765면(제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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