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4조(부담부분의 균등)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담부분에 대해서 자주 언급해 왔습니다. 복습 차원에서 말씀드리자면, 부담부분은 채무자들이 내부적으로 출재하기로 한 비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액이 아니라요. 여러 채무자가 존재하게 되는 연대채무에서는, 채권자에게 1명이 변제를 하는 경우에도 채무자들 사이에서는 내부적으로 분담하여야 할 부분(비율)이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1명이 변제해서 덤터기를 쓰고(?) 그냥 끝나버리게 되니까요. 그것은 너무 불공평하지요. '연대' 채무 아니겠습니까? 사실 이런 논리는 여러 명의 채무자가 있는 경우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그 결과 불가분채무랄지, 나중에 공부할 부진정연대채무나 연대보증채무 등에서도 부담부분이라는 것은 존재하게 됩니다(김용덕, 2020).
원칙적으로 부담부분은 연대채무를 지는 채무자들이 알아서 정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연대채무자가 3명이라면, 자기들끼리 논의해서 1:1:1로 하든지, 1:2:3으로 하든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1:1:0처럼 누군가의 부담부분이 0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네요(박동진, 2020).
다만, 이러한 특약이 따로 없는 경우에는 도대체 부담부분을 얼마로 볼 것인지 문제인데요, 우리의 판례는 "연대채무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공동면책을 얻은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때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나 연대채무자 사이에 부담부분에 관한 특약이 있거나 특약이 없더라도 채무의 부담과 관련하여 각 채무자의 수익비율이 다르다면 특약 또는 비율에 따라 부담분이 결정된다."라고 하여(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97420,97437 판결), 특약이 없는 경우에는 연대채무를 부담하게 됨으로써 각 채무자들이 얻게 되는 이익의 비율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돈을 빌리면서, 갚을 때는 연대하여 갚기로 했다고 합시다. 그때 빌린 돈 1억원을 각각 3천만원과 7천만원으로 나눠서 가져갔다면, 이익의 비율은 3:7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채무 부담에 따라 얻게 되는 이익의 비율이라는 것도 꽤 애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 바로 오늘 공부할 제424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제424조에 따르면,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지요. 일단 그게 맞다고 가정해 버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추정을 깨려면 그에 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하면 됩니다. 부담부분이 1:1이 아님을 주장하는 사람이 반증을 제시하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연대채무자들끼리 부담부분을 1:2:3으로 하기로 정한 문서를 제시한다든지, 그런 겁니다.
잠깐,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부담부분이라는 것이 연대채무자들 간의 내부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라면,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나부자에 대하여 연대채무 1억원을 지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자기들끼리 부담부분을 3:7로 가져가기로 했어도, 나부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그냥 1:1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고, 나부자의 입장에서는 모름으로 인해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철수와 영희의 부담부분이 1:0이라고 합시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렇게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나부자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대강 1:1 이겠거니 하고 생각하였다가, 철수가 와서 애걸복걸하자 마음이 약해져서 그만 채무의 면제를 해주고 말았습니다.
제419조(면제의 절대적 효력)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채무면제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
부담부분이 만약 1:1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제419조에 의하여 면제는 제한적 절대효만을 가질 것이고, 따라서 영희에게는 5천만원의 채무가 남게 됩니다. 나부자는 철수에 대하여 면제를 해주었지만, 여전히 영희에게 5천만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담부분이 1:0이라면, 나부자가 철수에 대하여 면제를 하면서 영희의 채무도 0이 됩니다. 왜냐하면 채무의 면제는 철수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절대효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나부자는 1:1일 때와 달리 철수에게도, 영희에게도 돈을 청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나부자가 불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계의 통설은, 만약 연대채무에서의 부담부분이 균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이를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김준호, 2017). 채무자들끼리 쑥덕쑥덕해서 결정된 부담부분을 채권자가 전혀 모른 상태에서 타격을 입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니,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할 것입니다.
오늘은 부담부분의 균등 추정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출재채무자의 구상권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828면(제철웅).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83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