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3조(주채무자의 면책청구)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주채무자가 보증인에게 배상하는 경우에 주채무자는 자기를 면책하게 하거나 자기에게 담보를 제공할 것을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있고 또는 배상할 금액을 공탁하거나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인을 면책하게 함으로써 그 배상의무를 면할 수 있다.
자,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들은 주로 보증채무에서 보증인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채무자도 절대악은 아닌데, 불합리한 상황으로부터 뭔가를 보호해 주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률은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제443조는 모처럼(?) 주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살펴봅시다.
먼저 제443조는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주채무자가 보증인에게 배상하는 경우" 적용된다고 하는데요, 엄밀히는 제442조에 따라 (수탁)보증인이 사전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 해당된다면, 주채무자는 몇 가지 보호장치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봅시다.
말 그대로 주채무자가 "나는 이게 채무를 면하게 해 줘."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면,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고 영희가 보증인이라고 할 때, 영희가 사전구상권을 행사해서 철수에게 1억원을 미리 받았다면, 철수 입장에서는 이제 본인은 할 것을 다 했으니 자신의 책임(주채무)을 면하게 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논리상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철수가 영희(보증인)에게 미리 1억원을 줬다면(이것을 '사전구상금'이라고도 합니다), 철수 입장에서는 영희가 이제 그 돈을 나부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것인지 불안할 수 있겠죠. 영희가 술값으로 다 써 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영희에게 역으로 담보를 제공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수탁보증인이 주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민법 제442조의 사전구상권에는 민법 제443조의 담보제공청구권이 항변권으로 부착되어 있는 만큼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하여 이와 같은 담보제공청구권을 항변권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74703 판결).
여기서부터는 앞의 2개랑 조금 성질이 다릅니다. 앞의 2개(면책청구권, 담보제공청구권)은 기본적으로 주채무자가 이미 사전구상금을 보증인에게 지급한 경우에 인정되는 것입니다. 돈도 안 주고 면책을 청구하는 건 양심없는 거겠죠. 하지만 지금부터 나오는 3개는 '배상의무를 면하게 하는'(제443조 후단)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사전구상금을 지급할 의무(사전구상의무) 자체를 면하게 한다는 겁니다.
앞서 면책청구권이나 담보제공청구권이 등장했었는데 어쨌거나 영희(보증인)이 못 미더울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철수(주채무자)는 공탁을 해버릴 수 있습니다. 공탁의 의미는 이미 몇 번 언급을 했었고요, 단순히 생각하자면 국가기관에 돈이나 물건을 맡기는 것이지요. 영희는 나부자에게 1억원을 갚은 후, 공탁된 1억원을 찾아가면 되겠습니다.
이건 사실 철수(주채무자)가 담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엄밀히는 무슨 대단한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철수는 되려 영희(보증인)에게 담보를 제공하고, 보증인의 불안을 덜어 줌으로써 사전구상의무를 면할 수 있으므로 아예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간단합니다. 보증채무를 소멸시켜 버리는 겁니다. 철수가 먼저 그냥 나부자한테 1억원을 갚으면 됩니다. 사실 담보니 뭐니 하는 것보다 이게 제일 간단한(...) 방법 같긴 합니다. 주채무의 변제가 이루어지면 보증채무는 소멸하게 되니까 사전구상권도 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철수도 영희도 이제 자유의 몸입니다.
오늘은 수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과 관련하여 주채무자는 어떤 옵션을 취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부탁 없는 보증인의 구상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