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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464조, "양도능력없는 소유자의 물건인도"

by 법과의 만남
제464조(양도능력없는 소유자의 물건인도) 양도할 능력없는 소유자가 채무의 변제로 물건을 인도한 경우에는 그 변제가 취소된 때에도 다시 유효한 변제를 하지 아니하면 그 물건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제464조는 '양도능력이 없는 소유자'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민법총칙]에서 공부했던 제한능력자(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를 말합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은 총칙 편을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제한능력자란,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사람으로, 행위능력이란 단독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양도행위는 법률행위(물권행위)에 해당하므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제한능력자는 원칙적으로 양도능력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464조는 양도능력이 없는 소유자가 채무변제로 물건을 인도한 경우, 그것이 취소된 때에도 다시 유효한 변제를 하지 않는 한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뜻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미성년자입니다. 철수는 어린 나이에 놀랍게도 비싼 다이아 반지(종류물)를 갖고 있었는데, 모종의 사유로 나부자에게 그 반지를 인도하여야 하는 채무를 지고 있다고 합시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지고 있는 채무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하에 적법하게 체결된 계약에 기인한 것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채무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철수는 법정대리인인 부모님의 동의 없이 나부자에게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반지를 인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철수의 부모님은 철수의 반지 인도행위(물권행위)가 동의 없었던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취소해 버렸습니다.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 ①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제140조(법률행위의 취소권자)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제한능력자, 착오로 인하거나 사기ㆍ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 그의 대리인 또는 승계인만이 취소할 수 있다.


제464조가 없다면, 반지의 인도행위가 취소되었으므로 나부자는 반지를 철수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464조는 이러한 경우 철수가 다시 유효한 변제(예를 들어 정식으로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 같은 종류의 다이아 반지를 나부자에게 건네주는 것)를 하여야 원래 반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유의 깊게 읽으셨다면, 3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제464조도 어제 공부한 제463조와 유사하게 채권자의 변제 확보를 위하여 마련된 조문이라는 것입니다. 나부자는 철수에게 유효한 변제를 받을 때까지 먼저 수령한 반지를 계속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제464조도 어제 공부한 제463조와 같이 불특정물(종류물)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특정물의 경우, 어차피 다른 물건으로 대체가 안 되니까요.


세 번째는 이 조문이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의심이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 위의 사례에서 결국 철수는 나부자에게 유효한 변제를 하기는 해야 합니다. 채무 자체는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비록 종류물이지만, 같은 종류의 다른 반지를 사서 부모님께 동의를 받은 후 나부자에게 가져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원래 철수가 갖다 준 반지가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반지라든지, 어떤 이유로 (법적인 의미가 아니라 개인적인 의미로) 특별한 것이었다면 좀 의미가 있겠지만요.


결국 제464조는 그 채무를 발생시킨 기본관계 자체는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인도행위만을 취소하는 사례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는 채무자가 채권 성립 후에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경우에나 적용되는 것이고 미성년자에게는 적용될 일이 없어서 현실에서는 별로 제464조가 적용되는 예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김준호, 2017).




참고로, 제464조에서는 "물건을 인도한 경우에는 그 변제가 취소된 때에도"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변제의 법적 성질을 법률행위가 아니라 준법률행위로 보는 견해에서는 변제는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즉, 법문에서의 표현을 '변제가 취소'라고 할 것이 아니라 '변제행위가 취소'라고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박동진, 2020). 변제의 법적 성질과 관련된 문제인데, 궁금하신 분들은 제460조에서의 심화학습 파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귀찮으면 그냥 지나가셔도 무방합니다.


오늘은 양도능력 없는 소유자의 물건 인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채권자의 선비 소비와 구상권 등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02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8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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