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480조, "변제자의 임의대위"

by 법과의 만남
제480조(변제자의 임의대위) ①채무자를 위하여 변제한 자는 변제와 동시에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 제450조 내지 제45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오늘부터는 또 중요한 개념을 알아볼 겁니다. 다름 아닌 변제자대위의 개념입니다. '대위'라는 단어는 우리가 예전에 한번 접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채권자대위권'(제404조) 파트에서였죠. 대위(代位)는 한자를 직역하면 어떤 지위를 대신한다, 이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채권자대위권의 경우,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변제자대위라고 하면, 변제자가 무언가를 대신 행사한다는 의미 정도로 간략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원래 채무는 채무자가 변제하면 깔끔하고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채무자가 아닌 사람이 변제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친한 친구의 빚을 대신 갚아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보증인이 대신 주채무자의 빚을 갚아줄 수도 있는 거고요. 이런 경우, (채무자가 아닌) 변제자는 원래의 채무자에 대해서 이익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구상권이라고 합니다.


우리 민법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변제를 하였을 때, 그 제3자가 갖게 되는 구상권이 좀 더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변제자대위 제도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구상권만 있을 때에는 변제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받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걸 좀 더 수월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 변제자대위 제도인 것입니다. 교과서에서는 이를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변제한 경우, 변제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취득한 구상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종래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에 관한 권리가 구상권의 범위 안에서 변제자에게 이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송덕수, 2022).


그러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수월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냐? 간단합니다. 바로 '채권자'가 갖고 있던 '채권에 관한 권리'를 변제자에게 넘겨줘 버립니다. 채권에 관한 권리가 무엇이냐? 채권에 기한 이행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 채권자대위권, 채권자취소권도 포함되고요, 무엇보다 채권에 대한 담보에 관한 권리(질권, 저당권, 보증채무 등)도 포함됩니다. 특히 담보에 관한 권리가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1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부자는 철수에 대한 1억원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철수의 집에 저당권을 걸었습니다(저당권자=나부자). 그런데 철수의 사연을 딱하게 여긴 영희가, 철수 대신 1억원을 나부자에게 갚았습니다(임의대위 등 요건은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여기서 변제자대위 제도가 없다고 해봅시다. 영희의 변제로 나부자의 채권은 소멸합니다. 영희는 철수에 대해서 1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상권을 갖습니다. 그런데 철수가 "나는 돈 없다." 이러면서 차일피일 영희의 구상권 행사에 응하지 않습니다. 영희는 구상권은 있지만, 돈을 결국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변제자대위 제도가 있다면, 영희는 나부자가 원래 갖고 있던 철수에 대한 저당권까지 이전받게 되므로, 돈 못 주겠다고 철수가 버티더라도 철수의 집에 걸린 저당권을 실행해 버리면 됩니다. 집을 경매에 넘겨서 그거 판 돈으로 1억원을 회수할 수 있는 거죠. 이와 같이 변제자대위 제도를 통하여 영희가 취득하게 되는 권리를 변제자대위권이라고 하는데, 구상권과는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구상권은 원래 대신 돈을 갚으면 인정되는 것이고, 변제자대위권은 구상권을 좀 더 확실하게 확보해 주기 위해 민법에서 인정해 주는 권리인 것입니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념상 차이가 있지요. 이 부분은 앞으로 변제자대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좀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니, 급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자, 그런데 변제자대위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임의대위와 법정대위가 그것입니다. 오늘 살펴볼 제480조는 바로 임의대위에 관한 규정입니다.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이냐? 바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를 위해서 보증을 선 사람(보증인)을 생각해 봅시다. 이 사람은 채무자가 빚을 안 갚을 경우 본인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보증채무 편 참조). 이러한 사람은 변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변제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겁니다.


반면 변제할 이익이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대표적으로 채무자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혹은 그냥 채무자를 사랑해서, 또는 단순히 친한 친구라서 변제하는 경우라면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할 수 있겠죠(여기서 증여의 의사까지는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감정적으로야 충분히 변제할 이익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사람이냐 아니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 것입니다.

*참고로, 제469조에서 우리가 공부한 '이해관계 있는 자'와 제481조에서 말하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동일한 의미인지에 대하여 학계에서의 논의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대법원은 이를 동일한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다3746 판결)으로 보입니다(정준영, 2020).

제469조(제삼자의 변제) ①채무의 변제는 제삼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이해관계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




자, 그러면 이제 제480조를 본격적으로 보겠습니다. 제1항에서는 "채무자를 위하여 변제한 자는 변제와 동시에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대위할 수 있다'라고 표현이 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그 구체적인 의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가 이전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제482조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임의대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채무자가 아닌 자가 변제 등으로 채무를 면하게 해 줄 것

먼저 변제, 대물변제, 상계, 공탁, 경개 등 뭐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지 출재를 해서 채무자로 하여금 채무를 면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대체로는 변제가 되겠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상계나 경개 등 다른 방법으로도 괜찮습니다. 어쨌건 채무자의 채무를 면하게 해 주면(채권을 만족시켜 주면) 됩니다. 참고로, 채무자를 위해서 자기 부동산에 저당권 등을 설정해 준 물상보증인이 그 담보권의 실행으로 자기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게 된 경우에도, 결과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를 (자기 재산으로) 면하게 해 준 것이기 때문에 변제자대위를 인정해 줄 것입니다(김준호, 2017)


2. 변제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이 있을 것

②다음으로 변제자에게 구상권이 있어야 합니다. 변제자대위 제도는 구상권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당연히 그 기본이 되는 '구상권'을 변제자가 취득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상권은 도대체 어떻게 얻는 것이냐? 구상권을 획득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저희가 이미 공부했던 것 중에서는 질권설정자의 구상권(제341조), 권리질권에서의 구상권(제355조), 저당권설정자의 구상권(제370조), 불가분채무의 구상권(제411조), 연대채무자의 구상권(제425조), 수탁보증인의 구상권(제441조)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 우리가 앞으로 공부할 부분 중에서는 제3자가 채무자의 부탁을 받아서 변제한 경우의 위임사무처리비용의 상환청구권(제688조)에 기한 구상권, 부탁 없이 변제한 경우에는 사무관리비용의 상환청구권(제739조)에 기한 구상권, 사무관리의 요건도 충족을 못할 때에는 채무자가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제741조)에 기한 구상권이 있습니다(김준호, 2017:1211-1212면). 아직 살펴보지 않은 부분까지 미리 다 예습할 필요는 없으므로, 그냥 이렇게 여러 원인으로 구상권이 발생할 수 있구나, 하는 정도만 이해하시면 충분합니다.


3.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없는 변제자가 변제와 동시에 채권자의 승낙을 얻을 것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없는 제3자가 변제한 경우여야 하고요(이익이 있는 자라면 법정대위 적용), 변제자가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야 합니다. 이를 제480조제1항에서는 '변제와 동시에' 승낙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낙을 얻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요, 학계의 통설은 채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승낙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으며,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하면 곧 승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김준호, 2017: 1214면). 승낙도 잘 해줄 거면서 뭣하러 굳이 이런 조문을 뒀나 의문이 드실 수도 있는데, 이미 공부했던 제469조제2항(제3자의 변제)에서 이해관계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변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는데, 채권자의 경우에도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이렇게 규정을 두었다고 합니다(송덕수, 2022: 1008면).




다음으로 제2항을 보겠습니다. 제1항의 경우에 제450조 내지 제45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이 규정들은 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에 관한 조문들입니다. 제3자가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서 변제를 하고 임의대위를 하는 경우, 그 사실을 채무자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지명채권의 양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450조(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 ①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451조(승낙, 통지의 효과) ①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를 소멸하게 하기 위하여 양도인에게 급여한 것이 있으면 이를 회수할 수 있고 양도인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가 있으면 그 성립되지 아니함을 주장할 수 있다.
②양도인이 양도통지만을 한 때에는 채무자는 그 통지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제452조(양도통지와 금반언) ①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를 통지한 때에는 아직 양도하지 아니하였거나 그 양도가 무효인 경우에도 선의인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②전항의 통지는 양수인의 동의가 없으면 철회하지 못한다.


따라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없는 자가 변제를 하면서 채권자의 승낙을 얻고 임의대위를 할 때, 변제자대위권을 (채무자에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채권자가 이를 채무자에게 (대위를)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대위를) 승낙하여야 하고(제450조제1항), 그러한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하지 않으면 채무자 외의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제450조제2항). 그 외에도 채무자의 이의 보류나 대항사유(제451조)도 준용되고, 선의의 채무자가 임의대위자에게 구상을 해줘 버리는 등 항변사유가 있으면 대항할 수 있겠지요(제452조).


오늘은 변제자대위라는 제도의 개요, 그리고 임의대위의 요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법정대위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13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1006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79면(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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