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482조, "변제자대위의 효과, 대위자간의관계"

by 법과의 만남
제482조(변제자대위의 효과, 대위자간의 관계) ①전2조의 규정에 의하여 채권자를 대위한 자는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②전항의 권리행사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
1. 보증인은 미리 전세권이나 저당권의 등기에 그 대위를 부기하지 아니하면 전세물이나 저당물에 권리를 취득한 제삼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
2. 제삼취득자는 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
3. 제삼취득자 중의 1인은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다른 제삼취득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
4.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전호의 규정을 준용한다.
5.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와 보증인간에는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 그러나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가 수인인 때에는 보증인의 부담부분을 제외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 각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대위한다. 이 경우에 그 재산이 부동산인 때에는 제1호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렇다면 변제자대위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요? 앞서 제480조에서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제는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 대부분의 교과서에서는 변제자대위의 효과를 ①대위변제자(대위자)와 채무자 사이의 효과, ②여러 명의 대위변제자 사이의 효과,대위변제자와 채권자 사이의 효과, 이렇게 3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으므로, 여기서도 같은 구조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대위변제자와 채무자 사이의 효과

제1항을 봅시다. 임의대위 또는 법정대위의 규정에 의하여 채권자를 대위한 자(대위변제자)는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장은 긴데, 의미는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변제자대위 자체가 구상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구상권의 범위 안에서만 인정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구상권이 10억원인데 변제자대위로 12억원을 받아낼 수는 없는 거죠. 그리고 제1항에서 말하는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는 (1)채권에 관한 권리(손해배상청구권, 채권자대위권, 채권자취소권, 이행청구권 등)와 (2)담보에 관한 권리(질권, 저당권, 보증채무, 연대채무 등)를 모두 포함합니다. 이런 권리가 몽땅 대위변제자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제3자가 채권의 일부만을 대위변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변제자와 채무자 사이에 어떤 효과가 발생할 것인지는 내일 공부할 제483조에서 살펴볼 것이므로 여기서는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2. 여러 (법정)대위변제자 사이의 효과

이제 제2항을 보겠습니다. 제2항은 법정대위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 혼선을 피하기 위하여 마련한 조문입니다. 왜 이런 조문이 필요한 것인지, 제2항의 각 호를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1. 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 문제(제1호)

제2항제1호에서는, 보증인은 미리 전세권이나 저당권의 등기에 그 대위를 부기하지 아니하면 전세물이나 저당물에 권리를 취득한 제삼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여기서는 보증인이라고만 되어 있지만, 대법원은 물상보증인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30666,30673 판결).


그런데 "전세물이나 저당물에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뭘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채무자)는 나부자(채권자)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철수는 자신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기 소유의 부동산 A에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습니다(저당권자=나부자).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철수는 이웃집의 영희에게 부탁하여 보증을 서 달라고 했고, 영희는 나부자와 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합시다(보증인=영희). 이런 상태에서 철수가 자신의 부동산 A를 제3의 인물인 최투자에게 팔았다고 합시다. 바로 이런 경우 최투자를 제3취득자라고 부릅니다. 전세물이나 저당물에 권리(소유권,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등)를 취득한 사람을 뜻하는 것이죠.


자, 여기서 제482조제2항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봅시다. 우선, 제2항과 같은 규정이 아예 없다고 가정해 보죠. 보증인인 영희와 제3취득자인 최투자의 관계를 유심히 봅시다. 만약 영희가 대위변제를 한다고 해봅시다. 영희는 법정대위의 요건을 충족하여 (나부자의)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를 이전받게 됩니다. 따라서 영희는 부동산 A에 걸린 저당권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저당권을 행사하여 부동산 A가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정작 부동산을 매수한 최투자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최투자는 어떻게 주장할까요? "내 부동산이 경매에서 팔리게 되어 나는 부동산 A의 소유권을 잃었고, 영희는 돈을 회수했다. 결국 피해를 본 것은 나고,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은 채무자 철수이다. 나로 인하여 철수는 채무를 면하게 되었고, 따라서 나는 채권자(나부자)를 대위할 수 있다. 나는 채권자를 대위하여 보증인인 영희에게 다시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는 일반적으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당권이 실행되면 본인이 부동산 소유권을 잃을 수가 있잖아요. 따라서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므로, 제469조제2항이 미적용되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서도 변제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례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대법원 1974. 12. 10. 선고 74다1419 판결).


이런 식으로 서로 영원한 구상권의 핑퐁(?)을 허용하게 되면, 법정대위자(또는 법정대위를 할 수 있는 사람) 사이에서 무한대로 변제자대위가 이루어지고, 같은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꼴이 될 것이며, 이는 사회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무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우리 민법 제482조는 법정대위자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해두고 있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보증인인 영희가 철수 대신 대위변제를 하는 경우의 수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봅시다.

① 1월 30일 보증인 영희는 철수의 빚을 나부자에게 대신 갚았다. 그리고 철수는 2월 10일 부동산 A를 최투자에게 팔았다. 최투자는 2월 11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② 1월 30일 철수는 부동산 A를 최투자에게 팔았다. 최투자는 1월 31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2월 10일 보증인 영희는 철수의 빚을 나부자에게 대신 갚았다.


위 2개의 경우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릅니다. ①번은 보증인이 대위변제를 하고 난 후 부동산이 제3취득자에게 넘어간 것이고, ②번은 부동산이 제3취득자에게 넘어간 후 보증인이 대위변제를 한 것입니다.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482조제2항제1호가 적용되는 것은 바로 ①번입니다. 즉 부기등기를 해야만 영희는 나부자(채권자)를 대위하여 최투자(제3취득자)를 상대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부기등기(독립적인 순위번호를 갖지 않은 등기)란, 주등기의 아래에 따로 붙는 등기입니다. 부동산 등기 '을구'에는 소유권 이외의 권리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게 되어 있는데, 여기 저당권이 주등기로 기재되어 있으면, 그 밑에 부기등기로 1-1, 2-1 이런 식으로 추가하여 붙이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부기등기로 변제자대위에 대한 사실을 공개한다는 점입니다.


①번 사례에서 부기등기가 안 되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영희가 채무를 갚아줬기 때문에, 영희는 변제자대위에 따라 채권과 담보권(A 부동산의 저당권)을 이전받게 됩니다. 이것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물권취득이므로, 등기를 하지 아니하여도 영희가 자연스레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제187조). 채무자인 철수가 빚을 직접 갚았다면 당연히 피담보채무는 소멸하고, A 부동산에 걸려 있는 저당권설정등기도 말소되었겠습니다만 이 사례의 경우 보증인인 영희가 변제하였으므로, 저당권설정등기는 일단 그대로 존속합니다. 말소가 안됩니다. 변제자대위로 담보권이 나부자에게서 영희로 이전되었으니, 담보권은 소멸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입니다.


"저당권설정등기가 살아 있으면 별 문제없지 않나요? 최투자가 부동산을 매매하려고 할 때 분명히 등기를 떼어 봤을 테니까, 저당권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요?"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저당권설정등기는 나부자가 채권자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저당권이 나부자에게서 영희로 이전되었다는 사실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실체관계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철수가 최투자를 꼬드기면서, "보증인인 영희가 채무를 다 갚았기 때문에 이 저당권은 사실 없어진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최투자는 A 부동산이 깨끗한 부동산인 줄 알고 매입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갑자기 영희가 대위변제자로서 저당권을 실행하겠다고 나서면, 최투자는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학계에서의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또, 보증인이 변제 후에 부기등기를 하도록 하면 보증인이 변제자대위를 과연 실제로 행사할 것인지 아닌지,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제3취득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2항제1호에서는 전세권 또는 저당권의 등기에 따로 대위에 관하여 부기등기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최투자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A 부동산의 등기를 떼어 보면, 부기등기를 보고 "아, 이 부동산에 보증인이 부기등기를 해뒀구나. 보증인이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할 의지가 있구나." 이렇게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희는 ①번 사례에서 대위변제를 한 1월 30일부터 최투자가 등기를 마친 2월 11일 사이에 부기등기를 했었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부동산이 팔리기 전에 빠르게 부기등기를 해치워야(?) 하는 것이지요.


다만, 이러한 설명방식에는 비판도 많습니다. 애초에 보증인이 주채무를 변제하여도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는 것은 아닌데, 최투자도 분명히 등기부를 떼어 보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최소한 저당권이 실행될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런 최투자를 굳이 더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지요.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제482조제2항제1호는 삭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정상현, 2023).


그러면 ②번의 경우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경우는 제2항제1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영희가 부기등기를 안 하더라도 채권자를 대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왜냐, 최투자가 부동산을 살 시점에는 여전히 등기부상 저당권설정등기가 멀쩡히 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투자는 저당권이 실행될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투자는 그 위험을 알고서도 부동산을 산 것이니, 그 책임도 져야 한다는 거죠.

*다만, 학계에서는 제2항제1호에서의 '제3취득자'가 채무자에게서 부동산을 사들인 제3취득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물상보증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인 제3취득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이러한 구별이 필요 없는 것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모두 말씀드리자면 매우 글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서는 통설적인 견해에 따라 제3취득자의 범위를 구별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최형표, 2020). 학설의 논쟁이 궁금한 분들은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2. 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 문제(제2호)

제2호를 봅시다. 여기서는 제3취득자는 보증인에 대하여 대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도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일진대, 그런 사람이 변제를 하면 변제자대위를 인정해 주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그런데도 제2항제2호에서는 왜 굳이 제3취득자는 보증인에 대해서 대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버리고 있는 걸까요? 제1호에서 보증인이 제3취득자에게 대위하는 것은 (부기등기의 요건 하에) 허용하면서, 역으로 제3취득자가 보증인에게 대위하는 것은 왜 막고 있는 걸까요?


이러한 규정을 둔 이유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이미 저당권과 보증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제3취득자는 나중에 있을 법정대위의 부담도 각오하고서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므로, 굳이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김준호, 2017). 특히 판례는 우리가 전에 살펴본 저당권소멸청구권(제364조) 등을 들어 제482조제2항제2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민법 제482조 제2항 제1호와 제2호에서 보증인에게 대위권을 인정하면서도 제3취득자는 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없다고 규정한 까닭은, 제3취득자는 등기부상 담보권의 부담이 있음을 알고 권리를 취득한 자로서 그 담보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고, 또한 저당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취득한 제3자는 저당권자에게 그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을 변제하고 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으며(민법 제364조), 저당물의 제3취득자가 그 부동산의 보존, 개량을 위하여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지출한 때에는 저당물의 경매대가에서 우선상환을 받을 수 있도록(민법 제367조) 하는 등 그 이익을 보호하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변제자대위와 관련해서는 제3취득자보다는 보증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48855 판결)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 대해서도 학계에서 비판은 있습니다. 제3취득자의 저당권소멸청구권이나 비용상황청구권 같은 것은 변제자대위와는 논리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것을 이유로 제3취득자의 보증인에 대한 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제2항제1호 및 제2호는 삭제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2-3. 제3취득자 간의 문제(제3호)

이제 3호를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제3취득자 중의 1인은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다른 제3취득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고 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철수는 1억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본인 소유의 부동산 A(2천만원 상당)와 B(3천만원 상당), C(5천만원 상당)에 각각 공동저당권을 설정하였습니다(공동저당권의 개념에 대해서는 물권 파트 참조).


그런데 저당권이 설정된 후, 철수는 자신의 부동산들은 모두 처분하였습니다. 그래서 A 부동산은 투자자1에게, B 부동산은 투자자2에게, C부동산은 투자자3에게 팔렸다고 해봅시다. 이후 변제기가 다가왔는데도 철수가 돈을 갚지 못하자, 저당권이 실행될 것을 두려워한 투자자1이 나부자에게 대신 1억원을 건네주었습니다.


자, 여기서 투자자 3명은 모두 제3취득자입니다. 제3취득자가 3명인 상황인 거죠. 이 3명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투자자1이 1억원을 모두 갚긴 했습니다만, 투자자1로 하여금 다른 제3취득자에게 1억원 전부를 대위하여 받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할 겁니다. 왜냐하면, 사실 투자자 3명은 각각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철수의 채무를 담보하고 있는 것이므로 모든 투자자는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해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봐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투자자1도 2천만원[=2천만원/(2천만원+3천만원+5천만원] 정도는 부담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3호에서는, 제3취득자가 여러 명일 때에는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다른 제삼취득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할당주의라고도 부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투자자1는 투자자2에 대해서는 3천만원(30%), 투자자3에 대해서는 5천만원(50%)만을 대위할 수 있습니다. 대위할 수 있다는 말은, 그 부동산에 걸린 저당권을 대위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투자자1는 B부동산의 저당권을 실행하고 그중 3천만원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고, C부동산의 저당권을 실행하고 그중 5천만원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채무 전부(1억원)와 각 부동산의 가액의 합이 일치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에서는 대체로 채무보다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더 넉넉하게(높게) 잡기 때문에 위 사례보다는 좀 더 계산이 복잡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2-4. 물상보증인 간의 문제(제4호)

이번에는 물상보증인이 여러 명인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친한 친구1의 부동산 A(2천만원), 친구2의 부동산 B(3천만원), 친구3의 부동산 C(5천만원)에 대해 각각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고 해봅시다. 이 친구 3명은 모두 물상보증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구조를 보면 아시겠지만, 물상보증인 사이의 관계는 위 제3호에서 보았던 제3취득자 간의 관계와 얼추 유사합니다. 왜냐, 각자 자신의 부동산에서 일정 부분만을 담보로 하고 있고 그 안에서만 책임을 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4호에서는 제3호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친구1이 철수 대신 나부자에게 1억원을 갚았다면, 친구1은 부동산 B와 부동산 C에 대해서 각각 3천만원, 5천만원씩을 저당권 실행으로 우선변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5.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간의 문제(제4호)

제5호는 뭔가 말이 좀 깁니다. 제5호는 물상보증인과 (인적 책임을 지는) 보증인이 여럿 있을 때 그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4호에서와 같이 물상보증인만 있으면 사실 오히려 간편합니다. 물상보증인은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본인들의 부동산 가액과 관련해서 제한된 범위에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니(예를 들어 채무자가 10억원을 안 갚더라도 담보로 한 부동산이 1억원이면 그 부동산 값어치 이상은 책임을 안 지는 것), 가액에 비례해서 책임을 나누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한책임을 지는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이 섞여 있으면 조금 복잡해집니다. 제5호는 이것을 어떻게 규율하고 있을까요?


제5호 본문에 따르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인원수대로(...) 비례해서 채권자를 대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물상보증인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보증인의 부담부분을 제외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 각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대위한다고 하는데요(제5호 단서), 이렇게만 말하면 복잡하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철수의 친구1와 친구2가 보증을 서주었습니다. 보증인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3과 친구4는 철수를 위하여 각기 3천만원, 2천만원 상당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습니다. 철수가 그동안 사회생활을 굉장히 잘한 모양입니다.


여기서 친구1이 철수를 위하여 1억원의 채무를 변제하여 주었다고 해봅시다. 이제 변제자대위를 해야 하는데, 인원수에 비례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을 나눕시다. 보증인은 4명 중 2명이니까 50%인 5천만원, 물상보증인도 5천만원을 부담하면 됩니다(제5호 본문). 친구1은 친구2에 대하여 5천만원의 절반인 2천 5백만원을 대위할 수 있는 겁니다.


다음으로, 보증인의 부담부분(5천만원)을 제외하고 남은 잔액(5천만원)에 대해서는, 물상보증인끼리 재산의 가액에 비례해서 책임을 나누면 됩니다. 즉, 5천만원의 내부적인 부담부분은 부동산 가액에 따르면 됩니다. 친구3과 친구4의 부당산 가액이 3:2의 비율이므로, 친구1은 친구3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3천만원을, 친구4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2천만원을 대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5호 단서의 의미입니다.


참고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이 섞인 사례에서 왜 굳이 인원수를 기준으로 대위비율을 정하게 하였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가 물상보증인 상호간에는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부담 부분을 정하도록 하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간에는 보증인의 총 재산의 가액이나 자력 여부,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의 가액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대위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적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 사이에는 보증인 상호간이나 물상보증인 상호간과 같이 상호 이해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히려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합리적이며 그것이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7다61113,61120 판결)라고 합니다. 농담 섞어 말하면, "솔직히 정확한 기준 정하기가 힘드니, 머릿수 정도면 차라리 그게 합리적이다."라고 본 걸까요?


마지막으로, 제5호에서는 그 재산이 부동산인 때에는 제1호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이것은 부기등기를 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위 사례에서 친구1이 친구3이나 친구4에 대해서 저당권을 대위하려고 할 때, 만약 그 부동산에 제3취득자가 있는 경우라면, 최소한 제3취득자가 명의로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는 부기등기를 하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 부분은 제1호에서 살펴본 논리와 구조가 유사하니 천천히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3. 대위변제자와 채권자 사이의 효과

이 부분은 나중에 공부할 제484조(대위변제와 채권증서, 담보물), 제485조(채권자의 담보상실, 감소행위와 법정대위자의 면책)에서 살펴볼 것이므로, 지금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중요한 내용을 알아보다 보니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하나하나 모두 외우실 필요는 없고, 변제자대위의 효과를 큰 그림으로 그려 볼 줄 알고, 각 조문의 취지가 무엇인지 정도만 알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변제자대위의 효과와 대위자 간의 관계에 대하여 살펴보았고요, 내일은 일부의 대위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451-452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298-301면(최형표).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21면.

정상현,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를 위한 부기등기 필요성 검토와 민법개정 제안 -일본민법 제정 및 개정 과정으로부터의 시사점을 중심으로-", 「저스티스」 통권 제197호, 2023, 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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