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3조(일부의 대위) ①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대위변제가 있는 때에는 대위자는 그 변제한 가액에 비례하여 채권자와 함께 그 권리를 행사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채권자만이 할 수 있고 채권자는 대위자에게 그 변제한 가액과 이자를 상환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위변제를 전부 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위변제가 일부에 대해서만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금전채무를 지고 있었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철수 소유의 아파트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고 합시다. 그리고 보증인으로는 영희를 세웠습니다. 영희는 철수를 위하여 대위변제를 했는데, 1억원 전부를 갚은 것이 아니라 3천만원만 갚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제483조제1항은 "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대위변제가 있는 때에는 대위자는 그 변제한 가액에 비례하여 채권자와 함께 그 권리를 행사한다"라고 하고 있는데, 그 의미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채권자와 함께' 권리를 행사한다고 하는 표현이 그렇습니다.
일부대위에서 고민되는 문제는 역시 담보권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나부자는 철수 소유의 아파트에 대해서 저당권을 갖고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영희가 3천만원을 갚았으니, 이것도 (일부이긴 하지만) 대위변제는 대위변제니까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가 영희에게 이전될 것입니다. 영희도 저당권의 일부를 취득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간단하게 나부자는 남은 7천만원에 대해서, 영희는 자기가 갚은 3천만원에 대해서 저당권을 행사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진 않습니다. 왜냐, 담보물권의 불가분성 때문입니다. 불가분성에 대해서는 전에 제321조에서 본 적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규정이 저당권과 같은 다른 담보물권에도 준용된다는 것도 우리는 이미 살펴보았지요(제370조).
제321조(유치권의 불가분성) 유치권자는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전부에 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제370조(준용규정) 제214조, 제321조, 제333조, 제340조, 제341조 및 제342조의 규정은 저당권에 준용한다.
그러니까 피담보채권 전부를 변제받을 때까지 목적물 전부에 대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불가분성의 성질을 고려해 보면, 나부자가 철수 아파트의 70% 지분에 대해서만, 영희는 30% 지분에 대해서만 딱 저당권을 행사하고 이럴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영희가 불가분성 운운하면서 철수 아파트에 (나부자보다도) 먼저 저당권을 행사해 버리면, 나부자는 원래의 정당한 저당권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가 5천만원에 낙찰되었는데 영희가 이중 3천만원을 떼어가 버리면 나부자는 2천만원 밖에 못 받잖아요. 그리고 나부자가 원치 않는 시기에 저당권이 행사되어 버리는 것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483조제1항의 해석을 두고, 다수설은 대위변제자가 단독으로 담보권을 행사할 수는 없고, 채권자와 함께(공동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김준호, 2017). 즉, 일부변제를 한 사람이 마음대로 저당권을 행사할 수는 없고, 채권자가 저당권을 행사하면 그때 꼽사리(?)를 끼어서 함께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483조제1항의 해석에 대해서는 다수설 외에도 몇몇 학설이 더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위의 사례에서는 영희가 마음대로 혼자 철수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길 수는 없고, 나부자가 저당권을 실행하면 그때 함께 자신의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만약 아파트가 8천만원에 경매에서 팔린다면, 나부자가 (영희에 비해) 우선권을 가져 남은 돈 7천만원을 먼저 받아갈 수 있습니다. 영희는 안 됐지만 남은 1천만원을 가져갈 수밖에 없겠네요. 이러한 해석은 어쨌거나 일부변제에 따른 대위가 있더라도 채권자인 나부자의 이익을 함부로 침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제2항을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제1항의 경우(일부 대위변제의 경우)에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채권자만이 할 수 있고 채권자는 대위자에게 그 변제한 가액과 이자를 상환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무슨 말인가 싶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채무불이행이라는 건 일단 당사자 간의 계약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불법행위는 계약 없이도 일어나지만, 채무불이행은 계약이 있어야 일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모든 채무가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제2항에서는 계약의 해지권 또는 해제권을 다루고 있으므로 계약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영희가 일부변제를 통하여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를 이전받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대신 돈을 갚고 받은 것이지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까지 이전받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철수의 계약(돈을 빌리고 나중에 갚기로 하는 계약) 상대방은 여전히 나부자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계약당사자의 지위에서 인정되는 해지권, 해제권 같은 것들은 영희에게 옮겨가지 않고, 여전히 채권자인 나부자가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제2항에서 채권자의 상환 어쩌고 하는 건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영희가 나부자에게 3천만원을 철수 대신 갚아 줬는데, 나부자가 철수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철수와의 계약을 해제해 버렸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나부자의 1억원 채권은 소급하여 없어지게 될 것이고(소급효), 나부자가 영희에게 받았던 3천만원은 부당이득이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나부자가 영희에게 괜히 받은 돈(?)이 되는 것이므로, 나부자는 영희에게 3천만원을 돌려주되 이자도 붙여서 상환하여야 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나 해지에 대해서는 전에 제390조 등을 살펴볼 때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나중에 자세한 내용은 제543조 이하에서 살펴볼 것입니다. 여기서는 제2항의 구조만 대략 이해하고 넘어가시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일부의 대위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대위변제와 채권증서, 담보물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15-12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