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 날
“자기야, 우리 회사 다른 팀에서 일하는 우영 형님 알지?
그 형님이 킹스턴에서 열리는 듀에슬론 대회에 출전한대.”
“듀에슬론? 그게 뭐야?”
“음, 한국의 철인삼종경기 알지?
그 경기에서 수영을 빼고 자전거랑 달리기만 하는 종목이래.”
“수영은 안 해도, 그래도 쉽지는 않겠다, 그치?”
나는 적잖이 놀랐다.
철인 경기에 도전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 캐나다 땅에서 그런 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영 형님은 자전거랑 달리기를 잘하셔?”
“응, 한국에서 자전거를 5년 넘게 정말 열심히 타신 것 같아.
달리기도… 여기 오기 전에는 마라톤 출전을 준비하셨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포기하셨대.”
“대단하시네… 자기도 예전에 자전거 열심히 탔었잖아?”
“응… 그랬었지.”
그 말에 나는 괜스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벌써 10년은 지났을까?
일산에서 파주까지 출퇴근을 하던 시절.
운송팀장님의 권유로, 내 몸에 딱 맞지도 않고 옵션도 평범했던 중고 맞춤형 카본 로드 자전거를 구입했었다.
내 형편에는 쉽지 않은 지출이었지만,
나는 그 자전거에 푹 빠져 출퇴근은 물론, 주말마다 여기저기를 누비며 달렸다.
비록 남들이 봤을 땐 그저 그런 자전거였을지 몰라도,
내게는 정말 멋지고 소중한 애착품이었다.
‘이 자전거랑은 평생 함께할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대화는 멈춰 있고,
눈은 풀리고 입은 삐죽 나온 채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아내가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탈 일 없잖아. 자전거도 이미 팔아버렸고.”
“그렇지… 탈 여유도 없고, 탈 자전거도 없지.”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 많은 도전을 해오면서,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었다.
원하는 걸 하나 얻으려면, 내가 가진 두 가지는 버려야 한다고 믿고 살아왔기에.
자전거는 내가 어쩔 수 없이 내려놓아야 했던
선택의 교환물품 중 하나였던 것이다.
문득, 궁금증이 하나 떠올랐다.
“자기야, 있잖아…
혹시 내가 지금부터 다시 자전거와 달리기를 시작한다면…
과연 그런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까?
만약 할 수 있다면, 그건 몇 년 뒤쯤에나 가능할까?”
아내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살짝 안쓰러운 듯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자기라면… 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언젠가는 꼭 해낼 거야.
그게 몇 년이 걸리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