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언니가 애월에 살며 애월의 오름이며, 바다를 다니고듬직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개들과 그야말로 제주 일상을 즐기는 효리네 민박도 찍어주시고, 무척이나 인간적인 모습을 소탈하게 보여주셨던 덕분에 사람들은 '애월'이라는 지명에 대해 근거 없는 호감을 갖게 되었다. 연예인이 사는 곳이라니, 게다가 그곳은 제주도이기까지 하니 그럴 법도 하다. 이것을 나는 '효리효과'라 부르겠다. 처음에 제주도에 터전을 구할 때, 남편의 고향이기도 한 애월이 우리 리스트 1순위에 오른 것을 두고 내가 크게 별말을 하지 않은 데에도 이 '효리효과'가 어느 정도는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애월에서 살면, 뭔가 좀 더 낭만적일까? 뭔가 좀 더 특별할까? 싶은 근거 없는 기대감이 1 정도는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하겠다. 그리고 제주도 애월에서 살게 된 지 이제 이년 차, 애월리민으로서 사람들이 '제주도 애월에서 사는 건 어때?'라고 묻는다면 감히 대답하겠다. '응, 좋아' '뭐가 좋아?'라고 또다시 묻는다면 '바다가 가깝고 도서관이 가까워서 좋아'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 집은 일명 '도세권' (도서관이 가까운 집, 도서관이 도보로 가능한 거리)이다.
도서관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건, 단언컨대 굉장히 큰 혜택이다. 우리 집에서 애월도서관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 가볍게 에코백을 둘러메고 산책 삼아 동네를 돌다가 마지막엔 도서관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도서관이 목적지인 경우도 있지만, 도서관이 가까우니 언제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더 자주, 더 많이,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애월에 와서 다양한 책을 섭렵하는 행운을 얻었다.
예전엔 한 달에 한두 번은 책을 사곤 했는데, 최근에는 책을 사보지 않고 대부분 도서관 대출을 이용한다. 읽고 싶었던 책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섭섭지 않게 신간도서도 꾸준히 들어오고, 대부분 책의 상태도 꽤 좋은 편이다. 도시에서 살 때 도서관을 이용하는 일은 편하지가 않았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많은데, 노트북을 쓸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신간 도서는 인기가 좋아 내 차례가 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상대적으로 도시에 비해 인구가 적은 애월 동네에선, 새로 들어온 신간이 내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 기분이 좋다. 빠-빳한 새 책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가는 날은 괜스레 이득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들뜬다.
도서관에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또 얼마나 큰 해방감을 주는지! 서울에서 살 때는 도서관이 가까워도 차로 움직여야 할 정도의 거리였고, 그래서 주차할 자리가 없을 거란 걸 알면서도 결국 차를 가지고 도서관에 가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엔, 도서관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서관에 차를 댈 자리가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차전쟁은 당연히 도서관도 포함이었고, 겨우겨우 도서관에 차를 대고서도 마음 편히 책을 볼 수 없었다. 그런 걱정 없이 조용한 도서관에서 여유롭게 책을 고르고, 책을 보거나 잠시 쉬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일은 내겐 큰 힐링 포인트다. (아, 애월도서관엔 주차자리도 넉넉하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도서관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실은 매우 다르기도 해서 이 둘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내가 애월에서 재밌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여기까지 애월도서관 예찬에 대해 실컷 늘어났으니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애월도서관의 화룡점정은 바로 오션뷰에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 애월도서관에서는 바다가 보인답니다.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 좌석이 네네, 무료 맞습니다. 여기는 시간제한도 없어요. ㅎㅎ 게다가 책도 볼 수 있지요.
오션뷰 도서관이라니, 정말 멋진 일 아닌가! 처음 이 공간을 발견했을 때 실은 살짝 전율했다. 이런 곳이 있다니, 여기서만 책 보고 싶다...싶었고, 이 공간에 꽂혀 한동안 더 자주 도서관에 오게 되기도 했다.
그 어떤 멋진 카페의 예쁜 뷰 못지않은 애월도서관의 환상적인 오션뷰.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 보세요.
그래서, 혹시 애월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걸 계획하시거나, 애월 여행 중에 시간이 남는 일이 있다면,
애월도서관에 한번 가보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