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정처럼 끈끈한 제주의 맛- 몸국

by 잔별
제주도 향토음식 '몸국'을 먹어본 적이 있나요?


대한민국 사람 중에 제주도 한번 가보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제주도는 이미 우리들에게 친숙하고 대중적인 섬이 되었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제주도를 사랑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관광객들이 알고 있는 제주는 아주 일부분이거나 개개인의 경험에 국한된 경우일 때가 많은 것 같다고. 이곳에 몇 년씩 살아도 진짜 제주스러운 삶과 문화를 경험하기 힘든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이제 제주도에 정착한 지 일 년 밖에 안 된 '제주 초보'이지만, 이곳에 살아보니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깊게 제주도를 느끼게 되곤 한다. 예를 들어 보자면 이런 것이다. 제주의 맛이나 음식에 대한 것, 내가 맛보지 못한 제주의 문화에 관한 것...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하나 있다. 지금의 남편이자 당시 전 남자 친구로 인해 제주 향토음식 '몸국'에 입문하게 된 날이었다. 그는 술을 많이 먹은 어느 날, 갑자기 몸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몸국을 먹으면 온 몸의 숙취와 피로가 싹 풀릴 것 같다면서. 당시 나는'몸국'의 '몸' 자로 들어보지 못했던 상태였고, 그 '몸국'이란 녀석이 궁금해졌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자 했었다. 그리고, 제주 데이트를 하던 어느 날, 우리는 온갖 맛집을 뒤로하고 제주도민들이 많이 찾는다는 한 음식점에 가게 되었다. 남친은 자연스럽게 몸국을 시켰다. 그런데 그 생김새가 참 생소했다. 끈적끈적한 것이 솔직히 말해서 참 '먹기 싫게' 생긴 모습이었다. 약간의 거부감을 뒤로 한채, 몸국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음~ 이게 무슨 맛이지?' 고소한 것이 끈끈하기도 하고, 참 부드럽고 따뜻하게 입 안을 감싼다. 남친 말대로 속이 확 풀리고 온 몸에 피가 도는 맛이다. 한번 숟가락을 들자 쉽게 멈출 수가 없었다. 한 숟갈, 또 한 숟갈, 이 끈적하면서도 뜨끈한 국물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생소하지만 새로운 제주의 맛, 바로 몸국이었다.


제주도 향토음식 '몸국'

몸국은, 돼지고기 삶은 육수에 불린 모자반을 넣어 만든 국이다. 돼지고기와 뼈는 물론이고 내장과 수애(순대)까지 삶아낸 국물을 버리지 않고 육수로 사용한다. 모자반을 제주에서는 '몸'이라 불렀으며 '몸'을 넣고 끓인 국이라서 '몸국'이라 칭했다고 한다. 돼지고기와 내장, 순대까지 삶아 낸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이면 느끼함이 줄어들고 독특한 맛이 우러나는데, 혼례와 상례 등 제주의 집안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만들었던 행사 전용 음식이다. (자료 참고: 몸국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에서 몸국이 가지는 의미는 나눔의 문화에도 있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혼례나 상례 등 한 집안의 행사 때 온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거드는 풍속이 있고, 이런 행사에서는 주로 돼지를 잡았는데, 생선이나 어패류 이외의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기 힘들었던 제주 사람들이 귀한 돼지고기를 온 마을 사람들이 알뜰하게 나눠먹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몸국을 만들어 이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몸국'은 실제 우리의 혼례 잔치에도 등장해 이 말이 사실임을 몸소 증명하기도 했다.(제주도에서 결혼식은 보통 마을 잔치와 결혼식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 예로부터 귀하게 여겨지던 돼지를 잡고, 이를 삶아 우린 육수에 제주에서 나는 모자반을 넣고 끓인 그야말로 '제주식 음식'이자 '제주인의 마음'이 바로 이 몸국이다.


실제로 우리의 혼인 잔치에 나온 음식들 '몸국' 외 수육 회 등


알고 보면 제주도민들의 정이 듬뿍 담긴, 나눔의 맛이기도 한 '몸국'. 개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지만, 곰탕이나 설렁탕 등 탕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맛집이 몰려있는 곳이 아닌, 현지 제주도민들이 자주 가는 동네에 있는 경우가 많고, 요즘에는 제주시내에도 유명한 곳이 몇 군데 있다. 또 한 그릇에 7000~8000원 정도로 저렴하기도 하니, 제주도에 와서 한 번쯤은 도전해 봄 직하다.


이렇게 또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제주에 대해 맛보고, 생생하게 느끼면서, 또 하나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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