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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Jan 05. 2022

혼자라서 외롭다면 둘이어도 외롭다

혼자보다 둘이 완전할 것이라는 결혼에 관한 착각

싱글들이 빠지는 몇 가지 흔한 착각이 있다. 솔로에서 탈출해서 커플이 된다면 외. 롭. 지 않을 거라는 착각. 커플만 되면 더 행복해질 거라는 착각. 이는 미혼이 기혼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연결되는데, 결혼을 꿈꾸는 미혼남녀가 결혼만 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거라는 착각, 더 잘 살 거라는 착각, 더 나을 거라는 흔한 착각이다. 물론 그리 되는 이들도 많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다. 둘의 결합이 완전해질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 피를 토하는 대화와 서로를 이해하려는 무수한 시간들이 필요할까. 사실 둘이 만나 완전해질 확률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고 본다.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났으니 더 불완전해졌으면 불완전해졌지, 결코 완전해질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연애를 안 한 싱글 상태이거나, 결혼에 대한 욕망이 있지만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수많은 미혼 남녀에게 '둘'이라는 숫자는 지금의 좋지 못한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좋은 방편으로 보이기도 한다. 커플이 되면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눈 감기까지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이가 생기고, 휴일에 데이트할 명분이 생기고, 함께 맛집에 가거나 여행을 갈 이가 생기니까. 커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위들은 거의 좋은 것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이는 분명 삶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측면에서 꾸준히 연애를 하라는 말에는 격하게 수긍하는 편이다. '연애'는 '관계'의 다른 말이고, 꾸준하게 관계를 가꿔가려는 노력은 인간을 성숙하게 해 주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커플이 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연애나 결혼을 하기 전엔, 혼자인 상태에서 벗어나면 모든 게 좋아질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혹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혹은 극한의 외로움의 상태에서 타인을 통해 현실 도피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경계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커플이 되면 잠시 기쁘겠지만, 오래 괴로울 것이다. 특히 결혼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결혼엔 커플일 때처럼, 둘만 챙기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대는 물론 상대의 가족까지 고려해야 하고, 이제껏 완전한 타인이었던 상대의 지인까지 내 생활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이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경제적인 비용도 훨씬 많아진다는 말. 둘이 함께해서 생기는 즐거움도 물론 있지만, 그 외적으로 따라오는 책임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무거워지고 감당해야 할 현실도 달콤하기보다 매콤할 때가 더 많다.


결혼 공동체를 함께 꾸려갈 반려인이 생긴 대신 책임은 더해졌고, 해내야만 하는 의무도 늘어났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줄었을까?  타인에게 외로움의 해결을 맡기지 않은 이들이라면, 아마 더 단단해졌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을 테니까. 하지만, 타인에게 인생의 해답이나 외로움의 주권을 맡겨버린 이들이라면, 아마 더 위태롭게 외롭고 더 세게 흔들리겠지. 예전에 한 친구가 흘리듯 했던, 말의 잔흔이 오래 사라지지 않았다. 친구의 무심했던 말은 '결혼했는데 외로운 건 진짜 답이 없어.'였다. 혼자여서 외롭다고 느낄 때보다 둘이어서 외롭다고 느끼게 되면 정말이지 답이 없을 것 같다. 영원을 약속한 사람과 살고 있는데 사실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문제들이 계속 생겨나고, 나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기면 외로움은 희석될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를 완전히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걸 깨닫는 날이 오면, 그런데도 어디로든 도망갈 출구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말겠지.


애초에 타인이 나의 외로움이나 불안을 해소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혼자라서 외롭다면 둘이어도 외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래서 타인에게서 나의 해답을 찾지 않았다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혼자 건 둘이건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일은, 나를 단단하게 채워놓는 일. 혼자 외롭지 않다면, 둘이서도 외롭지 않을 것이고, 혼자 자유로울 수 있다면, 둘이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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