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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11. 2022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한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만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의 책 '1973년의 핀볼'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모든 사물에는 반드시 입구와 출구가 있어야 한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p138     


이 문장을 가끔 생각했다. 입구가 있다면, 어딘가 출구가 있다. 있어야 한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인생이란 어려운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게임인 게 아닐까. 호기롭게 입구로 들어선 곳, 충분히 둘러보고 놀았다고 생각하고 나가려는 순간, 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리는 거다.


처음엔 창과 문을 기웃거려도 보고, 요리조리 다른 길을 찾아도 보지만, 결국 밖으로 나가는 출구 없다는 걸 한참을 헤맨 후에 알게 된다.


정녕, 이곳엔 출구가 없는 것인가... 그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유명한 한국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처럼, 살기 위해선 게임에 응해야 하고, 게임에서 탈출해야 한다. 게임은 나도 모르게 시작됐고, 누구의 의지 따윈 상관이 없다. 게임을 풀 수 없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그 무시무시한 게임에서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의 미로 역시, 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미로 속에 갇히고 말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보면 저 마다 게임에 응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처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점차 죽기 살기로 뛰어든다. 이제 무조건 이겨야 살고, 살아야 나갈 수 있다.      


나는 지금 인생의 굴레 속, 미로 어딘가에 있다.

그렇다면, 내 힘으로 풀 수 있는 게임이라고 믿고 싶다. 기 살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뚝심이 간절한 시점. 출구가 있다고 믿고 싶다.


어쩌면 출구는 생각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 이미 몇 번이나 지나친 곳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너무 성급해서 놓쳐버린 문. 출구인지 아닌지 확신이 가지 않아 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수많은 기회.


모든 사물에 입구와 출구가 있다면, 내가 풀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도 입구와 출구가 존재하겠지. 나는 제 때, 제대로, 너무 늦지 않게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출구는 영원히 없다고 한탄하며 세월을 다 지나쳐버리는 과오를 범하는 건 아닐까?


돌고 돌아 아직 제자리라는 걸 발견할 때만큼 허무하고 힘이 빠져버리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때가 적지 않다.


입구가 있다면, 출구도 반드시 있다는 걸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조금 늦더라도, 나는 꼭 출구를 찾을 것이고, 꼭 게임 밖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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