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 생일을 전후로 새 학기가 시작됐었고, 한 두 번의 꽃샘추위를 거쳐 따듯한 봄날로 가곤 했으니까. 이번에도 봄을 알리는 낱말들. 꽃샘추위, 낮기온, 햇살, 미세먼지, 나들이 같은 단어와 함께 내 생일이 왔다.
유난히 길고 길었던 겨울의 끝도, 봄과 함께 사라져 가는 건가. 부디 그러기를 소망하고 있다.
간만에 일하는 생일이라, 차라리 바쁜 게 낫다 싶어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겨 문장을 만들고, 또 한 편의 원고를 넘겼다. 그리곤 동네를 가볍게 산책했다. 얼굴에 닿는 바람은 아직 좀 쌀쌀했지만 햇살은 여지없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서인지 '봄이구나' 싶었다. '이 봄을 잘 보내보자'에서 시작된 사유는 '이 삶을 잘 살아보자'로 이어졌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도, 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오고 가는 것이 있어 그래도 이 인생이 아주 힘들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한번 잘 살아보자' 하는 용기가 생기는 것도 어쩌면 봄이 오는 이치와도 같다.
그래, 나는 봄이 오는 길목에 있는, 봄을 부르는 여자다.
'행복'이라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았는데, 주말에 가족들과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고 오늘도 많은 축하의 말을 들으면서 그래도 나는 잘 살고 있고, 좋은 사람들 곁에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