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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행은 가십이 아니다

by 잔별

좋은 일로도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물며 나쁜 일은 말할 것도 없다.


내 얘기가 가십이나 수다 소재로 쓰이는 걸 원치 않았다. 내가 겪은 안 좋은 일은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고, 그걸 일일이 모두에게 설명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내 상태가 좀 나아지면, 안정이 좀 되면,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 곧 괜찮아지겠지. 아님 말고.


친하거나 꾸준히 안부를 이어가는 지인을 손꼽아보니 다행인 건 열명이 넘는다는 거였고, 불행인 건 그들에게 한 번씩만 말해도 나는 열 번을 넘게 그 힘든 감정을 다시 말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궁금한 것도 알겠고 걱정하는 마음도 알겠으니 이제 막 힘든 일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과한 질문은 삼가 주시기 바란다. 할 말 없으면 그냥 커피 한잔 사 주시라. 그거면 충분하다. 사람의 온기나 진정성을 느낄 시간.


이런 좁은 마음이 너무 궁색해서 나도 내가 별로라고 느껴지는데, 그냥 이번엔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아직 불편하면 불편한 거고 말하기 싫으면 싫은 거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고.


더는 상처받지 말라고 내 마음이 스스로 보호하는 것일 테니까.


내 불행이든 행복이든 아무도 상관 안 하는데, 혼자 유난 떠는 것 같아 마음이 아직도 별로다. 남 신경 쓸 만큼 정신이 돌아온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나...


우울이나 불행이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날들로 다시 가까워지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 정도라고 생각하자. 지금, 나는 아주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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